충격적인 소식에 각지에 살던 가족들이 모두 찾아와 이제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할머니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러자 아들이 의사를 찾아와서 "생각보다 잘 지내시네요. 노인에서 생긴 암은 더 느리게 진행하나요?" 라고 물었다.
결론적으로 맞는 질문이었다. 사실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암은 젊은 환자에 비해 악성도가 낮고, 천천히 자라는 경향이 있다. 또 처음 진단된 암이라 하더라도 오랜 기간을 두고, 서서히 증식해 뒤늦게 진단되는 종양도 포함되기 때문에, 노인에게서는 느리게 자라는 암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도 볼 수 있다.
90세 가까운 또 다른 할머니도 3년 전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분이었다.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 보면 한쪽 폐를 암이 완전히 차지하고 있어서 의사를 긴장시켰지만 최근에 발생한 호흡곤란을 호소하기 전까지 그런대로 잘 지내셨다. 너무 정정해 폐암 말기라는 진단이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이렇듯 노인들의 암은 치료 방향을 선택할 때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 항암 치료의 경우에도 젊은 환자에 비해 부작용의 빈도가 많으며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단순하게 나이로만 구분하면 안 되며,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겉보기에 쇠약해 보여도 잘 견디는 환자가 있는 반면 건강해 보여도 심각한 부작용으로 치료 방향을 바꿔야 하는 환자도 있다.
일반적으로 노쇠하면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 적극적 생명 연장 치료 보다는 완화 의료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노쇠함이라 함은 △연령 85세 이상 혹은 △일상생활 수행 능력부족으로 인해 의존도가 있으신 분 △세 가지 이상 동반 질환이 있으신 분 △치매, 선망, 우울증, 낙상, 요실금, 골다공증, 연하곤란(삼킴 곤란)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완화 의료란 호스피스라고도 하는데 삶이 제한된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는데 목적을 둔 의학 분야다. 노쇠하지 않더라도 암이 악성도가 낮거나 천천히 자라서 잔여 수명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 될 때도 완화 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치료의 위험도가 너무 높을 때도 완화 의료를 택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특히 노인 환자를 진료할 때 젊은 환자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적극적인 돌봄,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료진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며 다른 협조자들 (간호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자원봉사자 등)과 팀을 이루어 접근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같은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완화 의학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요망된다. 진 희 종 (효사랑가족요양병원 내과 원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