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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없는 두통, 혹시 담음(痰飮) 때문?

 

지난 연말,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아이가 두통을 호소하며 엄마와 함께 진료실에 왔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어 한참 들떠 있어야 할 시기였지만, 아이는 심한 두통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평소에 공부도 잘 하고 학교에서도 교우 관계가 좋은 편이라고 하였다. 체격은 약간 뚱뚱한 편이였으며, 식욕도 왕성한 편이여서 뭐든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는데, 특히, 고기 종류와 치킨, 피자 등의 인스턴트음식을 지나치게 좋아한다고 했다.

 

진료실에 오기 전에 내과, 이비인후과, 신경과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특별한 원인이 없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다고 했다.

 

한의학적으로 아이를 진찰한 결과 아이는 담음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담궐두통(痰厥頭痛)이었고, 이에 해당하는 적절한 침구치료 및 한약의 복용으로 깨끗하게 치료됐다.

 

허준 선생이 쓴 동의보감에 의하면 두통은 발생 원인에 따라 열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이 아이에게 해당하는 담궐두통이다. 담궐두통의 원인은 담음(痰飮)의 체내 정체이며 담음은 한의학적인 고유한 개념으로 우리 몸 안의 체액 성분들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여, 몸 안의 일정한 부위에 정체되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비(脾), 폐(肺), 신(腎) 세 장기의 기능실조와 관련이 있다. 특히 소화기 계통의 기능이 약해지면 주로 발생하게 된다.

 

담음이 우리 몸에 쌓이게 되면 발생하는 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어지럽거나, 속이 메스껍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짧고 거칠며, 몸이 자주 붓는 등의 증상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담음 때문에 발생하는 담궐두통 증상은 머리가 심하게 아픈데, 특히 꽉 끼는 머리띠를 동여맨 것처럼 양쪽 관자놀이를 기준으로 눈썹 부위까지 머리를 싸매듯이 아픈 것이 그 특징이다. 또한, 약간 역한 입 냄새를 동반하기도 하며, 배에서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다. 기름진 음식을 과식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하고, 대개는 약간 뚱뚱한 체형을 가진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담궐두통은 침구치료와 한약의 복용으로 치료할 수 있다.

 

침구치료에 있어서는 위장 기능을 조절해주는 상완)과 중완, 담음을 없애주고 소화를 도와주는 족삼리와 풍륭,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합곡과 태충, 두통을 없애주는 백회와 태양 등의 혈을 주로 선택한다. 한약은 담음을 없애주는 이진탕이나 육군자탕, 궁신도담탕, 반하백출천마탕을 증상에 따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

 

담궐두통 예방을 위해서는 소식하는 습관을 길러 전반적으로 음식섭취량을 줄이되, 특히, 육류나 인스턴트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일 중에서는 귤이 도움이 되는데, 한의학에서는 귤껍질을 진피라 하여 기의 흐름을 돕고 담음의 정체를 막아 소화를 도우며 가래를 삭여 주는 효과가 있어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한 생강이나 파, 양파 등의 발산성이 있는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담음을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 몸에 땀이 약간 날 정도의 운동을 매일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되는데, 이때의 운동으로는 줄넘기와 자전거타기, 등산 등의 유산소운동이 좋다.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적당한 운동은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 하겠다.

 

반복되는 두통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면 당연히 내과, 신경과 등을 찾아 그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한다. 그럼에도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반복되는 두통이라면 한의학적으로 담궐두통은 아닐까 의심해보자.

 

질병의 원인을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관점으로 양쪽에서 찾다보면 내 몸의 고통을 가장 빠르게 없애주는 지름길이 나올 수 있다.

 

한 상 건 (효사랑가족요양병원 한의사)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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