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내적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전봉호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59)은 침체돼 있는 지역발전을 위한 대안을 내부에서 찾았다. 그는 현재 전북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는 중앙정부를 비롯한 외부에서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지역 스스로 내재적 역량을 축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사회 공동체 운동'을 내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운동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그 속에서 도민들은 소외감과 패배감을 떨쳐내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렇게 되면 지역사회의 역량은 제고되고, 높아진 지역역량 만큼 지역발전이 앞당겨진다는 설명이다. 1시간이 넘는 인터뷰 동안 그는 변호사로서 뿐만 아니라 오랜기간 시민사회단체를 꾸리면서 느끼고 고민해 왔던 그만의 전북 발전방안을 풀어놨다.
-전북은 오래전부터 낙후탈피를 외쳐왔습니다. 하지만 항상 제자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상대적 낙후일 수도 있지만, 전북도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이나 패배감은 매우 큽니다.
"도민들은 오래전부터 개발에서 소외돼 변방으로 밀려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그랬고요. 그 만큼 도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이나 상실감이 깊다는 이야기죠. 그렇다고 앉아있을 수만 없죠. 따라서 이제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활력을 충전시킬 수 있는 내부 작업과 노력들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다양한 노력들은 시도됐습니다. 그러나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답을 찾아야 할까요.
"우리의 현실에서 찾아야 합니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주위 환경은 매우 척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먼저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주인이라는 것을 깨닫는게 중요합니다. 그 다음에 우리가,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의 힘을 모으면 가능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힘을 결집시키기 위한 목표가 분명해야 되는데요.
"내적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환경 및 생태계 파괴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북지역도 마찬가지로, 성장 잠재력이 많이 파괴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나 지역에서는 새로운 내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의 활력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다소 추상적인 말 같은데, 구체적으로 내부 활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제 생각으론 '지역사회의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역내 공동체가 제대로 구축되면 지역사회가 활력을 찾게 됩니다. 지역사회에서 활력이 넘치게 되면 도민들은 상실감이나 패배감을 떨쳐낼 수 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역발전의 동력이 되는 것이죠.
-공동체 구축이 어떻게 내적 역량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사례를 통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성장 잠재력이 파괴된 상태에서, 그리고 돈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첫째가 두뇌이고, 둘째는 사회적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셋째는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 각종 자원들을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중 두번째인 사회적 잠재력의 경우, 공동체 운동을 통해 가능합니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마을만들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마을단위의 역량을 키우는 사업입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동네 빵집의 경우, 현실적으로는 대기업에 대항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공동체를 구성해 지역에서 생산된 원료로 빵을 만들어 판매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어 주민 공동체가 운영하는 빵집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민 공동체는 그 이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때문에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게 되는 순환경제가 이뤄지게 됩니다. 주민 공동체는 현재 제도상으로도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형태는 다양합니다. 이와같은 작업들이 지역사회 곳곳에서 진행된다면 지역사회 내적 역량은 자연스레 키워지게 될 것입니다."
-결국 지역 사회의 공동체 구축이 지역발전의 출발점이라는 것인데, 공동체가 구축된다고 해서 지역발전이 이뤄지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데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현실속에서 답을 찾자는 것입니다. '뜬 구름 잡기'식의 공허한 이야기 보다는 실천이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분야별 여러가지 방안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랜기간 시민사회활동을 해온 제가 볼 때는 보면 공동체 구축을 통해 내적역량을 제고시키고,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게 가장 현시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도민들도 지역발전에 대한 생각, 즉 패러다임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북도민들의 성향은 여타 지역에 비해 소극적이라고 합니다. 이는 지역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동안에는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거창한 구호나 막연한 애향심에만 호소하기 보다는 도민들의 공동 관심사를 만들어주는 방식이죠. 참여할 수 있는 의미만 제대로 찾아준다면 그 어느지역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판을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도민들에게는 낙후탈피를 위한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끝으로 지역사회 발전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어느때 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사실 시민사회단체의 역량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실시된 총선과 대선 등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적잖은 활동가들이 정치에 뛰어들면서 더욱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더불어 지나치게 정치색을 띠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문제이지 전체의 모습은 아닙니다. 현재는 시민사회단체가 변화의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각 단체들은 정체성 확보 등의 내부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의 활동도 시대흐름에 맞게 더욱 새롭게 변화될 것입니다."
 
    
이강민기자 lgm1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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