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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린 동기생과 문학기행 행복"

작년 동서문학상 장려상 더 공부하려 대학원 진학

60대 중반의 나이로 우석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시 공부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던 고순자 씨(68세)는 대학 4년 동안 평점 4.5점 만점에 4.03점을 맞아 '학과 수석'으로 졸업, 화제를 낳고 있다.

 

고순자 씨에게 졸업은 열정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졸업식을 끝으로 평범한 어머니로 할머니로 일주일정도 머물다가 오는 3월 4일 입학식으로 치르고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이어 조금 더 문학에 대한 깊이를 느껴보고자 하는 열정이 대학원으로 이끌었다.

 

"학과의 특성상 문학기행을 자주 가는데 학과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나이 어린 동기생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문득 젊은 날로 돌아가거나 나이를 잊고는 했던 것 같습니다. 문학을 이야기하면서 모두가 융합이 되었던 것이겠죠"

 

시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고순자 씨는 노력하는 공부벌레였다. 휴강이 있을 때면 못내 아쉬워하곤 했다. 그런 탓에 휴강을 좋아하는 동기생들은 때때로 그녀로부터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수업시간에 습작한 작품을 놓고 열리는 품평회에서도 삶의 경륜이 녹아있을 자신의 작품에 대해 동기의 비평이 이어져도 부드럽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문학에 스며냈다.

 

이 같은 노력은 4학년이었던 지난해 10월 동서문학상에서 입선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에서 1만9천여 편이 몰려 기성문단보다 치열했던 공모전에서 고순자 씨는 '찔레가 다녀가다'라는 제목의 시를 출품해 장려상을 받았다. 한국전쟁 당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은 자전적 시였다.

 

사실 고순자 씨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부터 삶을 수필에 담아왔다. 2005년에는 수필시대에 등단하면서 기성 수필가로서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지금, 어렸을 적 글쓰기를 좋아했던 문학소녀에서 수필로 풀어냈던 삶의 희로애락을 시로 승화시켜가는 과정에 있는 셈이다.

 

"앞으로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시, 서정적인 시를 쓰고 싶다"는 고순자 씨는 5년 전, 슬하에 4명의 자녀가 모두 성장해 제 밥벌이에 나서자 마음에 담아 두었던 문학 공부를 슬그머니 꺼냈다. 어머니로서 자신의 삶보다는 자식의 뒷바라지가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그 어머니는 2008년 3월, 60대 중반의 문학소녀로 대학에 입학해, 동기생들로부터 '이모님'으로, 스승인 교수로부터 '여사님'으로 불리며 문학수업에 매달렸다.

 

그로부터 4년의 학업을 마친 고순자 씨는 22일 열린 우석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1383명을 대표해 강철규 총장으로 학위기를 수여받았다. 또한 학과 전체수석에게 주어지는 문화사회대학장상을 수상했다.

정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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