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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청년에게 잔소리 대신 응원을

우리의 미래는 사회 개선 나선 청년 손에 달려

 

요즘 한창 '핫'한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은 인류와 인간을 잡아먹는 거인과의 싸움을 주제로 한다. 거인의 공격으로 멸망위기에 처한 인류는 거대한 삼중의 벽을 쌓아 100년의 평화를 누린다. 오랜 평화에 거인을 향한 인류의 창끝은 녹슬었다. 어린 아이인 주인공 '에렌'은 이를 지탄하지만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벽 밖의 세상을 탐구하는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에렌은 "이런 삶은 마치 가축 같다"고 일갈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벽보다 더 큰 초대형거인이 나타나 벽을 무너뜨린다. 수많은 거인들이 벽 안으로 쳐들어와 인간을 잡아먹는다. 에렌의 엄마도 속수무책으로 잡아먹힌다. 에렌은 복수를 다짐하고 군대에 지원한다.

 

대학언론은 오랜 세월 대학의 지원을 받으며 복지부동의 생활을 누려왔다. 기성언론사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폐간하는 곳도 많았지만 대학언론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대학본부에 편집권 자유를 특별히 요구지 않는 한, 운영하는 데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대학들마저 신자유주의라는 거인의 공격에 무너지고 있다. 기업식 구조조정이라는 구멍을 통해 들어온 거인에게 대학언론은 폐간 또는 예산삭감이라는 무자비한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전북대신문에서 3년을 보낸 필자는 이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했고, 그 문제의식은 지난주에 대학언론협동조합을 창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은 대학언론사간의 교류 및 연대를 활성화하고 대학언론 위상 증대를 목표로 한다. 편집권 독립은 지상과제다. 지금 조합원으로 가입한 단위는 10개에 불과하지만 구두로 가입을 약속한 단위들을 포함하면 곧 20개가 넘을 예정이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은 소리 없는 수요에 따라 대학언론을 대표하는 공식 단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본부의 편집권 탄압에 대한 후속조치를 자문하는 전화가 연결 중이다.

 

사실 이런 단체가 생겨난 것이 특별히 새삼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청년 사회 곳곳에는 에렌 같은 사람들이 광범위하면서도 미시적으로 퍼져있다. 청년 대안농업 협동조합 '파절이', 소외된 기능인을 돕는 동아리 '인액터스', 악동뮤지션 등을 발굴한 청년 뮤지션 매니지먼트사 '프로튜어먼트', 알바생 처우 개선을 외치는 '알바연대', '청년유니온' 등 수많은 청년과 단체들이 저마다 가까운 삶의 현장을 바꾸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많은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이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만을 챙긴다며 손가락질한다. 그래서 필자는 대학언론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하면 기성세대는 환호할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뻘짓하지 말고 군대나 가라', '취업은 언제하고 결혼은 언제하냐', '그거 해서 되겠냐'는 둥. 앞서 말한 단체들을 이끄는 청년들도 수없이 들었던 잔소리다. 평화로운 시기, 군대에 지원한다는 에렌을 뜯어말리는 부모님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자서전 「미완의 시대」에서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 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의 미래는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분연히 나선 청년들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에게 부탁드린다. 취업준비 안하고 쓸데없는 짓 한다고, 빨리 철들라고 잔소리하는 어르신들. 걱정은 감사합니다만 굶어죽지 않을 자신은 있으니 응원하고 격려해주시면 더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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