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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같은 수업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체험활동 통해 추억 쌓은 즐거운 수업

▲ 신은지 전주교대신문 편집장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선생님 소개를 하자면……"

 

엊그저께에 첫 멘토링 봉사를 한 것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마지막 멘토링 수업만이 남아 있다. 나의 멘티들은 초등학생 3학년 여학생 한 명과 4학년 남학생 두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학년도 다르고 성별도 다른 세 명의 아이들을 두고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에 대해 늘 고민했다.

 

그래서 어느 날은 만들기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평소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혹시 따로 사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들이라면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이들은 바늘에 찔린 풍선마냥 나에게 "선생님, 저는 이 멘토링 끝나고 또 다른 멘토링 가야해요. 거기서는 문제집 풀어요.", "저는 오늘이 제일 싫어요. 왜냐하면 영어 학원 가야해요.", "이거 말고 있다가 일층 가서 수학 방과 후 수업 들어야 해요."와 같은 답변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물론 요즘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바였지만 실제로 멘티들을 통해서 직접 듣는 현실에 적지 않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정작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에 대한 해결책도 찾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공부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쿠키와 무를 이용한 미국의 한 실험을 소개하였다. 우선 한 장소에 쿠키와 무를 두고 A집단에게 쿠키를, B집단에게 무를 주고 먹게 하였다. 그러자 B집단은 A집단들이 쿠키를 먹는 모습을 엄청 부러워했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두 집단이 동시에 수학 문제를 풀게 하였을 때 B집단은 A집단보다 수학문제를 느리게 풀었다고 한다. 과연 이러한 결과는 우연이었을까? 결론은 아니다. B집단은 이미 쿠키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자제력을 미리 써버렸기 때문에 A집단보다 수학문제를 늦게 풀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말씀하시기를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야", "공부는 의지의 문제이다."라는 조언을 해주신다. 아예 근거 없는 말씀은 아니다. 하지만 보통의 자제력과 의지력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쿠키 없이 수학문제를 풀기란 너무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이것은 성인인 나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고 또 아직 너무나 어린 초등학생들에게도 예외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세웠던 학업계획서와는 다르게 모든 수업을 다시 짰다. 아이들이 만들기 수업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찰흙이나 신문지, 색종이 등을 이용한 표현 수업을 하고 때로는 밖에 나가서 시장 구경을 하거나 땅따먹기 게임을 하였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수업이 어려운 날에는 교실 바닥에 앉아서 공기놀이도 하고 같이 책도 읽으면서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늘 즐겁게만 수업은 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이러한 놀이 형태도 또 하나의 수업이라는 개념이 잘 형성되지 않은 까닭에 갑자기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리코더를 연주하는 등 골치 아픈 일도 종종 발생하였다. 그러나 내 꾸중에도 불구하고 땡땡이 치지 않고 늘 교실을 찾아와주던 아이들이 참 고맙고 대견스럽다.

 

다음 주면 초등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이 아이들과의 멘토링 수업도 끝이 난다. 내가 의도한 대로 '쿠키'같은 수업은 되었을련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한 학기동안 좋은 추억을 안고 끝냈다면 내 의도의 50프로는 성공한 것은 아닐까?

 

△ 신 편집장은 2011년 전주교육대 실과교육화에 입학한후 작년 3월부터 전주교육대 신문사 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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