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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빈들에 서서

▲ 유대준
고향 집 대청마루

 

어머니 잔기침이 봉지에 쌓여 매달려 있다

 

해가 바뀌면 푸른 잎이 돋아

 

꽃피우고 열매 맺던

 

씨앗들이 입춘의 아침부터 기침을 한다

 

아무도 소리 듣지 못한다

 

아니, 아무도 소리 듣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더 이상 씨앗 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잡초를 뽑기보다는 이미

 

뿌린 씨앗의 싹을 뜯어내는 일이다

 

들판의 곡식도 농부의 잔소리 듣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

 

입춘의 이른 아침부터 잔기침에 깬 어머니

 

먼지 쌓인 빈 봉지

 

만경들 지나는 바람에 날리고 있다.

 

 

*유대준 시인은 1993년 '문학세계'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눈 바로 뜨고 게는 옆으로 간다', '춤만 남았다' 등이 있다. 현재 전북대병원 영상학과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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