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 급증하는데 예산 태부족…복지 갈길 멀어 시설·운영 전반 모니터링, 즉각 피드백 시스템 필요
"나 만나는 시간은 저녁 시간 뿐여, 밥만 먹으면 경로당으로 출근 허니까."
익산에 살고 있는 김모씨(89·부송동)는 허리가 아파 유모차에 의지하면서도 경로당에 가는 것이 마냥 즐겁고 마음 편하다. 그곳에 가면 친구들도 만나고 새로운 소식도 듣는다. 후배 노인이 차려준 점심도 같이 하고 TV도 보고 화투 놀이도 하면 어느새 하루해가 저문다. 인근 단체에서 점심 초대가 있는 날이면 마음까지 설렌다고 한다.
경로당은 노인여가복지시설 가운데 지역사회 노인들의 접근도와 친화도가 가장 높은 시설이다. 노인들이 자율적으로 친목을 도모하고 취미활동과 공동 작업장 운영, 정보 교환과 게임 등 여러 가지 여가활동과 소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로당이 나이 든 노인들의 단순한 머뭄방이나 시간을 보내는 쉼터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변화하는 사회와 노인복지 개념의 요구와 필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인구 고령화와 경로당 이용 및 시설 현황
우리나리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민전체 인구 5165만719명의 11.7%인 707만 854명이다. 한국의 노인인구 비율은 2020년엔 전체인구의 15.7%, 2030년엔 24.3%, 2060년엔 40.1% 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13년 전북의 노인인구 비율은 전 도민 인구의 17.5%로, 전국 시·도 가운데 전남에 이어 두 번 째로 높다. 전주, 군산 등 시 지역을 제외하면 군 지역의 노인인구는 30% 안팎으로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 도민의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가 될 날이 앞으로 6년 밖에 남지 않았다. 전국 평균보다 약 10년을 앞당겨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얘기다.
노인인구가 가파르게 증가되는 상황에서 노후의 여유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노인의 당면한 생활문제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이다. 경로당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노후생활과 문화공간으로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북의 경로당 수는 전국 경로당 6만1859개의 10.37%인 6418개이며 이용인원은 18만4960명이다. 경로당 수로만 보면 전국 평균이 노인 90.8명당 1개소인데 비해 전북은 45.8명당 1개소로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전북의 경우 노인 회원 수가 부족해서 인가를 받지 못한 비인가 경로당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아진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1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여가문화 활동 장소로 자기집(33.4%)에 이어 경로당이 27.3%로 두 번째로 높고, 근린공원이나 산, 바다(18.5%), 노인복지관(7.3%)이 뒤를 이었다.
여가문화 활동 장소는 노인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자기 집이나 경로당 이옹 비율이 높았다. 경로당 이용 회원은 70세 이상 노인들이 80%를 차지한다.
전북발전연구원의 전라북도 노인생활실태조사 및 정책방향연구(2012)에 따르면 우리 도의 노인들이 하루 일과를 주로 보내는 장소로 자기 집이 56.2%, 경로당이 23.75로 나타났다.
◇ 문제점 및 대책
노인들에게 경로당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거나 쉬는 정도의 무의미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경로당이 노인 사회의 변화와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운영 예산과 재원이 턱없이 모자라고 노인 연령과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며 지역사회 주민의 지원과 관심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설과 설비, 여가활동 도구와 자료의 부족도 예외가 아니다. 올 상반기에 문을 연 전국 시·도별 경로당 광역지원센터의 경로당 복지 증진과 운영 활성화에 대한 역할도 아직은 역부족이다.
경로당은 노인들의 수준과 요구에 맞는 여가 선용과 문화향유의 공간, 신체 건강 및 유지 향상을 위한 수련의 장소,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교류, 그리고 소득과 자원봉사활동의 기회가 주어지는 삶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노인 행복의 중심 공간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경로당의 시설과 운영 전반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경로당에서 취사와 취미생활까지 함께할 수 있는 공동생활 운영체제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노인 회원들도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자립적이고 능동적이며 개방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조적인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경로당 지도자와 업무담당자는 노인과 함께 사는 삶의 구성원으로서 정직하고 봉사적인 자세로 경로당을 노인이 행복한 공간으로 만드는데 앞장 서야 한다.
인구 고령화는 정상적인 사회발달과정이라는 명제를 수용하면서'제3의 인생'을 살아가는 노인 사고 즉, 빈곤과 질병, 무위, 고독에서 해방되는 여가와 복지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단순한'이야기방', 화투나 TV에 매달리는 '머뭄방'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여가와 문화를 누리는 '문화방'으로, 평생 학습하고 즐겁게 일하는 '평생 삶터'로 자리매김할 때 노인 사회는 더욱 살 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신 정 모 (전북실버뉴스레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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