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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정읍제일고 - 전국 3대 명문 농업고…'인재 양성 메카' 명성 되찾기 시동

장관·국회의원·교육감 등 각계 두터운 인맥 자랑 / 실업교육 그늘 학생수 급감, 신입생 확보 어려움 / 취업 역점 특성화고 차별화 통한 새 돌파구 모색

▲ 정읍제일고 전경(위)과 학생들의 동학농민혁명 재연 행사. 사진제공=정읍제일고

정읍제일고 정대주 교장은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학교지만, 학생수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서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중입니다.”

 

정읍 지역의 특수성도 한 몫 했다. 인구 12만 명도 안되는 지역에 중등학교 11개가 몰려 있어 학생수 부족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개교 104주년을 맞는 정읍제일고는 과거의 명운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장관만 3명 배출

전국 3대 명문 농업고로 꼽힌 정읍제일고는 동문들의 이름만으로 그 존재감을 과시한다. 특히 정계·관계·재계·교육계·종교계까지 두루 아우르는 동문들의 활약은 명문고의 자긍심을 잇게 만든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정읍제일고 동문 중 역대 장관이 세 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고(故) 정준모 전 보사부장관(10회)은 일제 강점기 때 법조인·경찰을 거친 뒤 3~4대 국회의원, 보사부장관을 역임했다. 공노명 아시아재단 이사장(38회)도 요직을 두루 거친 중량급 외교관이었다. 1983년 외무부 정무차관보 재직 당시 중화인민공화국 민항기 불시착 사건의 협상 대표로 나섰고, 초대 모스크바 영사처장을 맡아 한국-소련 수교의 수훈갑이 됐다. 비록 1개월 남짓이었으나 허재영 국토정책연구원 이사장(40회)도 건설부장관을 지냈다.

 

국회의원·도지사·시장을 거친 동문들도 차고 넘친다. 신석빈 전 국회의원(14회)은 정준모 전 장관보다 먼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 전북도청 내무국장을 맡았으나 6·25 전쟁으로 납북된 뒤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했다.

 

고(故) 송능운 전 국회의원(18회)도 일제 강점기 시절 정치가이자 기업가로 활동했다. 한 때 교편을 잡기도 했으나 신태인읍주조장을 경영하면서 도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1950년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점을 찍었다.

 

전북교육감과 국회의원을 거친 고(故) 설인수씨(33회)는 부안군수, 국립도서관장을 거쳐 제3~4대 전북교육감을 역임했다. 순창·임실·남원 지역의 제10대 국회의원으로 출마, 전국 최다 득표로 국회에서 문공위 간사로 활동했을 만큼 식견과 경륜을 높게 평가받았다. 김원철(37회), 이형근(38회), 김계식(45회), 김연식 씨(47회) 등 교육장을 거친 동문들도 많다.

초대 민선지사인 김상술 전 도지사(29회)는 군산 화력발전소·섬진강댐 등을 건설하는 등 지방자치의 사회·경제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윤철상 전 국회의원(58회)과 국승록 전 정읍시장(38회)도 정계 동문 중 빠지지 않는다.

 

종교계는 송월주 스님(42회)의 영향력이 가장 막강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나 역임했으며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된 1980년대 말부터 시민운동에 참여해왔으며, 지역감정해소국민운동협의회 공동의장·경실련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유종섭 전 (주)외환카드 대표이사 사장(43회)은 한국여신전문금융업협회 회장, 부영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친 CEO로 재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취업 역점 경쟁력 관건

 

정읍제일고의 교명 변천사는 근대 최초의 실업교육학교의 그늘과 맞물린다. 공업이 우선시되면서 1988년 농고에서 농공고로 변경됐고, 2003년부터 농공고라 불렸던 실업계 고등학교 명칭이 사라지면서 지금의 정읍제일고가 됐다.

 

1990년대 초엔 농업 계열이 공업 계열보다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생겼고, 한때 재학생 1566명의 10학급에 달했던 학급수가 494명의 6학급으로 감축됐다. 뒤이어 3만여 평(9만9000㎡)이던 부지도 남북로 등 도로 개설과 학생복지회관 신축 등으로 줄어들면서 양분되며 부침을 겪었다.

 

이 같은 현실에서 한식·양식조리사 자격증 획득, 농업·공업·컴퓨터 기능사 자격증 취득, 골프 선수 육성 등을 통해 취업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 운영에 고심 중이다. KPGA 정회원으로 활동 중인 안정건 군(3년)을 비롯해 세미 골프 선수 4명은 골프 인재로 주목을 모은다.

 

정읍제일고의 최대 고민은 신입생의 확보다. 정대주 교장의 열성으로 올해 입학생 미달 사태는 면했다. 이에 대해 정 교장은 “다른 지역의 경우 특성화고 진학 선호가 늘어나는 반면 전북은 학부모·학생의 관심이 적다”며 안타까워했다. 공단을 끼고 있는 수도권·경북지역의 경우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보는 반면 공단이 거의 없는 전북의 경우 ‘대학 진학이 먼저’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가 특성화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늘리면서 무상교육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정예부대로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

 

정 교장은 “다른 지역의 경우 특성화고 학생들이 전자·전기, 디자인, 금융 등 각 분야에서 실력 있는 산업 역군으로 육성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일반고 학생들 보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특성화고에 진입하고, 기업에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면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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