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20:50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22. 김제 중앙초 - 의식있는 지주들 보루서 공원 같은 배움터로

광부·간호사 파독 협상 이끈 백영훈 박사 배출 / 그린스쿨 ·U-러닝 선도학교 지정 새롭게 도약

▲ 동문들이 십시일반 모아 건립한 연필모양의 100주년 기념비

김제중앙초등학교(교장 문홍근) 입구에 들어서면 왜 그린스쿨인가를 곧바로 알 수 있다. 편백나무 벽으로 건립된 건물과 소담한 숲길은 ‘아토피 없는 아이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건립한 연필 모양의 100주년 기념비는 과거 명문으로 꼽혔던 김제중앙초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것이다.

 

△ 지주의 자존심으로 건립된 김제중앙초

 

1911년 설립된 김제중앙초는 올해로 개교 102주년을 맞았다. 최고의 곡창지대였던 김제는 일본이 가장 발빠르게 접수한 곳 중 하나. 일제강점기 문화통치 일환으로 세워진 김제중앙초는 그러나 의식있는 지주들이 지켜온 자존심의 마지막 보루였다. 조광수씨는 “천석꾼이었던 증조부(조인행)가 김제중앙초 건축비로 1000원(75억 원)을 내놓았다. 건물의 앞 건물·강당은 그렇게 설립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증조부의 유지(遺志)를 잇기 위한 공적비 건립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사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면서도 김제중앙초를 향한 곡진한 애정은 유감없이 나타냈다.

그럼에도 김제중앙초의 초창기 역사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심재만 총동문회 사무국장은 “1960년대 교실이 모자라 강당에서 칸막이 수업을 받았는가 하면,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었다”면서 “그러나 교실은 언제나 학생들로 바글바글했다”고 기억했다.

문홍근 교장은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지조와 강한 의지로 상징되는 소나무는 김제중앙초의 상징”이라면서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이 함양되는 교육으로 교육가족이 만족하는 요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백영훈 KDI 원장 등 학교를 빛낸 동문

김제중앙초 총동문회의 결집력은 100주년 기념사업 때 빛을 발했다. 당초 100주년 기념사업 불가론이 나왔을 정도로 동문들은 회의적이었다. 학교 관련 자료는 물론 역사를 기억하는 동문들이 뿔뿔히 흩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쇠락해가는 명운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빛낸 동문들은 김제중앙초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전설적인 인물은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원장(33회)일 것이다. 1960년대 정부의 대표단을 이끌고 서독의 경제부 노동국장을 만나 3000만 달러의 차관을 빌리는 조건으로 광부와 간호사를 서독에 파견하는 협상을 이끈 주인공. 그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 국비 유학생으로 서독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독일 박사 1호다.

 

전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유홍렬 덕암학원 이사장(40회)과 10년 넘게 총동문회장을 맡았던 김연준 전 전북법무협의회 회장(43회)은 김제중앙초를 대표하는 또다른 동문. 나우진 전 김제시의회 의장(39회), 조종곤 전 도의원(45회), 이광록 전 도의원(53회) 등 동문이 정계에 포진해 있으며, 김윤철 군산대 교수(57회)와 박종원 우리한방병원 원장(67회)은 학계와 의료계를 대표한다.

 

한 때 김제중앙초는 배드민턴 명문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정소영(68회) 덕분이다. 1980~90년대 세계여자 배드민턴계를 주름잡았던 그는 국제배드민턴연맹(IBF)의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 친환경 녹색학교 차별화

 

김제중앙초는 2009년 그린스쿨로 지정됐다. 1년 공사 끝에 자연친화적 학교로 리모델링 된 김제중앙초 곳곳엔 나무와 생태형 연못을 조성해 공원에 버금가는 조경을 마련했다. 태양광 옥외 가로등을 설치해 지열을 이용한 에너지 설비를 갖췄으며, 아토피로 고생하는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편백나무와 친환경 페인트로 개보수했다. 송민영 교감은 “학교 담을 없애는 대신 학교 숲을 조성했다. 그 결과 언제든지 주민들이 와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0년 U-러닝 선도학교로 선정된 김제중앙초는 학생 1명 당 PC 1대를 사용할 만큼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한 시설은 거의 빈틈이 없어 보인다. 배드민턴 선수 육성에서 최근 수영 선수 배출에 주력하고 있는 김제중앙초는 새로운 명문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문홍근 교장은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고, 오늘은 선물”이라면서 “1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교육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