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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권하는 사회 (하)학원 실태] 8개월간 2400만원…학부모 등골 휜다

기숙형 전북엔 '0곳' 합격 꿈 찾아 학생들 서울로 / 한달 최대 300만원…사교육비 매년 3조 '줄줄'

최모씨(21)는 올해로 삼수생이다. 재수를 거쳐 서울 중상위권 대학의 기계공학과에 합격했지만, 의대 진학을 위해 또다시 수험생이 됐다. 최씨는 또 “전북은 아무래도 정보가 적고 기숙형 학원이 없어 종일 붙들어 놓지 않아 쉽게 느슨해진다”며 서울지역 기숙학원행을 선택했다.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포함한 한 달 학원비는 200만원 안팎으로, 입시 준비기간인 8개월 동안 2400여 만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는 대학 5학기 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재수를 권하는 사회’다. 학생들은 ‘상위권 대학의 프리미엄과 졸업 후 취업 가능성’을 앞세워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학부모들마저 침묵의 동행을 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표한 2013 한국교육종단연구-대입 재수생의 특성과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재수 결정에는 학생의 경제·거주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의 월평균 수입이 600~800만원인 학생의 경우 25.2%가 재수를 선택한 반면, 200만원 미만 학생의 경우 8.7%에 그쳤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재수 비용 면에서 전북과 서울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타났다. 수도권에 위치한 기숙형 재수학원의 경우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포함해 한 달 학원비가 200만~300만원 선이다. A기숙학원은 수업료 147만원, 기숙사비 148만원 등 한 달에 총 295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종합재수학원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B종합재수학원의 경우 한 달 수강료가 85만원으로 교재비 22만원, 급식비 20만원, 셔틀버스비 6만원, 모의고사비 1만원 등을 감안하면 월평균 최소 110만원이 든다. 특별 강의가 듣게 될 경우 과목당 10만원씩 추가된다. 이외에 월세·용돈 등을 합하면 최소 200만원이 든다. 예체능 재수생들은 실기학원 비용까지 투입되니 학부모들의 등골은 휠 수밖에 없다.

 

반면 전북지역 5곳 안팎의 종합재수학원의 경우 한 달 수강료가 60~70만원 대다. 여기에 교재비 15만원, 급식비 21만원, 셔틀버스비 6만원, 모의고사비 1만5000원 등이 추가되면 한달 평균 100만원 대의 비용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특별 강의가 포함되면 과목당 10~15만원씩 추가된다. 용돈을 포함하면 150만원은 족히 드는 셈이다.

 

결국 1인당 재수 비용을 200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매년 전국적으로 재수생 15만여 명(추정인원)이 쓰는 비용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재수로 1년 늦게 사회에 진출하는 비용까지 합치게 되면 손실되는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재수를 하게 된 이모씨(20)는 “성적 올리는 일도 스트레스지만, 자꾸 돈을 생각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스트레스”라며 “돈 없으면 공부도 못하는 시대인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평수 전주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재수 광풍은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입학했느냐에 따라 사회적 위치가 결정된다는 그릇된 고정관념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에 입학했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위해 대학 4년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좀 더 진취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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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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