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공약들 상당수 말잔치에 그쳐
이제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물론 2개월가량 남았지만, 그건 일반인들의 생각일 뿐 정치인들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러다보니 산과 들에 핀 봄꽃이 치열하게 자리 경쟁을 벌이며 상춘객을 유혹하는 것처럼 표를 모으는 공약들을 동시다발로 터트리고 있다. 이들 장밋빛 공약은 도지사와 시장·군수, 그리고 교육감 후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당선되고 싶은 광역 및 기초 의원 후보들도 앞 다퉈 정책 공약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선거공약들은 상당수가 말잔치에 그쳤다. 역대 대통령들은 중간평가(노태우), 쌀시장 개방 저지(김영삼), 의원내각제 개헌(김대중), 청와대 이전(노무현), 과학 비즈니스벨트 선정(이명박)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국익과 사회질서 등을 이유로 지켜지지 않았다. 현 박근혜 정부도 표심에 던졌던 기초선거 공천 폐지의 공약에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결국 파기를 선언했다.
이런 위약 현상은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겼다. 선거학습의 반복에 따라 ‘헛공약’이 어느 정도 퇴조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선심성으로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공약에 대한 비교·검증도 최소한 선거일 60일 전까지 공천을 완료한 뒤 발표돼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여야일정마저 지연되면서 제대로 된 미래계획서가 나오고 충분한 평가가 이뤄질지 우려된다.
더군다나 이번 선거는 야권 통합 등 중앙정치권의 이슈에 갇혔을 뿐 아니라 1000명 안팎의 후보들이 도내에서 나설 것으로 보여 무슨 수로 검증하고, 걸러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시간에 허덕이는 사람이라도 도지사와 교육감 정도는 대강 점지하고 있겠지만, 기초선거는 후보 난립에 따른 다자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커지면서 필통 속에 나란히 도열한 색연필처럼 고만고만한 무슨 의원, 무슨 인물들에 대해선 판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황당한 공약은 정책이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활동 계획을 나열하거나 예산편성과 집행을 어떻게 감시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공약만 내세운다면 주민생활에 별 고민하지 않은 후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와 함께 단체장 선거공약은 재정범위에서 제시돼야 한다. 매니페스토 운동이 한계가 있고, 각 캠프에서 개발 중인 비밀병기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면, 아예 단체장 공약을 예산규모로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거짓말 정치인에게 매서운 철퇴를
마찬가지로 후보들도 좀더 정직해져야 한다.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행복한 신데렐라로 만드는 기적을 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유권자 앞에 솔직히 밝혀야 하지 않을까. 누가 있어 ‘우렁각시’처럼 일터에서 돌아오면 공짜로 집 안에 밥상을 차려줄 수 있으랴. 오히려 평지에 풍파를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이고, 또 ‘공짜’로 주지 않아도 좋으니 주민들의 ‘쪽박’이나 깨지 않으면 도와주는 것이다.
정치권 탓만 하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다. 거짓말 정치인은 매서운 철퇴를 가하도록 유권자가 변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 거짓말은 파렴치한 사회범죄행위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바뀌고 우리의 삶이 꽃피게 된다. 그러려면 학계·시민단체·언론 등이 지나간 선거에서 무엇을 했는가를 깊이 성찰하고, 돌아온 이번 선거에서 각자의 몫으로 새롭게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것이 늪에 빠진 전북의 살림을 뜯어고치는 출발이다. 과연 우리 복이 이 정도에서 끝날 건지 아니면 더 뻗어갈 건지 기로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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