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판매점보다 최대 50%까지 저렴 / 조합원에겐 소 등급 따라 장려금 지원 / 소비자 문전성시 각지서 견학 잇따라
지난해 8월 31일 완주군 고산전통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완주한우협동조합 쇠고기 판매장이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판매장은 1층에서 쇠고기 정육을 팔고, 2층에선 이를 조리할 수 있는 음식점을 배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완주한우협동조합 판매장의 성공은 매출액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3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4개월 동안 판매실적은 19억6000만원. 이는 2층 식당 기준으로 일평균 489명이 방문, 한우 248두를 먹어 치웠다는 계산이다.
판매장과 음식점의 명성이 입소문으로 번지면서 올 들어 매출액이 더욱 급상승하고 있다. 올해 5월말 기준 2층 식당을 찾은 방문객수는 하루 평균 514명. 총매출액으론 26억3600만원에 이른다.
판매장과 음식점의 성공은 좋은 쇠고기를 싼값에 먹을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이 같은 장점은 조합원들이 키운 한우를 중간유통 마진을 완전히 없앤 직거래 방식을 도입하면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한우 사육농가들이 소를 파는 유통망은 중개인을 통한 ‘문전거래’, 농축협을 통한 ‘계통출하’ 이다. 문전거래는 대개 소를 구입하는 상인한테만 중개료를 받는 게 관례이므로 중개인이 구입자의 입장에서 일하기 마련이다. 또 계통출하는 출하예약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일반 농민은 예약에 어려움을 겪고, 출하를 위해 현장에서 3-4일 기다리는 건 예사이다. 그러기 때문에 대기기간에 소의 체중이 감량하고, 이는 사육농가의 손해로 되돌아온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완주한우협동조합은 이들 방식에서 비롯되는 조합원들의 손해를 막기 위해 직거래를 통해 한우를 구매하고 이를 판매대에 올린다. 직거래는 기존의 4-5단계에 이르는 유통단계를 없애고, 이들 중간마진을 생산자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한다.
완주한우협동조합은 중간마진을 없앤 직거래의 이익을 소비자에게도 돌려주는 방식을 채택, 생산자-소비자의 공생관계를 형성하는 데 지향점을 두고 있다. 완주한우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생각으로 판매장을 운영한다”며 “소비자들은 쇠고기 전문점 대비, 50%까지 싼 값에 건강한 쇠고기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우를 생산하는 조합원들의 소득도 크게 늘었다. 소를 파는 과정에서 며칠씩 기다리며 체중감량을 감수해야 하는 고통도 사라졌고, 등급에 따라 협동조합으로부터 장려금까지 받는다. 장려금은 마리당 1등급 투플러스는 40만원, 원플러스는 30만원, 1등급은 20만원이다.
완주한우협동조합은 이같은 직거래 방식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사실상 ‘전국 최고 가격’을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협동조합의 부흥은 회원숫자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2012년 11월 조합원수 38명으로 출발한 완주한우협동조합은 현재 156명으로 크게 늘었다. 협동조합은 “직거래와 판매장 운영, 협동조합 경영 등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관망적 자세를 취했던 한우농가들이 이젠 잇따라 가입을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출발 당시 3억8000만원이었던 출자금이 7억7000만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판매장이 문을 연지 채 1년도 안된 상황에서 전국 각지에서 선진지 견학을 위해 완주한우협동조합을 찾는 이유는 전문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조영호 이사장은 “우리는 한우에만 집중하고, 이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파악하는 한편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한다”며 “한 우물을 파는 사람들만의 장점이 발현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조영호 이사장 "축산농 부채 악순환 주요 원인은 유통구조"
완주한우협동조합 조영호 이사장(53)이 한우를 키우기 시작한 때는 2004년부터이다. 벼농사를 비롯 경종업에 종사하던 조 이사장은 일상적인 농삿일은 힘든 만큼 소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축산업으로 전업했다.
“경작하던 논에 축사를 지었지요. 처음엔 한우 서너 마리를 입식해 한우업계에서 걸음마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한우도 흘린 땀방울만큼 보답을 주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렇지만 묵묵히 한 마리 두 마리 한우를 늘려나갔다. 확대된 축사 규모에 비례해서 빚도 증가했지만 크게 괘념치 않았다. 소걸음처럼 지나온 세월을 따라 조 이사장의 사육두수가 무려 300마리로 늘었다.
“20년 동안 한우를 키워왔지만, 대부분의 기간 동안 소를 팔아 봤자 사료값을 갚기도 힘들었습니다. 결국 2억원 넘는 부채만 떠안은 셈이죠.”
억대의 빚을 해결하기 시작한 시기는 겨우 지난해부터이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추석 이후부터 한우 가격이 회복세를 보였고, 지난달 키우던 소 일부를 팔아 빚 1억5000만원을 정리했습니다. 다음달에도 소를 팔아 나머지 빚마저 해결할까 생각중입니다.”
축산농민들이 이렇게 부채의 악순환에서 허덕이는 이유는 잘못된 유통구조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조 이사장의 생각이다.
“많은 농민들이 키운 소를 파는 통로는 중개업자입니다. 일명 ‘문전거래’로 불리는 이 방식은 농민들에게 불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은 원가 건지기에도 벅찬 게 현실이죠.”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협동조합’이다. 조 이사장을 비롯 한우협회 완주지부 회원들은 힘을 모아 지난해 1월 전북 제1호 협동조합인 ‘완주한우협동조합’ 설립 승인을 받았고, 이를 통해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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