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으면 기력 떨어져 체육센터서 클럽 단위 활동 / 건강 챙기고 자신감도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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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전주 종합경기장에 위치한 전북체육회관 1층 장애인 체육시설에서 휠체어를 탄 거북이 탁구클럽 회원들이 탁구 경기를 하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 ||
똑딱, 똑딱, 똑딱~
매주 월, 화, 목요일 오후가 되면 전북도체육회 1층 장애인체육센터는 탁구 치는 소리로 가득하다.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비스듬한 자세로 서서 공을 주고받는다. 저마다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탁구 치는 모습은 여느 탁구장 못지않다. 이들은 거북이 탁구클럽 회원들. 탁구를 통해 한 가족이 된 사람들로 매번 열 댓 명씩 모여든다.
뇌경색으로 다리를 거의 쓰지 못했었다는 최명옥씨(51)는 “병원에서 러닝머신을 타다가 3년여 전부터 탁구를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한 뒤 근력이 좋아지고 조금씩 다리를 떼기 시작했다. 여기 나와서 탁구를 치다보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마음이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여기서 월·화·목요일에 운동하고, 다른 종목이 사용하는 수·금·토요일에는 전주시장애인시립복지관에 가서 운동을 한다. 일주일 내내 운동 한다”고 말했다.(장애인체육센터는 시간을 정해 탁구와 보치아, 론볼, 체조, 댄스, 레크체육(레크레이션체육) 등 여러 종목에게 개방된다)
지체장애 1급인 정일우씨(57)는 탁구를 시작한지 4년쯤 된다. 오전에는 직장을 다니고 오후에는 장애인체육센터에 나와서 탁구와 함께 헬스 등을 즐긴다. 원래 운동을 좋아해 집에서 자전거도 타고 배드민턴도 쳤다는 그는 탁구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처음에는 한 20분 정도가 탁구를 치면 휴식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다리에 힘이 생겨 한 시간 정도는 쉬지 않고 거뜬하게 버틸 수 있다. 인터뷰 중에도 그는 자리에 앉지 않고 굳이 서서 이야기를 나눴으며, 쉬는 날이면 아파트 단지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탁구를 즐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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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으면 기력이 떨어지고 힘들지만 여기 나오면 삶의 재미를 느낀다”는 그는 “다른 장애인들도 집에만 있지 말고 주위의 복지시설 등을 찾아보고 참여하고 함께 운동했으면 좋겠다. 운동을 하다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새로운 목표도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12년 강릉대회 복식경기에서 우승을 했으며, 현재는 단식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릉대회에서 정씨와 함께 조를 이뤄 복식우승을 일궈냈던 황호연씨(50)는 휠체어 장애인이다. 5년 정도 탁구를 쳤으나 건강이 악화돼 더 이상 탁구를 하기 힘들다는 그는 코에 산소 호흡기를 한 채로 가끔씩 체육관에 나온다. 동료들이 탁구 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그는 “움직일 수 있으면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 탁구나 헬스 등의 운동을 하면 근력이 생기고 몸이 가벼워지고 삶의 활력이 된다. 장애인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함께 어울리고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나홍선 지도자는 “탁구는 스텝이 중요한데, 여기 나오시는 분들은 저마다 신체적 장애가 있어서 제대로 된 스텝을 밟기 어렵다. 그래서 각자의 특성에 맞춰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항상 통증을 느끼다가도 탁구만 치면 통증을 잊고 밤에 잠도 잘 온다고 한다. 항상 즐거워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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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내에는 전주 거북이와 평화동, 군산시, 익산시 등에 장애인 탁구클럽이 조직돼 있다.
전북장애인체육센터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목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 6시까지 탁구 동호인들에게 시설을 무료 개방하고 있다. 체육시설의 벽면에 부착된 거북이 클럽의 현수막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장애는 생각입니다. 체육은 생활입니다”
● 도내 장애인 체육시설 현황 - 장애인전용체육관 남원 1곳뿐
장애인 체육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지만 도내 장애인전용 체육시설은 아직도 태부족이다. 전주와 익산, 정읍, 남원, 완주, 진안 등에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이 있지만, 장애인전용체육관은 딱 한 곳 뿐이다.
전주, 군산, 익산, 남원, 정읍, 임실, 고창 등 일부 지역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체육시설이 있는 곳도 있지만, 이러한 시설조차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장애인만을 위한 장애인 전용체육관이 있는 지역은 도내 14개 시군중 남원시가 유일하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지역도 몇 군데 안된다. 군산시는 현재 설계중이고, 김제시는 부지를 마련하여 올 하반기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주시는 내년에 국민체육기금 공모사업으로 전용체육관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완주, 무주, 부안, 임실 등 대부분의 군단위 지역은 2016년 이후의 중장기 계획으로만 되어 있다. 익산시도 2016년에 10억원을 들여 기존 시설을 개보수, 장애인전용체육관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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