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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미래속의 태권도원 - ① 태권도원 유치과정·의의

"北에 태권도 주도권 뺏길라" 정부, 발빠르게 추진 / 무주군, 경주 '7.66점'차 따돌려 / '대한민국 문화브랜드' 열망 속, 4일 화려한 개원

▲ 무주 태권도원 캐릭터. 왼쪽부터 백운도사, 태랑, 진진.

2004년 해넘이를 이틀 앞둔 12월 30일 오후 3시, 무주군청 앞에는 3000여명의 군민들이 모여 북과 괭가리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잔치를 벌였다.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워 줄 전세계 7000만 태권도 수련인들의 성지(聖地)를 무주군 설천면 백운산 일대에 조성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태권도공원추진위원회 이대순 위원장은 이날 “(가칭)태권도공원 부지 선정을 위한 심사·평가 결과 무주군 설천면 일대가 3개 우수 후보지 중 1위로 평가됐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흐른 2014년 9월 4일, 무주 태권도원이 역사적인 개원식을 갖는다. 지난해 개원할 예정이었으나 사업이 늦어져 올 봄으로 연기됐다가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이제서야 열리게 됐다. 9월 4일은 세계 태권도인들의 단결과 태권도 위상강화를 위해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정한 ‘태권도’의 날이다.

 

△태권도원의 태동

 

태권도의 성전을 조성해야 한다는 말은 90년 초반기부터 나왔다. 북한이 92년 평양시 청춘거리에 부지면적 6만㎡, 연건평 1만8000㎡ 규모로 ‘태권도 전당’을 완공하자, 이에 자극받은 우리나라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등이 자체적으로 태권도 성전을 세워 추진하려 했다. 태권도의 주도권을 북한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이다.

 

97년에 대한체육회의 건의에 따라 문광부가 건설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하자 무주군 등 자치단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00년 4월 문광부가 태권도공원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하자 당시 김세웅 무주군수는 곧바로 간부회의 석상에서 후보지 물색을 지시했다.

 

△유치노력과 과정

 

유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유치경쟁에 돌입해 점차 열기가 과열됐다. 도내에서도 무주와 진안, 완주, 익산 등 4개 자치단체가 유치신청에 나섰고, 무주군은 ‘승산을 높여야 한다’며 전북도에 도내 후보지 단일화를 제안했다. 전북도의 주도로 그해 9월 무주군이 도내 단일후보지로 선정됐으나, 일부 태권도인들이 전북도의 단일화 결정에 반발하며 진안군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전국적인 유치열풍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문광부는 11월에 태권도 공원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4년 7월, 문광부는 태권도공원 사업을 재개했다. 공모결과 전국적으로 17개 자치단체가 신청했다. 물론 그중에는 무주군도 포함됐다. 무주군으로서는 기다리던 때가 온 것이었다. 2000년 문광부가 태권도 공원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지만, 무주군은 태권도공원 조성사업만큼은 국가적으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태권도는 우리나라를 종주국으로 하는 유일한 세계적 스포츠 종목이고, 태권도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무주군은 정부가 사업의 유보를 발표했을 때에도 내부적으로는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후보지 장소를 물색하는 등 나름의 준비를 충실하게 해왔다.

 

△동계올림픽과 빅딜설

 

이러한 노력 등으로 무주군은 문화관광부 실무위원회 심사에서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이제 남은 경쟁자는 경북 경주시와 강원 춘천시 두 곳으로 압축됐다. 피 말리는 경쟁이었다. 1차 심사에서 무주군은 1000점 만점에 1.5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경주시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3위 춘천시와는 다소의 점수차가 있었지만, 문제는 경주시와의 경쟁을 뒤집는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동계올림픽 국내 유치후보지와 태권도 공원의 빅딜(Big Deal)설도 흘러 나왔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내 후보지 결정 과정에서 2010년 동계올림픽은 강원도, 2014년 후보지는 전북으로 전북과 강원도가 이미 합의했으나 강원도는 2010년 대회 유치에 실패하자 합의를 깨고 다시 2014년 대회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빅딜설은 정부가 강원도와 전북도에 각각 동계올림픽 후보지와 태권도 공원 후보지를 나눠줄 수 것이라는 그림이었다. 전북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던 경주지역에서 먼저 제기했으며, 두 개 사업 모두가 문광부 소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듯하게 보였다.

 

전북도와 무주군은 이를 일축했다. 국제기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빅딜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전북도는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선정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무주 유치 확정

▲ 지난 2012년 6월 29일에 열린 세계 태권도의 중심‘무주 태권도원’건립공사 상량식에서 내빈들이 상량식을 알리는 버튼 행사를 하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이런 상황에서 무주군은 태권도 공원 유치를 위해 마지막까지 힘을 쏟고 있었다. 상대 후보지를 방문해 장단점을 분석하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작업을 계속했고, 무주IC에서부터 후보지 입구까지 도로에는 무주 유치를 염원하는 내용의 프랑카드를 수없이 많이 내걸었다. 특히 코흘리개 꼬마부터 촌로들까지 전 주민이 동참해 무주 유치의 소원을 담은 쪽지 표어를 진입로 양편의 나무에 걸어놓은 모습 등은 평가위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최종 발표에서 무주군은 831.53점을 얻어 823.87점을 얻은 경주를 7.66점 차이로 누르고 유치성공의 감격을 맛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4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2009년 9월 4일, 문광부는 태권도의 날에 맞춰 진흥재단과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국기원 등 4개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가졌다.

 

△의의

 

태권도원의 무주 유치 결정은 단순하게 이뤄진 게 아니다. 종합적인 판단에서 가장 빼어난 곳으로 무주가 선정된 것이다. 실제로 무주군은 최종 심사에서 4개의 평가분야 중 부지의 적합성과 국토의 균형발전, 자치단체·지역역량 등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어느 곳 보다도 태권도에 대한 경외감과 신비감을 심어줄 수 있는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데다 남한의 배꼽 지점에 위치해 있어서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접근이 쉽다. 또 도내의 실정에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권 발전의 구심축 역할을 할 수 있다.

 

태권도는 단순히 여러가지 스포츠 종목의 하나가 아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린 한류 열풍의 원조이자 우리 민족의 자부심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로 성장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당연히 태권도원이 있어야 한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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