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밥부터 궁중 음식까지 기원설 다양 / 테이크아웃·해외형 등 메뉴 개발 활발
바가지에 먹었던 들밥부터 정성을 다한 궁중음식까지 여러 갈래로 전해내려 오는 비빔밥. 그 다채로움이 매력인 비빔밥은 한옥마을과 더불어 전주를 대표한다. 음양오행이 조화로운 음식에서 간편 건강식으로 진화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23일 개막해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는 전주비빔밥축제를 맞아 다양한 유래설과 그 속에 담은 의미를 다시금 짚어봤다.
△전주 10미와 유기의 조합
사골 육수에 쌀을 넣어 약간 되직하게 밥을 짓고, 이 밥을 넓은 그릇에 담아 식혀 붙지 않고 고실고실 윤이 흐르게 한다. 양념에 무친 쇠고기 육회와 표고버섯,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놓는 콩나물 줄기와 녹두나물·시금치·미나리, 가늘게 짖은 도라지와 짧게 자른 고사리를 양념장에 무친다. 여기에 청포묵, 달걀 황백지단, 김 잘게 썬 것을 준비해 밥 위에 고루 돌려 담은 뒤 고추장을 얹어 콩나물국과 함께 낸다.
이는 지난 1994년 농촌진흥청 농촌영양개선연수원이 기술한 전주 비빔밥이다. 전주 비빔밥에는 30여가지 다양한 재료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콩나물, 미나리, 애호박, 무, 황포묵 등 전주 10미 가운데 5가지가 필수재료로 들어간다.
여기에 용기 또한 중요하다. 유기를 써야 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두툼한 유기를 따뜻한 물에 담가 60~65℃ 정도를 유지해야 육수로 지은 밥이 느끼하지 않다. 또한 밥도 식지 않아 덩어리지지 않고 나물과 비비기가 수월하다.
비빔밥은 사실 전주만의 음식은 아니다. 거제, 익산, 안동, 전주, 진주, 통영, 평양, 함평, 해주 등 각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비빔밥이 전해내려 온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전주와 진주 비빔밥이 대표적이다. 전주에서는 콩나물국을 내놓는 반면 진주는 이를 선짓국이 대신한다.
△종류만큼 많은 유래설
비빔밥은 기원이 분분하다. 궁중음식설, 음복설, 묵은 음식 처리설, 동학혁명설, 농번기 음식설, 임금 몽진 음식설 등이 전해진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설은 제의가 끝난 뒤 ‘음복(飮福)’이라는 절차에서 비롯됐다. 산신제나 동제, 시제 등은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지낸 만큼 제가 끝나고 음식을 나눠 먹을 때 그릇을 하나씩 주고 거기에 메, 나물, 적 등의 제찬을 함께 담아 섞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더불어 유력한 설은 농부의 ‘들밥’이다. 농번기 때 새참으로 나온 보리밥을 바가지에 담고 푸성귀를 넣어 된장을 쳐 비벼 먹던 단품요리에서 유래됐다.
비빔밥의 조리법이 처음으로 기록된 현존 문헌은 1800년대 말께 지어진 〈시의전서〉다. 한자로는 ‘어지러울 골(汨)’과 ‘감독할, 묻을 동(董)’으로 ‘골동반(汨董飯)’이라 표기하고 있다. 지어놓은 밥에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한데 비빈 것을 의미했다.
이에 앞서 조선 중기 박동량(1569~1635)이 쓴 〈기재잡기(寄齋雜記)(1591~ 1592년 일기)〉에는 비빔밥을 ‘혼돈반(混沌飯)’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의 동지달 편도 ‘골동지반(骨董之飯)’이란 말이 나온다. 젓, 포, 회, 구운 고기 등을 그릇에 담고 그 위에 밥을 섞어서 먹는 형태라고 적고 있어 현재의 전주비빔밥의 표준조리법과는 차이가 있다.
△음양오행이 한 그릇에
비빔밥은 시각적, 철학적, 영양학적으로 동양 고유의 자연을 담고 있다. 우리 음식 중에서 가장 오방색을 잘 구현한 것으로 꼽힌다.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오행의 체계를 이용해 색의 위치를 결정한 오방색에서 황(黃)은 중앙, 청(靑)은 동, 백(白)은 서, 적(赤)은 남, 흑(黑)은 북을 가리킨다.
비빔밥 재료에서 청색은 시금치와 미나리, 호박 오이다. 백색은 도라지와 무, 흑색은 기름에 튀긴 부각 형태의 다시마, 고사리, 육회가 있다. 황색은 황란, 황포묵이다.
장식처럼 올리는 고명 또한 청색은 실파, 미나리, 은행이 해당한다. 백색은 백지단, 적색은 고추와 대추, 흑색은 석이버섯과 표고버섯, 고기가 있다. 황색은 황색지단, 호두, 잣이다.
현재 비빔밥은 30여가지의 재료를 사용하며 전통을 고수하는 한편 간편식을 넘어 메뉴의 개발로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다. 비빔볼·컵비빔밥·바케트 비빔밥 등 테이크아웃형뿐 아니라 비빔버거와 퐁듀비빔볼 등 해외형 메뉴도 제안됐다. 이번 비빔밥 축제에서는 전통과 함께 시대와 조우한 다양한 비빔밥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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