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22개 선거구. 지금 생각하면 꿈 같은 숫자다. 선거구 수도 많았지만 역량 있는 정치인들도 많았다. 나용균(정읍 갑) 백관수(고창 을) 조한백(김제 갑) 등 걸출한 인물들이 이 때 선출됐다. 소석 이철승은 당시 27세로 전주에서 최연소 무소속 출마했지만 곡성 출신인 신성균씨(당시 43세)한테 고배를 마셨다.
현행 우리나라 국회의원 지역구는 246개다. 비례대표 54명을 합한 300명이 국회의원 정수다.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은 11명이다. 지역구 의원 대비 4.5% 비율이다. 16개에 이르는 국회 상임위를 커버할 수도 없는 숫자다. 상임위는 소관 부처의 사업과 예산은 물론 세세한 것까지 다루는 국회 내 권력기구다. 상임위에 지역출신 의원이 없다면 지역현안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의 정치력은 인구에 비례해 왔다. 경부축 위주의 산업화 이후 전북은 인구가 물밀듯 빠져 나갔다. 국회의원 숫자도 그에 비례해 양적으로 쪼그라들었다. 몇몇 역량 있는 정치인이 있었지만 ‘DJ시대’ 이후엔 질적으로도 수척해졌다. 오늘날의 정치 현실이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든 농촌지역이 또 위기를 맞게 됐다. 2001년에 만들어진 ‘선거구별 인구편차 3대1’이 이젠 2대1로 조정된 탓이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22개 선거구가 늘어나고, 영·호남은 8곳이 줄어들 판이다. 투표가치의 불평등성이 너무 지나치다는 이유로 인구편차를 줄였지만, 그 결과 이젠 수도권-농촌지역간 정치력 불평등성의 간극이 크게 벌어지게 됐다. 얼마전 여야 국회의원들로 ‘농촌지역 주권 지키기모임’이 발족된 것도 이 사안의 심각성 때문이다.
선거개혁이 화두다. 13년만에 틀을 정비할 절호의 기회다. 선거구 개편과 함께 도농복합, 중대선거구, 권역별 비례대표, 석패율제,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이 검토 대상이다. 투표가치와 지역 대표성, 지역주의 완화 등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선거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럴 때 국회의원들이 모처럼만에 밥값 했다는 소릴 들을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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