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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위대한 판결, 그리고 우리

첨단 과학기술·지식보다 소박한 인간성과 관용이 더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 어느 겨울 밤, 뉴욕 즉결 법정에 한 노인이 서게 되었다. 사위는 실직하여 집을 나갔고, 노인은 굶주리던 손자들을 보다 못 해 빵집에서 빵을 훔치다가 붙잡히게 된 것이다. 초범이었던 데다가 노인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된 방청객들은 선처를 기대했다.

그러나 판사는 단호했다. “사정이 딱하더라도 훔친 것은 잘못입니다. 당신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방청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판사는 계속했다. “하지만 노인이 빵을 훔쳐야 하는 이 비정한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제 자신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그리고 여기 모인 뉴욕의 시민들에게도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판사는 10달러를 모자에 넣고 방청객들에게 돌렸다. 곧 57달러 50센트가 모였고, 판사는 10달러의 벌금을 제외한 47달러 50센트를 노인의 손에 꼭 쥐어 주었다. 이 판사가 바로 뉴욕 시장을 세 번이나 연임하며 뉴욕 역사상 최고의 인물로 불리는 피오렐로 라 과디아다.

인류는 재물을 향한 탐욕에 중독되고 그로 인해 세계는 증오 속으로 던져졌다. 사람들은 돈 때문에 살고 돈 때문에 죽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도구적 이성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한다. 지식은 우리를 냉정한 존재, 냉소적인 존재를 만든다. 끝없는 탐욕에 중독된 기득권층은 그들의 지속적인 영위와 풍족함을 위해서 ‘없는 자들’을 더욱 착취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빼앗지 못하도록 성장의 길을 철저히 봉쇄한다. 국가의 1%들에게 나머지 99%가 귀속되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그와 함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세계 속에서 인간들 사이의 정은 희귀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전 세계의 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진짜 소통’은 점점 줄고 있다.

이제는 손바닥 크기의 기계가 없으면 지척에 친구를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시대이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본질적으로 깊은 감정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인류는 역사상 가장 급속도로 발전을 이룩하는 시대 위에 서 있지만 그와 동시에 역사상 가장 감정이 메마른 시대 위에 서 있기도 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우려했던 대로, 과학 기술이 인간 사이의 소통을 뛰어 넘고 있다. 우리는 급속도로 발전을 이룩했지만 정작 우리 자신은 갇혀버리고 말았다.

하나의 기계와 지식보다는 소박한 인간성, 친절과 관용, 정이 더욱 많은 것을 해낼 때도 있다. 인류가 동물 사회에서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연대감으로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인류는 다 같이 화합하고 모두가 함께 나아가기 위해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업적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를 퇴폐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충분히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고 그 방법을 알고 있는데도,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 기기는 잠시 내려놓고, 사람들을 만나자. 내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면 주위의 사람과 나누는 미덕을 가지자. 작더라도 실천하자. 피오렐로 라 과디아가 벌금형을 선고했던, ‘비정한 도시의 사람들’이 되지 말자.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우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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