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고치는 것이다. 이 법은 수도권을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등 세가지로 구분, 중소기업과 일부 첨단업종을 제외한 공장 신·증설을 금지하는 법이다. 또 자연보전권역에는 6만㎡ 이상 공장용지를 불허한다. 그런데 이것을 뜯어고치면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자유로워지고, 기업활동을 영위하기 편리해진다. 수도권에 돈과 기업, 인구가 더욱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완화되면 지방은 돈과 기업, 인구가 크게 줄어들 것이 뻔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익부 빈익빈이 한층 심화될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수십년간 지방은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 카드를 꺼낼 조짐만 보여도 강하게 반대해 왔다. 수도권 규제가 풀려 기업들이 지방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일자리가 늘지 않아 지방 경제는 갈수록 피폐해진다. 먹고 살 일자리가 없으면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떠나간다.
요즘 박근혜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명분 삼아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을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 1월 “수도권 규제를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포문을 열더니 이제는 내년부터 본격 논의하겠다고 한다.
지난 28일 오전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규제 기요틴(단두대) 민관합동회의에서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 내년도 추가 논의 과제는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등을 위한 입지규제 완화,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기업의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 등 매우 민감한 것들이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 논의가 곧바로 규제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국토개발과 환경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조심스러워 한다.
하지만 전북을 비롯한 13개 비수도권 시·도는 입장이 다르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 테이블에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올려놓은 것 자체가 규제완화를 예고한 행보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대한민국 인구와 재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공룡이다. 명백한 ‘갑’이다. 지난해 매출 상위 100대 기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전북 등 7개 시도에는 전무했다.
정부의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회의가 수도권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결정이다. 요즘 경제 불안을 빌미로 정부·여당이 기업인 사면 카드를 내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당장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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