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은 ‘눈 먼 돈’ ‘먼저 보는 게 임자’라는 말이 있다. 갖가지 종류의 보조금 집행 및 사후 관리가 그만큼 엉망이라는 뜻이겠다. 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전북도가 올해부터 보조금을 지원해 시행하는 종자소독기 지원 사업도 그럴 개연성이 있다.
종자소독기는 종자 내나 종자 위에 붙어 있는 병원체를 살상시키기 위해 물리적, 화학적 방법으로 종자를 소독하는 기계다. 전북도는 온탕 소독기 한 대당 420만 원(도비 30% 시·군비 30%, 자부담 40%) 한도 내에서 보조금을 지원한다. 군산시 60대, 정읍시 40대, 고창군 40대, 익산시 20대, 김제시 18대 등 12개 시·군에 모두 220대(9억2400만 원) 물량을 확정했다.
그런데 일부 사업자들이 보조금이 지원되는 걸 악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종자소독기 값을 고의로 부풀려 신고한 뒤 농기계 값을 할인, 판매하는 등의 수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값을 부풀리면 더 많은 보조금을 타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A기계를 원래 가격보다 100만 원 높여서 신고하면 보조금 비율이 60%이기 때문에 도와 시군으로부터 60만 원을 더 받고, 200만 원을 높여서 신고하면 12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요컨대 값을 부풀려 보조금을 더 타낸 뒤 그 차액만큼 농가한테 소독기 값을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가들은 이런 영문을 모른 채 비싼 농기계를 헐 값에 구매한다며 선호한다.
가령 정상가격이 320만 원인 종자소독기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비율 60%)은 192만 원, 농가 부담(자부담 비율 40%)은 128만 원이다. 하지만 이 소독기를 사업자가 420만 원으로 100만 원 부풀려 신고할 경우 보조금은 252만 원, 농가부담은 168만 원인데 이때 보조금 차액 60만 원을 농가에게 할인해 주기 때문에 농가는 사실상 108만 원을 부담하고 종자소독기를 구입하는 셈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이 수법은 결국 자치단체 보조금만 더 축내는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 품질경쟁으로 승부해야 할 일부 업체들이 눈가림식으로 가격을 신고하면서 자치단체와 농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전북도가 기상 변화에 따른 벼 키다리병과 깨씨무늬병 등의 방제를 위해 종자소독기 지원 사업을 펼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러나 농기계 구입에 지원되는 보조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신고가격과 할인행위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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