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이 폐위되자 이번에는 성희안과의 인연으로 중종반정의 공신으로 책봉돼 무령부원군(武靈府院君)에 피봉됐지만 그후 탄핵을 받아 훈작을 빼앗겼다. 귀양지에서 장님이 돼 사망했다. 세조의 총애를 받았고 자신의 신분에 당당히 맞서 중종에 이르기까지 5대에 걸쳐 임금을 모셨다.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낙인 찍혀 희대의 간신으로 기록된 인물이다.
그런데 남원지역에서는 유자광 이름을 딴 대로와 도서관 명칭을 짓자는 주장이 나왔다. 남원고전문화연구회가 최근 남원시 도토동 부영 5차 아파트 앞에 신설 중인 인도교의 이름을 ‘유자광교’로 짓고, 고죽동의 황죽 작은도서관을 ‘유자광 작은 도서관’으로 개명하자고 이환주 남원시장에게 건의했다. 또 박문화 남원시의원도 5분 발언을 통해 인도교와 도서관 명칭에 유자광 이름 사용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유자광은 1908년(순종 2년) 죄명을 탕척받고 삭탈된 모든 관작을 돌려받아 명예를 회복한 남원의 큰 인물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의 이름을 부각시킴으로써 명예를 회복하고 공을 인정해 주자는 뜻이겠다.
글쎄다. 사면 복권됐다고 해서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수수 행위까지 없던 일로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간신의 행적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떼낼 수가 없다. 간신을 갑자기 남원의 ‘큰 인물’로 변환시키는 건 무리다. 더구나 그의 이름을 도로와 도서관에 붙이는 건 좀 거시기하다. 대로와 도서관에 유자광의 이름을 써 붙인다고 해서 남원의 이미지가 쇄신되고 그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을까. 모르는 게 약이란 말도 있다. 공연히 간신의 고장이란 불명예만 세상에 드러낼 지도 모른다. 명칭 사용은 신중히 해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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