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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밖으로 내쫓지 마세요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 능력을 펼치며 살도록 미래를 만들어 주길…

▲ 김도연 전북대신문사 前 편집장
어른들은 인생 조언을 하시면서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신다.

 

“가능하다면 위로 올라가서 살아라.”

 

지금의 상황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일자리나 생활여건 등이 여기보다 나은 곳에서 살라는 의미인 듯하다. 힘들고 즐길 것 못 즐기며 산 어른들보다 조금은 더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인가 보다.

 

하지만 타지로 떠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는 잘 살 수 없나? 잘 살기 위해서 나고 자라온 곳을 떠나야만 할까?’

 

20대 청춘들이 이민계(契)를 들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복지가 좋은 나라로 이민을 하려고 고학력자들이 기술을 배워 기술이민을 준비하고 있단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머나먼 타국으로 지금껏 쌓아온 자신의 모든 것들을 두고 떠난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기사 댓글에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말들이 수두룩하다. 이곳에는 희망이나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최대한 젊을 때 떠나 여기보다 좋은 곳에서 자리 잡고 살라고 한다. 떠나는 청춘을 붙잡는 이들은 거의 없다.

 

고향, 고국을 떠나는 일은 사실 새삼스럽진 않다. 당장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변을 보면 반절 정도는 학교 혹은 직장 때문에 서울·경기권으로 올라간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직장을 잡기 위해 지역을 떠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몇몇 친구들은 자신의 꿈은 외국에 나가 사는 것이라 말한다.

 

우린 그렇게 이곳을 떠나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외국으로. 지금보다 잘 살기 위해서 살던 지역을 잘 살게 만들려고 하진 않는다.

 

고령화 사회, 저출산으로 청년층의 비율은 갈수록 줄어든다고 한다. 그나마 있는 청년들은 우리 지역,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다. 나라, 지역의 기둥이 될 청년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붙잡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가능하다면 얼른 나가라고 등 떠밀고 있다. 과연 이게 맞는 걸까? 떠밀리는 입장에서 그저 좋지만은 않다.

 

우리나라의 자랑 중 하나가 교육열이다. 덕분에 평균 학력 수준이 높아졌고 우수한 인력을 배출해 내고 있다.

 

생활 수준도 과거 몇 십 년 전에 비하면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늘어난 고학력자들은 일을 하려 하지만 일할 곳이 없다. 지역을 발전시킬 가능성을 지닌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나고 자란 지역을 떠난다. 열심히 키워낸 인재들이 우리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을 위해 일하는 꼴이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지역을, 나라를 떠난다.

 

청춘을 밖으로 내쫓지 마라. 이전 세대가 힘들게 갈고 닦아 놓은 이곳에서 지금의 세대가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회를 줬으면 한다. 우리 지역을, 우리나라를 희망과 미래가 없는 곳으로 만들어 청춘들이 떠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청년들에 대한 투자로 전 세대가 함께 공존하는 미래를 그려주길 바란다. 이전 세대보단 지금의 세대가, 지금보단 미래의 세대가 더 잘 사는 곳이 되도록 지역 사회를 만들어 줘라. 청년들이 이 지역을 떠나도록 길을 터줄 것이 아니라 지역에 남아 능력을 펼치며 살도록 길을 만들어 줘라.

 

그리고 우리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의 것을 너무 쉽게 놓아버리지 말자. 여기보다 나은 곳에서 새로운 터전을 잡으며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보단 나고 자란 지역에서 아는 이들과 함께 잘 먹고 잘 살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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