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고향의 이웃…그들의 따스함 담고 싶었다
‘다큐멘터리’(documentary)란 실제로 있었던 어떤 상황을 극적인 허구성 없이 사실적으로 기록한 영상물을 뜻한다.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고, 치밀하고 매력적인 시나리오도 없지만, 감독은 일상의 모습에 ‘최소한의 해석’을 더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의외의 흥행을 하며, 한국영화 박스오피스를 술렁이게 했다. 시골에서 애틋하게 지내는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조금은 특별해 보였던 것일까. 어떠한 형태로든 이 사회에서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노인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관람료도 기꺼이 내고 함께 눈물까지 흘렸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이다. 이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웃의 일상을 특별히 제작해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배포하는 이들이 있다. 군산에 자리잡은 ‘영상창작단 큐오브이(qov)’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만든 ‘소셜 다큐’를 통해 지역을 새롭게 보는 법을 엿봤다.
△다시 보니 더욱 특별한 우리의 이야기
큐오브이가 영상의 소재로 삼은 공간과 사람들은 바로 ‘군산’이다. 즉, 군산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상을 하나하나 보다보니 군산시민으로서 참 반갑고, 신기하고, 흥미롭다. 티비에 출연한 내 가족을 보는 기분이랄까. 동네 밥집 소개라는데 과장된 맛집 광고와는 분명히 달랐다. 게다가 촬영과 편집의 수준이 편안한 듯 하면서도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후 큐오브이가 제작, 공개한 영상의 수는 50여개. 그 중 36개가 광고도 홍보도 아닌 ‘돈 안되는’ 소셜 다큐들이다. 이 소셜 다큐는 4가지의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다.
이웃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개똥철학’, 그리 유명하진 않지만 동네골목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밥집을 탐방하는 ‘우동집(우리동네밥집)’, 20-40대 솔로 남녀를 대상으로 진정성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남들이 알지 못하는 숨은 매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창구가 되어 준다는 ‘연애시장’, 10대 청소년의 숨겨왔던 목소리를 담았다는 ‘청춘고백’ 등이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우동집(우리동네밥집)’. 우동집에 등장하는 식당 주인의 모습과 음식도 흥미롭지만, 고정 출연하고 있는 리포터 채승연 씨(31)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유치원 외부 강사가 본업인 그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손을 돕다가 손님이었던 큐오브이에게 캐스팅됐다. 리포터가 본업이 아닌 것을 알기에 영상 속 그의 말과 표정을 통해 접하게 되는 그 음식이 더욱 소박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청춘고백’은 청소년과 함께 만든 영상이다. 군산청소년수련관에서 ‘큐오브이 콘텐츠 크리에이터쉽’을 진행해 영상 기술을 가르칠 뿐 아니라 ‘영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앞선 직업인으로 직접 보여주고, 체험을 제공한 결과물이다.
△군산에 정착하기까지
지난해 5월 개인적인 사정을 계기로 군산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는 ‘큐오브이’의 두 사람 김규형 대표(38)와 이광열 본부장(37). 그들은 경인방송, sbs, ebs, tvN 등 여러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PD로 근무한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일본 유학시절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다 영상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우리나라 대부분의 예능프로그램이 일본을 모방하고 있었지만, 그가 보기엔 그 재미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후 영상 관련 학과를 복수 전공하고 경인방송에 입사해 8년간 일했지만 방송사의 PD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했다.
“방송에서 할 수 없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직접 찾아보자”는 김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광열 본부장은 입사동기였다.
이들은 방송사를 그만두고 3년간 여행하며 ‘사람’에 대해 고민했다. 그 속에서 ‘나’를 찾고자 했고, 장소보다는 ‘그 곳의 사람들’을 느끼고자 했다. 여행이 끝나고 서울에서 몇 해간 하던 일을 접었고, 김 대표의 고향인 군산으로 왔다. 군산의 구도심인 중앙로에 자리를 잡고 또 다시 ‘영상’이란 매체로 일을 시작했지만, 그 전과는 달랐다. 고향이지만 여행자로 느껴지는, 아직은 낯선 이웃과 소통하고 싶었다. 이런 맥락에서 큐오브이의 소셜 다큐가 시작됐다.
△진정한 소통을 꿈꾸다
큐오브이의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지만, 최근 1년간 이뤄진 결과물이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들이 찾아 영상 속에 담은 사람들은 평소 우리가 영상을 통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다. 특별하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고, 흥미롭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고민을 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기에 그들의 삶은 특별하고, 멋있고, 흥미로우며, 더욱 감동을 가져다준다. 이들은 영상물을 제작할 때마다 출연자와 사귐의 시간을 보낸다. 나아가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은 출연자와 간접적으로 교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교감을 통한 소통이 군산이 아닌 그 어디라도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sns를 타고 멀리멀리 퍼져 고리를 이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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