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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공감] 공무원 퇴직 뒤 귀촌한 유기혁씨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예술활동…"인생 3막, 행복합니다"

▲ 귀촌해 지은 집의 전경.

유유자적(悠悠自適, living in easy retirement)의 사전적 의미는 ‘속세를 떠나 아무 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편안하게 삶’이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였던 ‘웰빙(well-being 참살이, 심신의 안녕과 행복 추구)’에서 요즘은 ‘힐링(Healing,몸과 마음의 치유)’이란 단어가 친숙하다. 힐링이란 단어가 필요하다는 말은 그만큼 세상살이에 시달려 지쳤다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유유자적이 속세의 모든 고민을 벗어난 것이라면, 속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흔들리지 않고 평안하게 지내는 ‘힐링’이 필요한 시대인가 보다. 이런 고민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유행처럼 번진 것 중 하나가 귀농과 귀향, 귀촌이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현대에선 은퇴를 제3의 시대 혹은 인생의 제3기라고 부른다. 이제는 어떻게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것인가가 화두다. 경제적인 뒷받침과 함께 어떻게와 어떤 일을 하며 지내느냐의 중심에 농촌이 자리한다. 농촌에서 노후를 보내는 유기혁 씨(63)를 통해 새로운 삶을 일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주에서 27번 국도를 따라 운암호를 지난 뒤 순창 방면으로 1시간 남짓 주행하다 순창군 인계면 방향으로 들어섰다. 시원한 바람이 부르는 섬진강변을 조금 타고 이정표에 섬진강마실숙박 휴양시설캠핑장이 가까워졌다고 표시될 때 산쪽으로 동네 어귀가 보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까 싶은 자그마한 골짜기처럼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면, 드러나 있는 집은 몇 채 없는 강경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오후 5시를 넘기지 않은 시간인데도 해는 산봉우리를 넘기 위해 따사로운 햇살을 마지막으로 내뿜는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저녁 짓기 위해 때던 짚 냄새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한적한 마을이다.

 

퇴직 후 이곳에 터를 잡은 유기혁 씨는 노후를 위해 이 마을을 택했다. 현재의 집은 초등학교 친구의 소개로 10여가구가 모여 사는 집성촌에서 구했다. 앞쪽에 여유롭게 흐르는 섬진강과 높거나 험하지 않게 돌이 많아 보이는 뒷동산을 끼고 82㎡규모의 집을 지었다. 살던 전주의 집과는 별개로 별장 개념으로 섬진강가에 집을 지었는데 이제는 여기가 본집이 되었다. 교사인 부인과 함께 호젓한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 퇴직 후 귀촌해 문화예술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유기혁 씨가 대금을 불어보이고 있다.

그는 대금으로 시작해 한국화와 요가를 배우며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한국화 모임은 순창군 적성슬로시티공동체를 통해 하고 있다. 은퇴 뒤에 휴식을 위해 낙향했는데 취미생활이며, 활동이 많아졌다. 대금으로 자연의 소리를 내고, 감성으로 자연을 화폭에 담아내고, 굳어져 가는 몸과 마음을 융통성 있게 변화해 자연에 동화하고 싶은 의욕이 앞서 바빠졌다. 그럼에도 이전과 다른 점은 스트레스 없이 즐기는 일상이다.

 

순창 출신인 그는 지난 1983년 행정고등고시(5급)에 합격해 이듬해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전북도에서 공무원교육원장과 복지여성보건국장 등을 거쳐 2013년 연말에 정년퇴직을 했다.

 

“ ‘젊었을 때에는 국·영·수로 먹고 살고 나이 먹으면 예체능으로 인생을 즐긴다’는 현 도지사님의 말처럼 직접 겪어보니 건강과 예술활동이 은퇴 후 생활에 가장 중요한 활력소입니다.”

 

아울러 그는 “공무원은 제도와 규칙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돼 민원인에게 다소 딱딱하고 경직되게 비춰지는데 이를 벗어나 부드러운 서비스를 위해 감성개발의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독서와 사색을 통해 감성마인드를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예체능을 중요시 여겼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예술이야 말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범죄를 예방하고, 적게 벌고도 만족할 수 있는 활동이기에 사회 자체가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귀농과 귀촌을 통해 할 수 있는 게 매우 많다”며 “사회에서 했던 일의 경험과 전공의 전문지식을 이제는 시골생활을 통해서도 펼칠수 있는 환경이 된 만큼 귀농귀촌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즐겁게 사는 법이다. 그는 앞에서 부는 강바람과 뒷산에서 응해주는 자연과의 대화로 터득하는 것 같았다.

▲ 김정준 전북도립국악원 사무국공연팀장

● [순창 적성슬로시티공동체는] 체험관광·친환경농법 등 도농교류 통해 소득 창출·예술활동 장려사업도 진행

 

유기혁 씨가 귀농귀촌하며 속하게 된 순창군 적성슬로시티공동체는 전북형 슬로시티의 하나다. 지난해 5월 시작해 선조들의 옛 생활방식인 두레와 품앗이를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전북도의 관광 정책에 발맞춘 체험관광형 슬로푸드와 슬로라이프, 슬로시티 문화를 융화해 도농교류를 통한 소득창출과 공동체 형성을 위한 사업이다.

 

친환경 농법으로 식용연을 키워 먹거리 제품을 개발하는 로컬푸드 팀, 역량 강화와 전문화교육 참여로 집수리 재능 나눔 등을 통해 여러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동네목수팀, 섬진강·용궐산 등을 주 무대로 관광객에게 안내 및 일일 해설사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숲·생태교사팀 등으로 구성됐다.

 

유기혁 씨는 이 가운데 순창군의 정책 사업인 섬진강 숲 생태 교사팀의 회장으로 활동 하고 있다. 이 팀은 귀농·귀촌자 14명으로 만들었다. 섬진강을 찾는 청소년, 도시민에게 생태와 마을 문화, 자연 체험, 문화 유산 등을 해설하고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순창군에서는 농업의 Agriculture 와 예술의 Arte의 앞자들만 따서 시골생활에 예술활동을 함께 장려하는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섬진강 줄기 따라 임실에서는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 관련 사업이, 순창에서는 송만규 화백과 함께 하는 한국화 모임이, 남원에서는 국립국악원의 단원이 참여하는 판소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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