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뭐든 다하는 세상
언론에 종사하는 내가 신문을 안 본다. 막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여기서 말하는 신문은 지면으로 발행되는, 잡지를 제외한 정기간행물을 말한다. 많은 선배가 신문을 꼭 봐야 한다고 했다.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얻는다, 지면 배분에 따라 뉴스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여러 신문을 보면서 객관적인 시각을 기를 수 있다…. 이유는 많았다. 하지만 쇠락하는 존재가 자신의 존재 의의를 주장하는 것만큼 안쓰러운 일도 없다.
신문을 안보는 이유는 첫째, 신뢰의 문제다. 언론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종합일간지에서 두드러진다. 종합일간지는 짧은 시간 안에 취재와 기사작성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왜곡과 오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보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부장의 판단으로 기사 방향이 결정된다. 많은 경우, 기사 내용은 취재 나가기 전에 이미 정해져 있다. 취재는 기사에 끼워 맞출만한 적당한 멘트 받으러 다니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 확인 없이 다른 기사, 보도자료를 ‘복붙’하는 기자도 부지기수다. 신문사의 실상을 알면 알수록 신뢰할 수 없는 신문사가 너무 많다. 좋은 신문 블루리본이라도 달아줘야 할 판이다.
둘째, ‘노잼(재미없음)’이다. 지금의 신문은 기사를 끝까지 읽게 할 ‘무언가’가 없다. 시사주간지에서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의 내러티브 기사와 오랜 시간 취재해 심층 분석하는 탐사보도가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제작 기간이 길고 인력이 많이 필요해 신문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는 인터랙티브 기사가 대두하고 있다. 기사와 함께 음악, 영상, 반응형 웹 등을 접목해 기사의 전달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형식이다. 최근 〈뉴스타파〉에서는 기존의 뉴스를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영상을 제작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예언자 일보〉가 아닌 이상 신문은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영역이다.
셋째, 기회비용이 너무 많다. 재미없어도 일단 참고 읽는다고 치자. 신문을 한 번 집중해서 정독하려면 두 시간에서 세 시간이 소요된다. 시간과 집중력은 한정된 재화다. 차라리 그 시간에 페이스북을 하는 게 낫다. 이름 없는 언론사에서 쓴 기사도 내용만 좋다면 페친들이 타임라인에 물어다 준다. 온라인에서 뉴스를 소비할 곳은 널렸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각 언론사의 좋은 기사만 쏙쏙 빼먹을 수 있다. 스크랩하기도 편하다.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포털에 검색만 하면 수많은 언론사에서 쓴 기사와 비교 검증할 수 있다. 얼마나 편리한가. 신문 하나 보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건 백수나 할 짓이다.
모바일 중심 뉴스 공급전략 필요
독자들은 종이에서 디지털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미 디지털 혁신을 넘어서 모바일 중심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아무도 안보는 종이신문은 그 자체로 공해다. 유엔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어차피 2030년 안에 신문 자체가 사라진다. 이왕 없어질 신문이라면 빨리 없애고 다음을 준비하자. 그래야 나무에게 덜 미안할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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