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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잘 보내면 세상 바뀔 '수'도 있다

▲ 이승미 전주남부시장 야시장 매니저
얼마 전 친구와 수다 중에 뜬금없이 우리나라 최대 명절이 설인지 추석인지를 두고 분분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해보니 이 즈음 대화는 늘 명절 이야기가 주제가 된다. ‘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시장도 마트도 활력이 생기고 온 가족이 모여 정치얘기, 경제얘기 등 온갖 정보들을 주고 받으니 추석이든 설이든 명절은 ‘민족 최대 행사’다.

 

명절, 가족주의 카르텔 위한 축제?

 

언제부턴가 비슷한 또래의 사촌 간 학교, 직장, 결혼 상대에 대한 비교범주에 속하게 되고,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 이해관계 속에 역할을 해야 하면서명절이 피곤해졌다. 명절을 지내고 올 때마다 어른들의 수많은 걱정 속에 즐겁다고 여기고 있는 내 삶이 불안하고 빈곤하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부모님께 안간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건강한 가족의 모습에 누가 되는 느낌에서랄까? 그리고 마침내 지난 설, 피로함이 스트레스로 바뀌는 사건이 생겼다.

 

지난 설에도 어김없이 친척들이 모였고 말끝에 사촌동생이 대학 졸업반이라며 이모가 좋은 자리 좀 알아봐달라고 하셨다. 사촌동생과 거의 일면식이 없었기에 문화기획쪽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전공이 뭔지 특히 관심있는 쪽이 무엇인지 물었다. 토목을 전공했는데 전공에 별 관심이 없으니 안정적 직장만 있으면 전주도 상관없다고 했다.

 

내가 경험 한 문화기획쪽 분야는 일은 많고 돈은 적다. 그렇기에 ‘안정적’과는 거리가 멀지만 역동적이고 다른 일에 비해 일 하는 사람의 성향을 표현할 수 있고 상대적이겠지만 덜 위계적이다. 그렇기에 경험은 부족하더라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욕이 중요하다. 물론 당연히 다른 분야의 일들도 의욕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모가 원하는 사촌동생의 직장으로는 아닌 듯 했다. 둘러둘러 생각을 전했다. 얼마 뒤 엄마와의 통화끝에 이모가 섭섭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황스러웠다. 어떤 오해를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어디 회장도 아니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을 ‘꽂아넣을’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하셨을까? 아니 설령 그렇다치더라도 그게 맞나? 여하튼 정황상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영화 베테랑을 봤다. 천이백만이라고 하지만 들어가기 전까지도 뭔 내용인지 모르고 있었고 별 기대없이 들어갔는데 보는내내 깔깔거렸고 통쾌했다. 하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감옥에서 잘 쉬다 곧 나오겠네.” 했다. 우리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겪은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그치만 저 마음 깊은 곳에서 ‘그래 돈 많은 망나니보다 ‘쪽팔리지않게’ 살려고 고군분투하는 삶이 더 멋지지.’ 하는 생각에 힘이 실리고, 일상에서 조금씩 풀어낼 수 있다면 세상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초긍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많은 공적인 일들이 사적인 관계의 특혜로 얽혀있다. 빽 없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나와 이모의 에피소드는 이모의 오해에서 비롯 된 것이지만 만약 내가 ‘꽃아넣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남도 아니고 친척인데’ 내가 이기적인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렵다는 좋은 직장을 구하는 조건은 ‘빽’이 아니라 스스로의 준비로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당연하게 여겨져야 진짜 돈 없고 빽없는 대다수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해당사항이 아닌 조건을 부러워하고 인정해버리면 내 삶이 더 곤궁해진다.

 

'가치있는 삶' 이야기 나누자

 

이번 추석에는 사촌동생을 만나야 겠다. ‘안정적 직장’이 아닌 ‘가치있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우리집 명절 대화 주제를 상상해본다. 아마도 내 현실은 영화가 아니니 “재 뭐래니.” 같은 분위기가 될테지만 그래도 상상만으로 나의 명절이 꽤 괜찮아질 듯 하다.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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