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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사욕' 삶을 기획하는 직업

▲ 이승미 남부시장 야시장 매니저
토요일 낮 1시 한적한 카페. 약간은 어색한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한 주 전 걸려 온 전화로 만들어진 자리. 문화기획자를 인터뷰 하는 과제 때문에 시간을 내달라는 부탁이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많다. 인턴, 봉사활동, 소규모 그룹 활동, 캠프, 공모전 등 민간과 정부에서 쏟아지는 프로그램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그 경험의 방향은 안정적이거나 많은 급여를 주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기준으로 취해진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보다 얼마를 벌지가 중요한 현실 속에서 경험은 경력이 돼야 한다. 직업의식이야 말로 수장고에 보관된 유물이다. 그래서 이렇게 문화기획쪽 일을 궁금해 하는 친구를 만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약을 팔아야 할지, 있는 그대로 설명해 줘야 할지 고민이라며 이야기를 꺼낸다.

 

업무시간 길고 수입 적지만

 

문화기획쪽은 사람이 귀하다. 대부분의 기획자들은 긴 업무시간과 업무량에 비례하지 않는 불안정하고 낮은 수익을 견딘다. 그래서인지 30대 중반 남자들이 별로 없다. 지금 있는 무형유산영상페스티벌 사무국만 해도 국제규모의 영화제를 3개월 안에 만들어야하기에 출근시간은 있지만 퇴근 시간은 없고, 거의 2주에 한 번 꼴로 쉰다. 물론 단기로 진행되기 때문이지만 문화기획쪽의 많은 일들이 프로젝트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일상이다. 이러한 환경을 권하기는 쉽지 않다.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좋은 직업이라고 여겨지는 대기업 직원, 공무원의 노동환경 역시 긴 시간과 강한 노동강도로 일하며 그 대가로 부모님의 만족, 고급 차와 집을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많은 않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들을 하나의 대체가능한 상품으로 취급하는 무수히 많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게 대다수가 추구하는 삶이다.

 

문화기획분야는 영화, 미술, 음악 등의 예술 장르들을 비롯해 도시와 마을, 어떤 특정한 공간이나 그 속의 사람들의 관계 등을 엮어내는 기획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범주를 아우른다. 게다가 문화라는 특성상 공적, 사적분야를 넘나든다. 사고의 범위를 넓힌다. 또한 과제를 생각하고 협의하고 실현시키며 완성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사람과 조율이 일상적이며 위계가 덜하다. 이 부분은 개인 특성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한 켠에서 생각하면 예술, 문화기획 쪽은 자신의 생각이 드러나는 특성상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분위기가 있는 듯 하다. 지금 하고 있는 영화제 일만 해도 영화라는 전문적인 분야기도 하고 어느정도 틀이 다 구성되어 있는 후에 들어온 터라 온전히 1부터 10까지를 이해하고 진행하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내 생각을 제안하고 조정하면서 한 부분으로서 역할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일상을 위해 필요한 손기술을 배우거나 그 의미를 이야기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중이다. 이렇게 나의 삶에서 내가 필요한 부분,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고 여기는 부분을 일로 녹여낸다. ‘공리사욕’이라는 말장난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서로 기댈 수 있는 세상으로

 

다양한 직업이 있고 선택의 문제이지만 선택 기준이 다양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화기획자의 삶은 넉넉하진 않지만 궁핍한 직업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배우고 경험하는 현실 속에 나와 내 주변은 그렇게 살고 있고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우리 동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가 주제가 되는 삶보다 이웃집 감나무 터는 날이 더 화제가 되는 일상을 함께 상상하고 기획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고 인정하지 말고 돈 보다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자. 상상하면 시작되고, 많이 상상할수록 가능해진다. 그런 ‘삶 기획’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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