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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되지 않는 콘텐츠를 상상하며

▲ 이승미 남부시장 야시장 매니저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사전에서 찾아봤더니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쓰여있다. 의외였다. 여행의 목적은 오로지 ‘유람’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대부분 사람들은 타인의 여행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여행이 쉽고 흔한 시절이 또 있었을까.

 

전통시장 관광화 한계 봉착

 

관점을 바꿔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닌다는 것은 여행으로 먹고 사는 사람도 더 많이 생긴다는 뜻이다. 관광은 큰 산업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앞장서서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대시키며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전주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이 그 예다. 전통시장은 이제 어엿한 관광지다. 전국 전통시장 여행지도라던지, 여행가면 꼭 시장을 들린다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 그 일환으로 먹고 살고 있다. 앞뒤 떼고 말하자면 전주 남부시장은 성공한 관광시장 사례에 속한다. 전국에서 선진지 탐방을 위해 오고 청년몰과 야시장을 벤치마킹한다.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 ‘관광 산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들여 거둬들일 수 있는 효과는 크다. 대한민국에서 적지 않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투자 할 수 밖에 없다.

 

처음 전통시장 지원과 관련한 사업의 방향은 주로 시설 개조, 보수 등 하드웨어적인 사업이 주를 이루었다. 그 뒤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협업을 통해 각 지역별 특색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마트같은 전통시장이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사업 방향이 변화되어 왔다. 좋은 성과도 많다. 서울 망원시장 같은 경우, 근린생활시장으로 평일 오후 3시면 늘 주민들이 북적거린다. 인근에 있던 대형마트와 상생협약을 맺기도 했다. 시장의 원래 기능을 회복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망원시장에 ‘관광형’ 사업이 들어온다면? 현재 전국에는 전통시장에 청년상인을 육성하는 사업 또는 야시장 사업 등이 주축으로 시행되거나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올해 전국 6개 시장이 글로벌 명품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행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나 또한 전주 남부시장 사업단에 속해있고 개인적으로 뿌듯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켠에 염려와 의문도 있다. 모든 시장이 관광시장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청년몰부터 야시장은 몇 년에 걸친 서로의 관계와 수많은 협업으로 남부시장만의 색깔이 되었다. 주말이면 늘 북적인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장사하고 살기가 녹록치않다며 언제까지 이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해한다. 관광화로 인한 지역주민들과의 관계의 부재는 결국 남부시장의 근간을 계속 흔들 수 밖에 없다. 관광 콘텐츠는 소모적인 콘텐츠다. 사람은 두 번째 세 번째 거듭될수록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소수의 대형 시장 몇 개를 제외하고 관광객으로만 유지가 되는 시장은 없다. 지역민들이 아끼고 이용하는 시장이 되어야지 좋은 관광지도 될 수 있다. 누구 말대로라면 이미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는 다 나왔다. 새롭고 화려한 콘텐츠가 아닌 시장이 가진 원래의 관계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끈기가 시장에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상인,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야 가능한 모습이다.

 

지역 생산품 유통되는 시장 만들어야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목적에 소규모의 생산자와 판매자와 소비자가 함께 공존하는 시장, 제품 하나하나가 다 그 지역에서 생산되고 가공되고 판매되는 시장, 상인들끼리 서로 물건을 판매 할 수 있는 시장 만들기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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