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써레 - 이병초

올여름은 일 없이 이곳 과수원집에 와서 꽁짜로 복송도 얻어먹고 물외순이나 집어주고 지낸다

 

아궁이 재를 퍼서 잿간에 갈 때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잿간 구석에 처박힌 이 빠진 써레에 눈길이 가곤 했다 듬성듬성 시연찮은 요 이빨들 가지고 논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긴 골랐었나 뭉텅뭉텅 빠져나간 게 더 많지 않았겠나 이랴 자라! 막써레질로 그래도 이골이 났었겠지

 

창틀에 뒤엉킨 박 넝쿨들 따로따로 떼어 뒤틀린 서까래에 매어두고 나도 이 빠진 한뎃잠이나 더 자야겠다

 

△과수원집 잿간에 처박힌 써레는 거친 흙덩이를 어르고 달래느라, 잡초 걷어내느라, 씨앗에게 흙이불 덮어주느라, 평생을 거친 노동에 시달렸을 것이다. 시원찮은 이만 남았을 것이다. 써레를 이골나게 부리던 영태아저씨도 아금박스럽게 힘을 쓰던, 어금니 두 개를 까마귀가 물어간 뒤로는 농사일을 접었다. 오이 곁줄기를 집어내 주고, 박 넝쿨 한 줄기에 서까래 한 가락씩 붙들어 매주고는, 잠에 든 시인은 제 손톱이 푸르게 돋는 줄도 모르고 단잠에 빠지리라. 김제김영·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새만금 글로벌 K-씨푸드, 전북 수산업 다시 살린다

스포츠일반테니스 ‘샛별’ 전일중 김서현, 2025 ITF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 4강 진출

오피니언[사설] 진안고원산림치유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오피니언[사설] 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 시범 보여라

오피니언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