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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다

▲ 정희현 1% 지식나눔 대표

최근 스스로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은 일이 하나 생겼다. 소수의 청년들과 뜻을 모아 진행해 오던 ‘1%지식나눔’만의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다음 달부터는 지식나눔을 위한 장소를 찾아 헤매며 쏟았던 에너지를 더 알찬 강연을 만드는 데 쓸 수 있게 됐다. 참 신기했다. 공간 공사 현장을 지켜보면서 6년 전 의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청년들로부터 시작된 시간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많은 애로사항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왔다. 어떻게 왔을까? 지금까지 지식나눔에 함께 했던 연사들과 나눈 생각들을 바탕으로 그 이유를 찾아봤다.

 

딱 1%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고자

 

첫째, ‘strong why’가 ‘how to’를 지배한다. 자기만의 분야에서 의미 있는 삶을 이어가는 연사들의 공통된 생각은 ‘강한 이유’가 ‘어떻게’에 우선한다는 것이었다. 지식나눔 방향과 방법에 대한 이견차이로 멤버 간 다툼이 있어도, 없는 시간과 돈만 들어간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strong why’ 때문이었다. 지식나눔을 시작할 때 지역청년들에게 ‘사람’이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힘을 모아보자는 다짐만큼은 꼭 지켜내려 했다. 이유를 지켜내니 ‘운’도 따랐다. 가장 고민거리였던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해결된 것이다. 현재 6층으로 된 호스텔을 인수해 숙박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호스텔 이름은 ‘1%호스텔’로 바뀐다.

 

둘째, 위대한 일은 작고 쉬운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지식나눔 연사 중 한명이었던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이정표 장내 아나운서는 인터뷰 당시 성공 비결에 대해 ‘시간 지키기’를 언급했다. 비결치고 다소 작은 건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일침을 놓았다. “작은 일이라고요? 그게 전부 인데요.” 필자가 학원 강사로 있을 때, 아이들이 영어 단어 잘 외우는 방법을 물어 ‘하루에 10개씩’을 추천했다. 보통 사람이 영어 단어 10개를 외우는 데 하루 1440분 중 넉넉히 10분이면 충분하다. 이 쉽고 작은 일은 365일 하면 3650개를 외울 수 있다. 웬만한 회화를 할 수 있는 단어다. 그러나 대다수가 이 쉬운 일을 안 해 평생 영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지식나눔이 한 쉬운 일은 1%에 목표를 뒀다는 점이다. 더 잘 하려하지 말고 더 많이 하지 않고 딱 1%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고자 했던 게 비교적 잘 버텨낼 수 있었던 원인이다. 1%가 조금 씩 쌓여 공간이 생기는 일로 이어졌다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믿음’에 대한 믿음이다. 믿음에 대한 재밌는 이론 중 ‘파스칼의 내기’라는 게 있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수학자이던 블레즈 파스칼은 내기이론을 통해 신에 대한 믿음을 논증하려 했다. 신이 있다고 내기에 걸었는데 만약 이긴다면 영원한 행복을 얻을 것이고 만약 내기에 진다하더라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거다. 반면에 신이 없다고 내기에 걸었다면 만약 내기에서 이기면 아무런 변화도 없겠지만 설령 진다면 영원한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신이 존재할 확률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신을 믿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신을 꿈으로 대체해 보면 어떨까. 당장 내 꿈이 눈에 보이지도 이뤄질 거 같지 않더라도 믿어야 이뤄진다. 지식나눔을 위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꼭 현실화 될 거라 믿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익숙함에 이르는 훈련의 고통 견뎌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가보지 않은 목표들이 많다. 익숙하지 않은 목표를 향한 길에 있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겠다. 그러나 익숙함에 이르는 훈련의 고통을 견뎌내는 게 후회의 고통을 견디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일임을 알기에 또 일어날 자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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