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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전가 변명 일색이 대국민사과인가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민 앞에 또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문 등 청와대 내부 자료 수백 건이 최순실에게 유출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지난 달 25일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불과 열흘 만에 두 번째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는 알맹이가 없다며 싸늘한 반응이다. 최순실과 안종범, 정호성 등 사건 몸통에 가까운 피의자들이 잇따라 구속되고, 특히 안종범이 검찰 조사에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은 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고 수시로 재단 기금 모금 등을 보고하고 의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이 추악한 사건에 박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넘어 사실일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내용은 여전히 불통과 일방통행으로 가득하다. 국민들은 추상적 사과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 그런 사과를 바라고 물거품처럼 잠잠해질 민심이었다면 ‘하야’ 카드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은 하야 하겠다는 언급은커녕 사건의 의혹을 씻어줄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검찰조사와 특검 수용을 얘기했을 뿐이다.

 

최순실이 측근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불찰’ 운운하며 국정농단 등의 사건에 대해선 직접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고 변명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검찰수사’ 카드를 내놓고, 측근들에 책임을 전가했다. 나는 직접 연관없다고 항변했다. 자신이 여야 정치권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총리 내정자를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만 내보였다. 사과한다면서 오히려 당당했던 담화였다.

 

4일 박 대통령 담화는 지지율 5%란 현실 인식이 부족한 담화였다. 국정 안정과 국익을 진심으로 원하는 대통령이라면 국정에서 손 떼고 김병준 총리 내정도 철회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의혹투성이 대통령이 지명하고 임명한 ‘책임총리’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말만 책임총리일 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될 수 있다는 국민 의혹만 키울 뿐이다.

 

참으로 참괴한 일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잇따른 사과 앞에서 참괴함을 넘어 분노하고, 분노를 넘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 시국성명이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박대통령은 ‘국정안정’을 말하기 전에 국민 속으로 들어가 진정한 민심에 부합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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