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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벌고, 잘사는 사회

김지연 문화기획자
김지연 문화기획자

불과 몇 년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열풍이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인기가 많은 책이면서도 일부 언론, 사람들 사이에서는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에서는 책 제목과 일부 내용을 언급하며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냐” 라고 통쾌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들 하고, 열심히 열정적으로 일하다 보면 분명 얻는 것도 많고, 그러다 보면 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고들 이야기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대학졸업 후 다녔던 첫 직장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면서 나름 청춘을 바쳤습니다. 칼퇴근을 포기하면서 야근에 숙박에 몸과 마음이 힘들 때가 많이 있었지만,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며 생각해보니 정말 열심히 했기에 전혀 후회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5년이라는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을 보내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왜 우리는 ‘적당히’ 일할 수 없는 것일까. ‘적당히’라는 말은 ‘대충’이라는 말과는 다른데 왠지 같은 어감으로 느껴져서일까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목표와 가치를 분명히 하고 나의 생활이 가능한 만큼 벌고, 휴식과 나의 시간을 즐기는 것. 전주 청년몰의 초기 슬로건이었던 ‘적당히 벌고 잘살자’ 이 말이 전 정말 많이 와닿았습니다. 일과 삶을 분리할 것인가 말 것인가와는 별개로 말입니다.

각자가 하는 일에 좀 더 집중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으려면 위와 같은 조절이 더욱 필요해 보이지만 야근이 익숙한 우리나라는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창업을 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구요.

조직 내에서 이런 이유들로 선배들과 충돌하는 이야기도 종종 듣습니다. 선배의 말이 이해가 가면서도 몇 년, 몇십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환경이기에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 원래 다 그런거야’와 같은 이야기들은 더이상 할 말을 없게 만듭니다.

저는 혼자 일을 하면서도 ‘적당히 벌고 잘살자’라는 말을 항상 생각합니다. 그래야 애초에 내가 꽃일을 시작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더 오래 이 일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서 집중하고 선택하고 준비하게 됩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만큼 일하려고 하고 그렇기에 스스로 내 몸을 챙기게 됩니다. 혼자여서 가능한 것일까요? 이제는 서서히 조직 내에서도 이런 ‘적당히, 선택과 집중’의 문화가 많이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일을 더 사랑하고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너무 힘들어서, 나와 내 가족을 챙기지 못해서 직장을 떠나는 일이 줄어들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의 최고경영자와 중간관리자들의 마인드 변화가 필요합니다. 청춘이기에 열정적으로 해야 한다는 당연한 마음과, 본인이 그 시절 분리하지 않았던 삶과 일의 경계를 주입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청춘의 열정과 잘 하고 싶은 마음을 먼저 봐주고, 나 때와는 다른 부분의 지적 보다는 잘 할 수 있다는 지지와 격려도 필요합니다.

일하는 시간이 길어야 일을 잘 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사회가 아닌 정말 선택과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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