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문화&공감 2019 시민기자가 뛴다] 영화 속 판소리 이야기

조통달 명창.
조통달 명창.

더운 여름이다. 시원한 피서지가 그리워지지만 때로는 집에서 편하게 영화 한 편 감상하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영화들이 있지만 판소리 영화 한 편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판소리 소재 영화라면 많은 분들이 우선 2015년도에 개봉한 ‘도리화가’를 떠올릴 것이다. 류승룡, 수지, 송새벽 등 호화 캐스팅의 영화다. 30, 40대 이후로는 ‘서편제’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한 극장에서 하나의 영화만 상영하는 단관 시절 1백만 관객을 돌파한 임권택 감독의 1993년 작 영화다.

하지만 영화 ‘휘모리’를 기억하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서편제’ 개봉 이듬해인 1994년에 개봉한 판소리 영화다. 국악계의 명인, 명창이 직접 출연한 영화로 이임례 명창과 국악인 고 이병기 선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남우 주연은 이태백 명고다. 남자 주인공 ‘병기’ 역을 맡았다. 이임례 명창이 바로 이태백 명고의 어머니고 고 이병기 선생은 그의 아버지다. 여자 주인공 ‘임례’ 역은 김정민 명창이 했다. 음악은 김영동이 맡았고, 작창은 김일구, 김영자 명창이 했다. 조통달 명창, 고 박병천 명인, 채향순 명무가 특별출연했다. 국악계의 명인, 명창이 대거 출연한 영화다.

영화는 1956년 진도국악원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국악원에서 도둑소리를 하던 임례가 소리 선생 병기의 눈에 들어 판소리를 시작하게 되고 이후 소리꾼으로 성장하고 살아가며 겪는 인생역정을 그렸다.

특별출연했던 조통달 명창을 만나 영화 속 판소리 이야기를 들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던 7월 말에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장실을 찾았다. 조 명창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휘모리에 출연하게 된 상황을 좀 들려주시겠어요?

“제가 1991년도에 전남도립국악단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이임례 씨가 제게 출연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출연하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나오는 시간은 몇 분 안 되어도 촬영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표정도 각양각색으로 지어야 했고, 공연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가 이리 끊고, 저리 끊고... 저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관객 표정과 연계도 시켜야 하고 되게 복잡하더라고요. 그래도 동시녹음인 점은 맘에 들었어요. 제 소리가 현장 소리 그대로 담겨서 좋았죠.”

 

△토굴에서 독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리꾼들이 실재로 그런 독공을 많이 하나요?

“영화에서는 한 장면만 잠깐 나오지만 실재로는 더 많이 해요. 저도 13세 때 전국명창대회에서 1등을 했지만 변성기가 와서 목이 주저앉아가지고 그걸 극복하려고 독공을 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집 근처 서울 북악산 등에서 독공을 했죠. 산이나 폭포, 사찰 같은 데서 소리꾼들이 다양하게 독공을 합니다.”

 

△산에서 혼자 독공하면서 무섭지 않으셨나요?

“한 번은 독공하려고 한 겨울에 북악산에 올라가는데, 산길에서 하얀 것이 하나 올라오는 거에요. 무서워서 ‘백여시인가?’하고 자세히 봤더니 어떤 아줌마가 소복차림으로 올라오더라고요. 산 속 약수터에 기도하러 가는 길이래요. 같이 산을 올라가면서도 무서워서 여우 꼬리 보이나 살피며 갔었죠.

이런 일도 있었어요. 심청가 중에 심봉사가 황성 올라가는 대목에 뻐꾸기 소리가 나와요 이 대목을 연습할 때였어요. 한참 ‘뻐꾹, 뻐꾹, 뻐뻐꾹, 뻐꾹’했더니, 주변 나무에 앉아 있던 뻐꾸기가 안 가요. 제가 ‘뻐꾹’하니까, 나무에서 뻐꾸기가 ‘뻐꾹’하더라고요. 지 친구인 줄 알았나 봐요.”

 

△소리에 ‘한’이 담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한’이 담긴 소리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인생역정이 없는 사람은 소리의 한을 담은 바이브레이션이 안 나와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소리, 이게 ‘한’을 담은 소리죠. 스승인 박초월 명창께서는 제게 ‘목구녘에 한을 넣어야 하는데, 너 시련이라도 한 번 당해보면 알 것이다. 애통한 마음이 뿜어져 나오는 그 소리가 한을 담은 소리다.’라고 하셨죠. 한이 담긴 소리는 슬픔을 담아 심금도 울리고, 웃음도 진한 웃음을 줄 수 있어요. 한마디로 사람에게 희로애락을 모두 줄 수 있는 소리가 ‘한’을 담은 소리죠.”

 

△‘한’을 담은 소리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을 텐데요?

“쉽지 않죠. 그래서 항상 소리 앞에 겸손해야 돼요. 대통령상 탔다고 목에 힘주고 그러면 안 돼요. 힘주다 보면 부러져요.(웃음) 아미를 단정히 숙이고(머리를 단정히 숙이고) 그래야 돼요. 박초월 선생께서는 늘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 아미를 숙이고, 그래야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설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젊었을 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장단이 한을 불러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던데요?

“북장단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이죠. 소리와 북장단,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일 청중, 이 고수, 삼 명창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북을 치는 고수는 소리꾼과 청중 사이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존재죠.”

 

△전라북도립창극단을 이끌고 계신데 어떤 활동 펼치고 계시나요?

“판소리 본류를 돌아보고자 작년 10월에 판소리 페스티벌을 했고 올해에도 6월에 소리문화관에서 저를 포함한 27명의 소리꾼이 정통 소리판을 열었어요. 많은 호응이 있었죠. 지금은 10월에 선보일 창극 ‘만세배 더늠전’을 준비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도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도민 여러분께 기쁨 드리는 작품을 만들고자 단원들과 함께 땀흘리고 있습니다. 도민여러분이 계셔야 판소리가 환하게 꽃필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조세훈 문화인류학 연구자
조세훈 문화인류학 연구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오피니언피지컬AI와 에너지 대전환과 협업이 우리의 미래다

경제일반[주간증시전망] 기존 주도주 비중 확대나 소외 업종 저가 매수가 바람직

군산한국건설기계연구원, 미래 건설기계 혁신·신산업 육성 앞장

오피니언[사설]미래 핵심 에너지기술 ‘인공태양’ 철저한 준비를

오피니언[사설] 위기의 농촌학교 활력 찾기, ‘자율중’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