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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밀림의 왕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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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아 전북일보 인턴기자

본인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 보라고 한다면, “안녕하세요. ‘밀림’의 왕 사자입니다.”로 하고 싶다. 원래 ‘밀림’은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깊은 숲을 의미하지만, 위에서 사용된 ‘밀림’은 처리하지 못한 일이나 물건이 쌓인다를 뜻한다. 

나에게 시험공부, 과제 제출, 건강검진 등 마감 기간이 정해진 일이 주어지면 항상 마감 시간이 임박하여 쫓기듯 일을 처리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제출 기간이 돌아오면 항상 하는 후회지만 이런 루틴이 매번 반복된다. 그렇다고 할 일을 미루는 속 또한 마냥 편했던 것도 아니다.

해야 할 일의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심적 부담감은 항상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보고 있으면 내가 게으름뱅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주변인들에게 토로하다 어느 날 한 지인이 던진 “넌 왜 하지도 않으면서 스트레스받아?”라는 돌직구에 한 방 맞아 버렸다.

처음엔 그저 하기 싫은 마음에 그 일을 회피한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벼락치기엔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치곤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그렇게 더 고민해보니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난 더 잘하고 싶었고, 그 일을 완벽하게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 난 게으름이라는 그늘에서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준비 중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게으름’을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일주일 뒤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마감 날짜보다 일찍 제출했다고 성실한 사람이고 마감 당일 제출했다고 불성실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하루를 부지런하게 보내기 위해 하루 일정을 용의 머리처럼 거창하게 세웠지만, 결과가 뱀의 꼬리라면 부지런은 했지만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하루 안에 끝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자정에 맞춰서 끝냈다면 게으르지만 성실한 사람이 된다. 

이에 본인은 적절한 빈둥거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청소와 빨래를 하고 오후에 할 일을 하는 사람과 낮 12시에 일어나, 할 일을 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일의 효율성이 좋을까? 오전 7시에 일어난 사람에겐 부지런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일의 효율은 오전에 일어나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 체력을 써버린 사람보다 오후에 일어나 체력을 비축한 사람이 더 높을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벼락치기는 작업 수행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지금 하지 않으면 정말 끝이다.’라는 생각에 엄청난 집중력으로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죽어도 못할 것 같았던 일을 이러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나면“어라? 나 또 해냈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들기도 한다.

 어차피 미룰 거 본인의 게으름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처음부터 나 자신을 게으른 사람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왕 정해져 있는 마감 날짜, 할 일을 미루는 시간 만큼은 결과에 대해 걱정을 하지 말고 마음 편히 보내기로 했다. 이렇게 게으르게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미리미리 해둘걸’이라는 후회는 항상 품고 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한 달 전에 미리 했거나 지금 하거나 결과는 내가 만드니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주말에 할 일을 끝내지 못했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더 여유를 부려보자.

/전현아 전북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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