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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종량제봉투가 남긴 것

박현우 기자

“원래 이렇지 않은데⋯.”

지난달 23일 <"가격 오를 수 있다고?" 귀한 몸 된 종량제봉투, 주말 새 판매 급증> 취재 당시 전화 통화한 전주의 한 슈퍼마켓 관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통 2주 동안 판매되는 10·20리터(ℓ)가 주말 새 동났기 때문이다.

같은 날 전주시는 전주 금요일(20일)에 전북도를 통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했다. 며칠 후 보도자료를 통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 재고가 소진돼도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은 전주시의 시계보다 빠르게 혼란 속으로 빠졌다. 종량제봉투를 둘러싼 시민들의 불안 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주시는 당시 종량제봉투 수급 안정화까지 내용물이 보이는 일반 비닐봉투에 배출이 가능하도록 한시 허용했다. 일주일여 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고 다시 “종량제봉투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다음 날인 1일부터 일반 비닐봉투 배출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장 혼선은 불가피해졌다.

전주지역 시민·환경단체 전북환경운동연합도 성명서를 내고 “종량제봉투가 일시적으로 부족하다면 전주시는 일반 비닐봉투 배출 허용이라는 최후의 수단 이전에 실효성 있는 대안을 먼저 시행했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1~5일 전주 주택가·이면도로 주변 곳곳에서 쓰레기가 일반 비닐봉투에 담긴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불과 2주 동안 일어난 일들이다.

피해는 오로지 시민들의 몫이었다. 

지금은 종량제봉투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전주시는 계속해서 수급 안정화를, 시민들은 사재기 자제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쭉 지켜 보면서 ‘전주시의 대응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너진 행정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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