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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준의 교수형

1894년 9월 12일(음력 8.13.), 녹두장군 전봉준은 수행원 10여 명만 데리고 나주성을 찾아, 목사(牧使) 민종렬과 담판을 벌였다. 당시 민종렬의 나주성은 동학농민군에 맞서 문을 꽁꽁 닫고 있었다. 농민군의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전봉준은 민종렬에게 ‘민보군(양반 유생 향리 등으로 조직한 군대) 해산’과 ‘집강소 설치’를 요구했다. 민종렬은 “성을 지켜 백성을 보호하는 것이 목민관의 일”이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전봉준 일행을 죽이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민종렬은 전봉준 일행을 사신으로 대우, 객사 금성관에서 하룻밤 묵도록 했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달랐다. 호시탐탐 ‘전봉준 암살’을 노렸다. 다음날, 그 범 아가리 속에서 전봉준은 용케도 빠져나왔다. 1894년 12월 28일, 전봉준은 순창 피노리에서 옛 부하 김경천의 밀고로 잡혔다. 그리고 담양을 거쳐 나주로 압송됐다. 석 달 반 만에 전봉준과 민종렬은 다시 만났다. 나주 농민군토벌사령부(현재 나주초등학교) 마당엔 농민군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동학접주 김개남과 의병장 임병찬은 이웃 마을 친구 사이였다. 그들은 시국 이야기로 밤을 패곤 했다. 김개남이 청주성 공격에 실패하고 그의 매부 집에 숨어들었을 때, 임병찬은 사람을 보내 “회문산 자락인 우리 집(정읍시 산외면 종송리)이 높고 험하니 더 안전한 이곳으로 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전주감영에 ‘김개남을 잡아가라’고 알렸다. 김개남은 1894년 12월 27일 임병찬의 집에서 잡혔다. 그리고 이틀 뒤 오후 3시 전주풍남문 밖 서교장(군대 훈련장)에서 목이 베였다. 많은 전주 백성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이를 지켜봤다. 1905년 의병장 임병찬은 일본군에 체포돼 그의 스승 최익현과 대마도에 유배됐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항일투쟁을 벌이다 거문도에 유배됐고, 1916년 그곳에서 눈을 감았다. 1884년 갑신정변의 주역들은 대부분 고관대작의 금수저 도련님이었다. 김옥균 33세, 홍영식 29세, 서재필 20세 등 이들의 눈에 하층 농민들은 그저 무지렁이에 불과했다. 그들과 손잡고 조선을 개혁해 보겠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종두법으로 유명한 개화파지식인 지석영이 경상우도 토포사로서 진주, 하동의 수많은 농민군을 체포 처형했던 게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눈에도 농민군은 ‘동학비도(東學匪徒)’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동학당 사태는 폭동(동양평화론)’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안태훈과 함께 농민군토벌에 앞장섰다. 다행히 안태훈은 당시 황해도 동학 ‘아기 접주’로 이름이 자자했던 김창수(백범 김구)를 치지 않고 암암리에 감쌌다. 1895년 4월 24일 새벽 2시, 농민군지휘부 전봉준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성두한이 서울종로 서린동의 전옥서에서 ‘단단한 끈으로 목이 졸려’ 숨을 거뒀다. 조선조정은 4월 23일 밤 교수형 언도(재판장 갑신정변 주역 서광범) 직후 이들을 은밀하고도 전격적으로 처형해버렸다. 전봉준은 “내 목을 컴컴한 소굴이 아니라 종로 네거리에서 칼로 베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후에 매천 황현은 “나라를 어지럽힌 도적들에게 극형이 아닌 교수형이 웬 말이냐!”며 목청을 높였다. ‘애국지사’라 불리던 그도 양반 유생의 기득권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었다.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희망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시대, 어떻게 살았어야 했는가. 128년 전 4월, ‘가마니 들것’ 위에서도 당당하고 눈이 형형했던 조선 사내, 키 152센티미터의 조선낫처럼 옹골찼던 녹두장군, 오늘날 그의 모습은 그가 처형됐던 서울 종각역 부근(영풍문고 앞)에 동상으로 남아있다.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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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6 18:04

호모 클리마투스를 위하여

2013년 4월 10일, 지구의 날 기념식 때 삼천변에 만개한 벚꽃 사이로 눈이 내렸었다. 기억하는 가장 상징적인 기후변화 사건이다. 10년 후 4월 중순인 지금 벚꽃은 벌써 졌고, 5월말이나 찾아오던 철쭉이 활짝 폈다. 기후가 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튠베리는 자신의 미래를 빼앗겼다고 일갈했다. 과연 우리에게 시간이 남아 있고, 대처방안도 있는 것일까? 기후는 ‘특정 장소에서 매년 비슷한 시기에 출현하는 평균적인 대기상태’를 가리킨다. 기후는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춥고 덥고 가문 곳 등 기후 특성에 따라 삶의 양식이 달랐고, 그런 역사를 수천 년 동안 반복해왔다. 그런데 20세기 후반부터 이런 패턴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첫째, 온도가 올라간다. IPCC의 제6차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지구 표면 온도는 1900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09°C나 높아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높아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시베리아 툰드라의 영구 동토층이 녹기 시작했다. 온갖 균이 세상 밖으로 출몰하고 울창한 타이가가 불타 없어진다. 북극권의 성층권이 뚫려서 차가운 공기가 쏟아져 겨울은 더 추워진다. 둘째, 해수면이 상승한다. 2018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0.2m 높아졌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빙하가 녹으니 바닷물이 넘치면서 투발루 같은 섬나라는 물에 잠겨서 사라질 위기다. 전 인류의 10%가 모여 있는 저지대 해안가가 침수되고 있다. 셋째, 이상 기상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비는 점점 덜 내린다. 남부 지역은 올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비가 내리면 집중호우로 피해가 막심해진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산불은 연중 대비해야할 가장 큰 위협이 되었다. 봄, 가을은 짧고, 여름은 한 없이 길어졌다. 한반도의 아열대 化는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이다. 넷째, 식생이 변화한다. 비가 오지 않으니 농작물이 말라 죽고, 동물들이 괴사한다. 지구상의 많은 지역이 점차 사람이 살 수 없는 땅(unoikoumene)으로 변해가고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식물들의 한계선도 거침없이 올라간다. 70년대 사과는 ‘대구 능금’이었지만 지금은 장수사과인데 30년 후면 강원 산간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기후변화를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손쓸 대안이 그리 많지 않다.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는 효과가 없다. 또한 각 국마다 경제발전의 정도가 달라서 재원과 수단이 마땅치 않다. 그렇지만 당장 해야 한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전 세계에 닥친 홍수를 이겨낸 인류의 신화는 중동의 노아의 방주부터, 인도의 마누, 멕시코의 틀락록 까지 무수하다. 인류학자 파스칼 피크는 이를 호모 클리마투스(Homo Climatus), 즉 기후에 적응하는 인간이라 했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역사상 수많은 생물종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태풍과 빙하기, 폭염과 가뭄을 극복해내고 현재의 문명을 일구었다. 서두르자. 세 가지가 중요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00ppm이하로 내리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전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감축 등이다. 이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참여, 솔선수범, 공동 노력, 국제 공조 등이 필요하다. 미래세대와의 공존을 위한 호모 클리마투스의 길이 여기에 있다. /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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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9 16:14

새만금 국제공항에 거는 기대

전북도에는 민간공항이 없다. 도민들이 여태것 이용해 온 군산공항은 개항된지 30여년이 넘었지만 미군기지군사공항으로 그동안 이용에 여러가지 제약 요인이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에도 미군측이 정기 활주로 정비공사로 인해 지난 1일부터 8월말까지 5개월간 운항이 중단돼 도민들의 불편과 원성이 자자하다. 군산과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은 편도 기준 하루 6차례 운영되고 있으며 이용객도 하루 평균 1천여명에 달한다. 미군은 이번 활주로 정비를 통해 활주로에 자동제설·방빙이 가능한 제빙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지만 별다른 대안없이 휴가철을 포함한 장기간 여객기 운항을 중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청주·광주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도민들의 불편은 이만 저만 아니다. 이와 같은 불편사항을 조속히 해소하고 항공오지의 전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과거를 더듬어보면 전북도의 항공수요는 전주공항과 군산공항(군사공항)이 담당해 오던 것을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이후 전북도 항공수요가 급감하고 전주공항 대체재로 건립 예정이었던 김제공항이 수요와 환경 문제로 백지화되면서 군산공항만이 전북의 항공수요를 담당해오고 있었으나 주한미군 공군기지의 활주로를 빌려서 공항을 운영하는 문제 때문에 일반 국내공항의 착륙료의 3배가 넘는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으며 국제선 취항 또한 불가능하여 새만금 지역의 해외투자 기업유치의 필수 요건인 민간 국제공항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군산공항이 미군 소유의 공항이라 하루에 소수의 여객기만 운항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수의 항공편 이착륙이 가능한 민간공항이 건설되면 아시아의 주요도시와 새만금(전북)을 잇는 중·단거리 항공편 취항으로 접근성이 높아져 해외 한류 관광과 판로 개척이 확대가능하다는 점. 새만금 지역에 국제공항이 신설되면 전북권 뿐만 아니라 공항이 없는 충남, 보령 이남 서남권 지역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아래 군산공항의 기존 활주로에서 1,310m를 이격해 기존 활주로와 독립된 길이 2,500m의 활주로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민간공항을 짓기로 한다. 이렇게 건설하게된 새만금국제공항은 2019년 정부의 예비 타당성조사 면제와 기본 계획 용역을 거쳐 2022년 6월 국토교통부에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고시 발표했다. 총 사업비 8,077억원으로 2028년 완공하여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지난달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입찰공고를 거쳐 9월 초에 입찰참가 건설업체의 심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새만금 지역내 34만 3,054m²에 활주로 2,500m 1본, 계류장 5개소, 여객·화물 터미널, 주차장, 항행 안전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서 여객 터미널과 공항 진입로 등 공사는 랜드사이드 건설공사로 올 상반기 중에 발주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전북이 공항 오지의 불명예를 씻을 유일한 희망 뿐만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과 새만금 내부개발 및 투자유치 촉진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인프라이다. 새만금국제공항이 완공되면 새만금 신항과 내륙까지 연결되는 새만금 인입철도로 육·해·공 글로벌 물류 시스템이 구축된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행정절차와 공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조기 건설에 속도를 내야 하겠다. 새만금국제공항이 준공되고 하늘 길이 열릴때까지 도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유성민 에코에너지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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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2 18:10

조선매화

햐아, 숨이 막혔다. 춘분을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구례화엄사 각황전 옆 수백년 늙은 홍매가 몸을 풀었다. 너무 붉어 검은빛마저 감도는 흑매(黑梅)’. 붉고 깜찍한 홑꽃들이 검은 줄기에 ‘꽃등불’을 조롱조롱 매달고 있었다. 발갛게 우꾼우꾼 달아오른 숯불. 마치 두루미가 외발로 서 있는 듯, 허리를 살짝 비틀고 무심하게 먼 하늘을 돌아보고 있었다. 꽃마다 앙증맞은 다섯 장의 선홍 꽃잎. 영락없이 뿌루퉁하게 입을 내민 철부지 막내딸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홍매의 ‘검은빛’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고 헤덤볐다. 순천선암사 늙은 매화들도 우르르 꽃을 토해냈다. 사람들은 육백 살이 넘는 무우전 담장곁 홍매와 원통전 뒤편의 백매(이상 천연기념물 제488호) 주위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뒤틀린 가지에 부르트고 거무튀튀한 껍질. 나비처럼 매달린 분홍 홑꽃. 녹갈색 꽃받침에다 모시적삼 같은 하얀 꽃잎. 벌들이 잉잉대며 정신없이 꽃 속에 코를 박고 있었다. 매화방창! 선암사는 조선매화의 전시장이었다. 무려 20여 그루의 토종매화(100~300년)가 꽃터널 꽃대궐을 이뤘다. 온종일 매화 향기에 취해 선암사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 매화는 역시 고묵은 토종매화가 으뜸이다. 떼로 핀 매화는 ‘양계장 닭’ 같다. 섬진강변 농원매화는 대부분 매실을 따기 위해 ‘대량 양식’하는 일본개량종이다. 꽃이 덕지덕지 달린다. ‘매화’라기보다는 ‘매실나무’다. 아무래도 고고한 맛이 덜하다. 향기도 위쪽으로 붕 뜨는 감이 있다. 후욱! 약간 지분 냄새가 나는 듯도 하다. 우르르 피었다가, 우르르 진다. 수명도 짧다. 조선매화는 뿌리가 만수산 드렁칡처럼 서로 얽혀야 좋다. 둥치는 껍질이 트고 구불구불 틀어져야 한다. 나무껍질은 검고 푸른 이끼가 수염처럼 늘어져 있어야 제맛이다. 늘어진 이끼는 바람이 살랑거리면 마치 푸른 실이 너울거리는 것 같다. 조선매화는 꽃이 작고 얇지만 야무지다. 열매가 부실하지만 오래 산다. 꽃이 띄엄띄엄 듬성드뭇하다. 향이 은은하고 오래간다. 저녁밥 짓는 냄새처럼 가만바람에도 낮게 깔려 스며든다. 알근한 암향(暗香)이다. 만고풍상 검버섯 마른명태 같은 몸에서 어느 날 안간힘을 다해 한 점, 두 점 꽃을 밀어 올린다. 깊은 산속에 저만치 홀로 핀 늙고 수척한 조선매화 한 그루. 선암사 ‘뒤깐(해우소)’은 늙은 매화에 둘러싸인 ‘고매 측간(古梅 厠間)이다. 홍매 두 그루와 백매 세 그루가 해우소 앞뒤로 가부좌를 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매화향이 그득하여 구린내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조선 땅에서 제일 오래되고, 가장 멋들어진 우물마루의 선암사 뒷간. 누구든 들어서기만 하면 그깟 변비쯤이야 제풀에 스르르 괄약근 빗장이 풀어져 버린다. 오죽하면 정호승 시인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라고 했을까. 문득 전주 경기전 사고(史庫) 앞뜰의 늙은 청매를 떠올린다. 좋이 백 살은 됐을까? 가지가 땅위 2미터쯤에서 누워 퍼진 와룡매(수양매·垂楊梅)라 더 애틋하다. 3겹 꽃잎이 맑고 투명하다. 푸른 빛마저 감돈다. 전주 사람들처럼 누가 알아주건 말건 혼자 벙글고 홀로 진다. 언젠가 달빛 슴베든 봄밤에 다가가, 이리저리 톺아보고 또 톺아봤던 일이 생각난다. 왜 그때 울컥했을까? 코끝에 걸리던 청아한 향기가 새록새록 생생하다. 요즘 서울 창덕궁 매화들이 우우우 한창이다. 하마 경기전청매는 지금쯤 이울었으리라. 타향살이 핑계로 못 본 지 오래됐다. 내년 봄엔 때맞춰 볼 수 있을까? 이렇게 또 봄날은 간다.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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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9 17:50

호모 주리디쿠스를 위하여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공정이다. 사실 공정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가치 논쟁 대상이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배분적 정의로부터,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창한 공리주의, 칸트의 도덕주의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다. 무엇이 공정인가는 결국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이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은 무엇일까? 경쟁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누구에게나 균등한 경쟁의 기회가 주어지고 과정이 공정하다면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른 차등적인 대우는 정의롭다는 견해다. 이는 로버트 노직의 자유주의적 정의론에 가깝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서 경쟁의 공정성을 보장한다. 새겨보면 과정의 공정성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불공정한 게임을 한다면 그 결과를 누가 수용할 것인가. MZ세대에게 공정이 뜨거운 이슈가 되는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들은 극심한 경쟁을 겪고 있어서 개인의 능력 이외의 요인이 경쟁과정에 작용하게 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업무를 담당했을 때 자원봉사자의 처우와 관련하여 이를 직접 경험한 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주의(meritocracy)가 정말 공정한가? 두 가지 반론이 있다. 첫째는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능력주의가 진실로 공정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가진 여건이 같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은 학비·생활비 걱정 없이 공부만 하면 된다. 반면에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은 주경야독을 해야 한다. 능력과 재능이 비슷하여도 가진 게 불균등하기 때문에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로널드 드워킨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출발선에서 경쟁의 수단이 되는 자원을 평등하게 해주는 것을 공정이라고 보았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불운에 대해 적절히 보상하여 같은 조건으로 만든 후에 경쟁을 시작해야 비로소 공정하다는 것이다. 능력주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보상은 특별한 대우라고 할 수 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은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득순위 하위권에 장학금을 주고, 인구 소멸지역에 대한 특별한 지원 등이 예다. 하지만 기회를 균등하게 주고, 출발선상의 불평등을 보정한다 하더라도 개인적 성취는 차이가 난다. 결과의 불평등이 심할 때는 내적 통합이 깨지므로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두 번째 반론이다.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될 때만 정당하다고 했다. 이보다 더 진전된 논의는 아이리스 영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녀는 공정성을 약간 위배하더라도 소수자우대․여성우대정책과 같이 적극적으로 결과의 불평등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계속 어려운 삶을 살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경쟁에서 진 사람들도 배려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경쟁의 결과로 발생한 불평등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영(Young)식의 정책도 필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논의를 종합해보면 공정은 그 차원이 다양하므로 반드시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금 출발하는 공정이라는 열차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태우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공동체주의에 입각한 정의로운 인간, 즉 호모 주리디쿠스(Homo Juridicus)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배려와 공감, 인정과 양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공정한 잣대를 만들어나가는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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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2 15:58

살기 좋은 고장

국민이 일상생활속에서 두려워하는 범죄, 교통사고, 산업재해, 감염병과 같은 사건들이야말로 국가와 사회의 안전관리의 중요한 대상 영역이다. 따라서 최근에 사회안전지수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의 사회 안전도를 살펴보자.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경제활동과 생활안전, 건강보건, 주거환경 등 4개 분야의 정량지표를 토대로 산출한 사회 안전 지수는 지수가 높을수록 살기 좋은 지역을 의미하는 바 2023 사회 안전 문화 지수에서 주민들이 지역에 살면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만족도가 전북도내 시∙군 대부분이 타지역에 비해 덜 만족하다고 나타났다. 불과 2년전에만 하더라도 상당수의 시∙군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던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한 서초구는 높은 수준의 건강 관리 사업과 양질의 경제 인프라를 바탕으로 취업, 취약계층에 일자리 사업을 배정해 약자와의 동행을 추진하는 등 편안한 일상을 누리기 위한 안전에 중점을 두고 모든 주민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실현해 행복한 도시로 변화를 도모하였으며, 전국 군부에서 1위를 차지한 경북 예천군도 신도시 복합 커뮤니티센터, 패밀리파크, 미세먼지 차단숲, 아이사랑 안심 케어 센터조성 등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정주 여건 인프라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한다. 경제력이 낮고 인구 유출도 심하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 지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주요 평가 영역 가운데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전국 상위권 지역을 벤치마킹이라도 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지자체 차원의 정책 대안을 논의하는 등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고 각 지역의 공동체별로 안전지표와 비전을 주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주민 스스로 만드는 안전한 마을 사업계획을 지원해주고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밤침도 따라야 할 것 이다. 또 한가지는 국토교통부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운전행태, 보행행태, 교통 안전 항목 등 교통 안전 의식 구조를 포함한 교통 문화 실태 조사 발표에서도 일부 시∙군을 제외한 전북도내 대다수의 지자체가 보통 이하로 나타났다. 교통 안전 의식 제고를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부족한 교통 안전 인프라 시설 등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야하겠다. 행복이란 희망을 그리는 상태에서의 좋은 감정으로 심리적인 상태 및 이성적 경지 또는 자신이 원하는 욕구와 욕망이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느끼는 상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 하는 것은 의미한다. 지난 2월에 발표된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8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삶의 질 만족도도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력, 소득, 기대수명, 교육수준 등은 과거보다 크게 나아졌으나 주요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않거나 덜 행복하다는 뜻일게다. 인구 절벽시대, 소멸 위기에 속한 대부분 지방의 소도시에서 주민 소득과 일자리 창출, 사회 복지 향상 등을 위해 바쁘고 할 일도 많겠지만 행정상, 재정상 특별 지원을 받고 자치권 보장과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전북 특별 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모두 노력해서 잘사는 전북을 만들어 행복지수를 높여나가고 살기 좋은 행복한 고장이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고대해본다. /유성민 에코에너지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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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5 15:15

지역발전을 위해 생활인구를 활용하자....

고향이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설레인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성인이 되기까지 오롯이 시골에서 보낸 나에게 있어서 고향은 어린 시절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추억 저장소이자 오늘날까지 나의 인생에 있어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온 삶의 뿌리이다. 나의 기억속에 있는 고향마을은 사람이 북적이고 활력이 넘쳤다. 마을에는 아기 우는 소리, 아이들 뛰노는 소리,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로 늘 활력이 넘치고 흥겨웠다. 5일마다 장이 서는 전통시장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과 구경꾼들로 엄청나게 북적이고 흥성댔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많아서 2부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늘 시끌시끌하며 생동감이 넘쳤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사는 존재라서 그런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가면 갈수록 활력 넘치던 옛 고향마을이 점점 더 그리워진다. 그런데 이처럼 기억속에 아름답게 각인되어 있는 고향마을이 지금은 예전과 너무나도 다르게 생동감이 거의 사라지고 활력도 없어져 소멸위기에 처해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사람들로 북적대던 고향마을에는 아기울음 소리 끊긴지 오래고, 젊은이들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연세드신 어르신들만이 외롭게 남아 고향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촌향도의 인구이동이 누적되면서 고향 시골마을은 그야말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지 오래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농촌마을이라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서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안가서 고향마을은 폐허가 되고 소멸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감히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록 필자의 고향마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비수도권 지역이면 어디에서나 나타나고 있는 일반적 현상으로 국가적인 재난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적 재난상황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중앙정부에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대응방안에 보다 더 많은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정부, 지역주민, 출향민 등 관련있는 모든 주체들도 함께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인구감소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의 정주인구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인구증가율이 낮고 수도권 인구집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지방의 정주인구 증가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간 정부의 정책수립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인구의 개념은 정주인구였으나, 인구감소시대에 있어서는 관계인구 내지 생활인구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이에 맞춘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관계인구’는 일본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해낸 개념으로 ‘이주나 관광이 아니라, 일상생활권과 통근권 이외에 특정지역과 계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구’를 말한다., 만시지탄이나 우리나라도 금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일본의 관계인구 개념과 유사한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생활인구‘는 인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한 거주 중심에서 지역과 연결된 다양한 관계 중심으로 확대한 것이다. 타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우리 지역과 맺는 다양한 관계를 발굴하고 확대하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일본 ‘관계인구’의 한국적 적용이라 할 것이다. 앞으로 관계인구 또는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지역개발사업, 인프라확충, 도시재생사업, 도시·지역계획수립 등 다양한 정책에 반영되어 적극 시행됨으로써 지역활성화의 전환점이 되고 고향마을이 예전처럼 활력이 넘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석 전 도시재생사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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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8 17:50

미륵의 나라

서기 660년 백제가 망했다. 의자왕 등 백제인 1만 2807명이 당나라 수도 장안으로 끌려갔다. 관료 기술자 등 수많은 백제인이 하루아침에 경주 신라 지배층의 노예가 됐다. 663년엔 흑치상지가 이끄는 백제부흥군이 무너졌다. 동시에 백제와 왜(3만2000명)의 연합군도 백강전투에서 패배했다. 이때 백제인 20만 명이 대거 일본으로 건너갔다. 백제 유민들의 크고 작은 저항은 망국 후 100년 가까이 계속됐다. 할아버지-아들-손자 3대(代)에 걸친, 기약 없는 싸움이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백제부흥의 꿈은 단발성 반란으로 이루어질 문제가 아니었다. 나라 없는 백성은 상갓집 개와 같다. 백제 유민들은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766년 진표율사가 모악산 금산사를 중창하고 미륵부처를 모셨다. 왜 미륵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미륵이 언젠가 오실 ‘메시아’였기 때문이다. 미륵은 석가이후 사바세계에 내려와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래 부처님’이다. 진표율사는 가엾은 백제 망국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다. 모악산은 미륵의 땅이다. 금산사를 빙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가 '푸른 연잎'이라면, 금산사는 '붉은 연꽃'이다. 그중에서도 미륵전은 단연 연꽃의 '꽃심'이다. 본존미륵불(11.82m)과 좌우협시불(8.79m)이 금방이라도 내려올 태세로 곧추서 있다. 풍채가 휘뚜루마뚜루 헌걸차다. 미륵부처는 세상에 내려와 3차례 설법을 통해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끈다. 그 첫 번째 장소가 모악산 금산사, 두 번째가 속리산 법주사, 세 번째가 금강산 발연사(鉢淵寺)다. 모두 진표율사나 그의 제자가 세운 절집이다. 모악산은 미륵신앙의 요람이다. 그 중심은 단연 금산사 아래 금평저수지(1961년 축조)다. 이전엔 습지와 복숭아밭이었다. 그 주위에 지금도 미륵 관련 신흥종파들이 몰려 있다. 흔히 사람들은 그 방죽을 ‘오리알 터’라고 부른다. 왜 오리알터 인가? '올(來)터'란 뜻이다. 누가 그곳으로 오는가? 바로 미륵이다. 실제 증산교의 창시자 강일순(1871~1909)은 저수지 윗동네 구릿골(동곡리)에서 눈을 감았다. 그는 구릿골에 ‘이 세상 모든 병든 중생을 치유하겠다’며 동곡약방(廣濟局·광제국)을 열었다. 그는 여성과 백정 등 천대받는 모든 생명이 하늘처럼 대접받는 세상을 꿈꿨다. 조선시대 ‘풍운의 혁명아’ 정여립(1546~1589)의 집터도 구릿골에 있다. 그가 벼슬을 마다하고 낙향하여 터를 잡은 곳이다. 그는 “천하는 공물(公物)인데 누구든 섬기면 임금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금구 원평 태인 일대의 선비들과 평등 세상을 꿈꾸며 대동계(大同契)를 조직했다. 양반 상놈 노비 등을 가리지 않고 형제처럼 지냈다. 당시로선 놀라자빠질 일이었다. 정여립은 계원들과 구릿골 뒤 구성산(488m)에서 무예훈련을 했다. 제비산(308.3m) 치마바위 앞에선 천일기도를 올렸다. 그가 타고 다녔다는 ‘용마무덤’도 남아있다. 1589년 정여립은 대역죄로 능지처참을 당했다. 아울러 수많은 호남 선비가 떼죽음을 당해 씨가 말랐다. 미륵은 언제 오는가? 내 아버지의 아버지들도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렸다. 오지 않았다. 내 평생에도 오지 않을 것이다. 내 이후에도 오지 않으리라. 하지만 미륵은 곧 희망이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중국 작가 루쉰의 말마따나,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아서, 사람들이 자꾸 가다 보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희망은 사람의 명줄이나 같다. 그걸 놓는 순간 곧 죽음이다. 그렇다. 희망은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 현실이 된다.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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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1 15:28

신(新)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위하여

최근 물가가 비상이다. 2022년 8월의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8.3%였고,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5.7%였다. 물가가 급등하다보니 급기야는 난방을 포기하는 가정도 생기고 있다. 금리는 어떤가? 미국 연준이 지난 해 기준금리를 1회에 0.75% 이상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4번 연속 밟으면서 한 때 마이너스까지 기록했던 이자율이 지금은 4.75%대로 치솟았다. 우리나라는 작년 5월 1.75%였는데 금년 1월에는 3.5%가 되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0.7%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금년에는 1.7%를 예상하고 있다. 경제상황이 왜 이렇게 어렵게 변했을까?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다. 아담 스미스는 “우리가 저녁식사를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양조장∙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경제주체,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들이라는 말이다. 합리적인 경제인 모델 하에 2차 대전 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는 발전했고 물가는 낮은 상태를 유지하였다. 물론 1970년대 석유파동, 2008년 금융위기 등이 있었지만 곧바로 반등하여 세계 경제성장률은 일관되게 우상향하였다. 이와 같은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다 계획한 대로 된다. 안정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하면서 얻은 급여소득으로 자녀 교육시키고 생활할 수 있었다. 남은 소득은 착실히 저축하고 토지 등에 투자하면 노후 생활이 보장되었다. 한 개인의 생애동안 세계경제규모는 커지고 소득은 향상되는 선순환 사이클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런 장기 호황은 기술은 늘 발전하고, 석유를 비롯한 자원은 언제나 풍부하게 쓸 수 있으며, 세계는 평화롭다는 전제 하에 이룩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종말이 왔다. 일찍이 리처드 하인버그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제로가 되었다고 했다. 지난 30여 년간의 초저금리 시대 동안 최고조로 팽창된 통화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귀신의 옷을 입고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원자재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밀, 석유, LNG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경제계획 자체를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경기순환의 주기는 계속해서 짧아지고 있다, 불황과 호황을 순환하는 패턴 자체가 사라졌다. 인구는 데드크로스를 맞아서 총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인구구조 또한 급격하게 고령화시대로 진전되고 있다. 부동산 값은 이미 너무 올랐다. 이처럼 급격하게 변해버린 경제 여건이지만 극복해나가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불가측성 시대의 새로운 경제관념이 요구된다. 이를 신 경제인(Neo- Homo Economicus)이라 칭하고 싶다. 첫째, 세계적인 흐름을 읽고 장기적인 안목을 키워야 한다. 단기적인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찾아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둘째, 기존에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예전의 생존 전략을 과감하게 탈피하여 새로운 영역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셋째, 지역 내외에서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이웃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궁즉통(窮卽通), 꺾이지 않는 절실함으로 자세히 보면 새로운 ‘길’ 신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전략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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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22 15:14

고향사랑

올해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고향사랑기부제 홍보와 답례품 발굴로 여념이 없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가 현 주소지를 제외하고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기부금 공제와 답례품을 받을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그 기부금을 재원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용 할 수 있는 제도로서 2008년 일본에서 먼저 시행된 고향 납세 제도의 장단점을 보완해 도입한 제도로 지방 재정 형평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데 있다. 답례품은 아이디어 공모와 답례품 발굴 및 선정을 통해 기부자의 호응을 이끌어 냄은 물론 소득과 일자리 창출로 연계하고 지역 특산품을 발굴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도를 먼저 시행한 일본의 경우도 기부금으로 저소득층과 교육 지원 등의 사업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힘을 모으는 재해 극복, 대대적인 식목 사업 추진 등 그 사용처가 다양하며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다. 현재 많은 지방 정부가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인구 유출과 그로 인한 재정 악화 그리고 지역 활력의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중앙정부 예산만으로 지역의 발전과 경제 질서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와 같이 중앙정부의 지원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에서 지방 정부의 독자적인 재원 마련 강화를 위한 돌파구 모색이 필요하게 되었고 지역 경제가 인적, 물적, 자원과 재원을 선순환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정 조달 방안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고향 사랑 기부제가 시행하게 되는바 이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해본다. 먼저 자율 기부를 유도할 수 있는 공공성 확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초기에는 제도 홍보와 모금 활동에 따른 많은 제약이 있겠지만 건전하고 자발적인 기부 문화를 형성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시군별 향우회, 애향본부, 친목 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집중 홍보도 필요하다. 나아가서는 주소지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어느 자치 단체든지 기부할 수 있는 고향 사랑 기부제 확대도 논의되었으면 한다. 또한 정성이 담긴 지역 답례품 개발·발굴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트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도 강구해 볼만하다. 답례품을 지역사랑상품권도 제공하지만 축제와 연계하는 고향 방문 활성화다. 예를 들어 익산 서동축제 식·숙박 우대권, 김제 지평선 축제의 농촌마을(숙박)체험 이용권 등 시·군별 축제를 활용하였으면 한다. 다음은 고향 사랑 기부제를 통한 마일리지제를 운영하여 일정 횟수, 일정 금액에 도달하는 기부자를 표창과 포상을 실시 고향 사랑에 애틋한 사랑과 향수 등 동기 부여와 성취감을 느껴보게 하는 방안이다. 또 고향 사랑 기부제를 통한 답례품을 불우시설, 사회복지시설, 경로당 등 단체에 지정 기부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기부제가 또 다른 기부를 낳는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고향 이웃사랑을 실천하는데 일익을 담당하리라 본다.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고향 사랑 기부제가 출향인은 물론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겠다. 그래서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고 고향 발전을 앞당기는 고향 사랑 기부제가 조기에 정착되고 활성화 되기를 빌면서 이번 기회에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고향 사랑을 조금이나마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유성민 에코에너지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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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5 16:03

도시재생사업 활용, 지역활성화 도모

우리나라 비수도권은 인구감소 및 인구유출, 경제기반 약화 및 일자리 감소 등으로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전라북도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이처럼 쇠퇴하고 있는 낙후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지역고유자산 활용 등을 통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고 낙후된 쇠퇴도시 또는 도시 내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 역량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 및 창출, 지역자산을 활용한 사회적·경제적·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하며, 특별법에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종 개별법에 규정되어있는 도시정비사업, 재정비촉진사업, 역세권개발사업, 산업단지 개발사업, 상권활성화사업, 공공주택사업,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 혁신지구 재생사업, 도시재생인정사업” 등을 도시재생사업으로 포괄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중 특히 혁신지구 재생사업은 산업·상업·주거·복지·행정 등의 기능이 집적된 지역거점 조성을 위한 사업으로 경제거점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시재생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도시재생사업은 2013년 특별법 제정이래 2021년까지 전국적으로 534개 사업이 선정되어 추진되고 있으나 대부분 소규모 마을정비사업이나, 주거환경정비사업 등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혁신지구 도시재생사업은 9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로인해 도시재생사업이 쇠퇴한 도시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에는 어느정도 기여했으나 지역경제를 活性化 하는데에는 한계를 노정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을 도시재생뉴딜사업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확대하여 연간 100개의 사업을 선정하고 10조원씩의 재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였는데, 프로젝트의 규모에 비해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성화 등과 같은 실질적인 성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따라 새 정부에서는 그간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공과를 면밀히 분석·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개편방안을 마련하여 국정과제에 반영하는 한편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그간의 물량위주 소규모 사업을 규모있는 성과위주사업으로 전환키로 방침을 정하고 혁신지구를 활용한 경제재생사업과 지역고유자산을 활용한 특화재생사업으로 개편하였다. 특히 혁신지구 재생사업은 정부의 재정지원규모가 사업당 최고 250억원에 달하고 전체 사업비의 70%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출자 및 융자를 해줄 수 있는 사업이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간 지방에서는 주로 마을정비사업이나 주거환경정비사업에 집중해 온 측면이 있는데, 앞으로는 혁신지구 재생사업도 적극 발굴하여 추진하면 지역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전북지역에서도 지난 ‘21년까지 총 43개의 도시재생사업이 선정되어 추진중에 있으나 혁신지구 재생사업은 전무하였고 소규모 재생사업 위주로 추진되어 왔다. 다행스럽게 지난해 연말 고창군에서 혁신지구 재생사업에 공모하여 선정되어 새정부 도시재생사업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되며, 향후 타 시·군의 적극적인 공모도 기대해 본다. 도시재생사업만으로 지역경제가 곧바로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추진중인 사업이나 계획중인 사업들과 도시재생사업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여 함께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북지사님과 해당 지자체장, 지역구의원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준비 덕분에 전북에서 공모한 도시재생사업이 모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둔바 있다. 앞으로도 도시재생사업이라는 정책수단을 활용하여 전북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적극 추진해 주시기를 기대해본다. /김상석 국토부 재생사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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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8 15:40

입덧

천자문(千字文)엔 봄 ‘春(춘)’자가 없다. 천자문 달달 외워도 ‘立春大吉(입춘대길)’을 못 쓴다. 그렇다고 봄이 오지 않는가? 봄은 기다려도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입춘(4일)이 코앞이다. 하지만 봄은 이미 내 몸 깊숙이 똬리를 튼 지 오래다. 봄은 입맛으로부터 온다. 혓바닥은 요물이다. 겨우내 입안이 온통 헛헛하고 텁텁하다. 찌든 ‘군둥내’에 진저리친다. 시큼한 김치찌개 냄새, 퀴퀴한 청국장 냄새, 에~취! 코를 찌르는 찬장의 눅눅한 고춧가루 냄새…. 풋것이 미치도록 먹고 싶다. 하마, 남녘 바닷가에선 무시로 봄 쑥국이 밥상에 오르리라. 바닷바람에 연하고 순해진 해쑥들. 그 여릿여릿 생명의 풋것들! 그 수선거림과 흥성거림. 온몸이 달뜬다. 도리질에 안달복달, 발을 동동 구른다. 잇몸이 근질근질, 혀끝이 간질간질, 방안을 왔다 갔다, 의자에 앉았다 섰다, 책을 폈다 덮었다…. 에라, 전주에 달려가 ‘파 강회’나 실컷 먹어볼까? 단골 막걸릿집에 퍼질러 앉아, 파강회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주전자 시켜놓고, 주모가 부르는 ‘봄날은 간다’나 들어볼까? 우두둑! 정갈하게 돌돌 말린, 세모시 옥색치마의 쪽파 허리 ‘즈려’ 씹으며, 젓가락 장단이나 두드려볼까? 어금니 잇몸 위아래로 ‘슴베 나오는’ 데친 쪽파의 새콤한 연녹즙. 쪽파 보늬 껍질의 풋 냄새와 매옴 시큼한 초고추장의 환장할 어우러짐. 씹으면 씹을수록 아련하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살찐 농어가 풍덩! 뛴다. 파릇파릇 미나리 강회는 또 어떨까. 살찐 생미나리의 상큼한 새물내. 너부데데한 놋그릇에 김 펄펄 하얀 쌀밥과 살짝 데친 미나리 숭숭 썰어 넣고, 고추장 참기름으로 쓱쓱 비벼 먹고 싶어라. 오호라, 입속에 다발로 피어나는 재스민 향기. 콧숨 뿌리에 알큰하게 차오르는 봄 향기. 한순간 온몸의 실핏줄이 우우우 부풀어 오른다. 얼씨구나 절씨구! 남이야 혁명을 하든 말든, 미나리 파란 싹이 입안 가득 돋아난다. 새록새록 감칠맛이 우러난다. 전주 어르신들 말로 ‘개~미’가 있다. 아뿔싸, 또 있다. 봄동이다. 이거 빼면 새봄이 허전하다. 요즘 봄동은 발가락으로 무쳐도 맛있다. 봄동은 역시 ‘봄~똥!’으로 읽어야 제격이다. ‘봄의 똥’인가? 그렇다. ‘봄 강아지가 쪼르르 길 가다가 눈 연둣빛 똥’이다. 겨우내 징게밍게 논두렁밭두렁에서 한뎃잠을 잔 ‘노숙 배추’를 그렇게 부른다. 한마디로 ‘납작배추’ ‘떡배추’다. 엄동설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그래서 더욱 깨소금 맛이다. 입에 넣으면 사각사각! 사과 깨무는 소리가 난다. 씹을수록 들척지근하고 꼬소름하다. 맛이 둥글다. 그렇다. 봄똥 속엔 전주 기린봉 귀때기를 후려치는 칼바람 한 줌, 꽁꽁 얼어붙은 전주천의 얼음 한 조각, 경기전 앞마당에 퍼붓는 함박눈 한 줌, 전주한옥마을 각시방 영창에 매달린 수정고드름 하나, 섣달 밤 다가산 너머 눈썹달 비껴가는 기러기 한 마리, 북풍한설 완산칠봉 산비탈에 맨살로 서 있는 신갈나무 한 그루, 하늘나라 어머니의 자나 깨나 자식 걱정 한소끔, 그리고 “밥은 잘 챙겨 먹고 댕기냐?” 앞서가신 아버지의 낮고 뭉툭한 목소리가 들어 있다. 시부저기 “봄~똥!”하고 소리 내어 읽어본다. 눈꺼풀에 햇살 부스러기가 간질간질 내려앉는다. 귓가에 투욱~ 툭! 생강나무 꽃망울 터지는 소리. 얼음장 밑 쫄! 쫄! 쫄! 물 흐르는 소리. 공기가 참 달다. “보옴~똥!”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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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1 15:34

호모 모벤스를 위하여

계묘년 새해의 화두는 ‘고향’이다. 인구 소멸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니 전국 곳곳에서 유명 인사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각 언론 지상에서도 고향에 관한 글이 넘친다. 이동성이 풍부한 현대는 내가 태어난 고향과 현재 살고 있는 주소가 대부분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시책이랄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이동하는 동물이었다. 대략 기원전 7천 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된다. 그 뒤로 인류 문명은 상상 이상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을 거쳐 21세기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다. 어렸을 적 우리는 철이 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철이란 시절이다. 성장하고 정착하여 직업을 갖고 가정을 꾸리는 방식이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뿌리, 안착하는 삶, 안정적인 생활이 가장 핵심적인 가치였다. 정주하는 시대에도 그늘이 있다. 순혈주의, 집단 간의 편가르기와 갈등이 상존한다. 게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혼잡하다. 농촌과 도시 그리고 국가간의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역간 불균형은 당장 치유책이 필요할 만큼 심각하다. 인간의 문명을 촉진시켜온 가장 큰 원동력인 정주성(定住性)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의 원인이 되어간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시대정신(zeitgeist)은 무엇일까? 우리가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지점이다. 로버트 링거는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진단했다. 움직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움직여서 풀어야 한다. 인류는 이를 위해 이미 제2의 유목 생활을 시작하였다. 편도 통행에만 2시간 걸리는 출퇴근도 불사한다. 좋은 일거리가 있으면 국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철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고정되어 있던 생각과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땅(Terra Incognita)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대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창조성이 그 기저에 있다. 들뢰즈는 이것을 노마드라고 칭하면서 ‘시각이 돌아다니는 세계’로 명명하기 까지 했다. 이제는 사람과 정신, 재화와 가치가 마구 움직이는 시대이다. 따라서 사회의 기본 운영 방식은 유동하는 인간을 전제로 해야 한다. 먼저 공간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곳이다. 따라서 집은 여러 개 일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한 지역에서 발전을 기획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정책 대상을 달리 해야 한다. 정주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이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게 바로 끝없이 이동하는 인간이다. 우리 지역에 주소를 둔 사람만이 주민이던 시대는 벌써 지났다. 찾아오는 사람,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주민이다. 이런 생각은 올 해에 생활인구 개념으로 법제화되었다. 이제 바야흐로 호모 모벤스(Homo Movens), 움직이는 인간의 시대이다. 자크 아탈리는<호모 노마드>에서 유목하는 인간의 미래를 박애와 공동체 정신에 두었다. 타자에 대한 개방과 포용이 필요하다. 그래야 움직이는 인간을 수용하는 정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개방과 포용의 정신으로 관광과 새로운 일자리, 볼거리 등을 통해 사람들이 전북을 찾아오게 하자. 이런 성찰 속에 ‘먼저 온 미래’, 즉 인구 감소 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이 있다고 본다. /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지원관 △ 김광휘 국장은 전북도 정책기획관, 새만금환경국장,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과장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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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5 15:43

새희망, 대도약의 날개를 달다

지난해 연말 내고향 전북에서 새 희망의 징조가 보이는 여러가지 좋은소식이 들려왔다. 먼저 “전북 특별자치도 설치등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의결 됐다는 쾌거다. 이는 제주, 세종, 강원도에 이어 4번째 탄생으로 전북특별자치도로 명칭이 바뀌며 특별법이 정하는 특례를 부여받게 되는데 행정상, 재정상 특별지원은 물론 자치권 보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설치 등 여러 가지 특혜를 가진다. 전북도와 도민에게 커다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는 전라북도 국가예산 9조원시대를 열었다는 희소식이다. 확보된 국가예산은 9조 1,595억원으로 산업, 경제, 농생명 등 주요분야에 걸쳐 고르게 증가한 역대최고액을 기록, 전년도 대비 2,227억원(2.5%)이 증가했다. 이는 실제 정부 예산 증가율 2.1%보다 더 많은 증가율로서 다른 시·도에 비하면 빈약하지만 정치권 및 도,시,군 등 도민 모두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본다. 그 중에서 전북의 성장거점인 새만금 사업예산은 1조 874억원으로 글로벌 물류중심지로 도약을 위해 국제공항, 신항만, 철도, 지역간 연결도로 등 새로운 전북을 열어갈 주요 동력원으로서 구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상당히 고무적이다. 셋째로는 '새만금 투자 진흥 지구' 지정을 위한 새만금 사업법이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의결된데 이어 12월 23일에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세제감면을 위한 '조세 특례 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새만금 사업법이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 근거를 마련했다면 조세 특례 제한법에는 법인세 등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감면 규정이 담겨있어 새만금 투자 진흥지구의 실효성을 확보하였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이와 같이 새만금 관련 법률과 예산이 신속히 통과 처리 됨에 따라 새만금 투자 진흥 지구에 입주하는 기업은 5년동안 (최초 3년 100%, 추가 2년 50%) 법인세나 소득세를 감면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정부에서는 기본 계획 수립은 물론 민간 투자 유치 가속화를 위해 전북도와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지정 절차, 요건 등을 구체화한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관세, 지방세 감면 등 탄력적인 추가 혜택 도입도 검토하여 지역 균형 발전과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2020년 새만금 동서도로가 개통된이후 2년만인 지난 12월 28일 남북도로 1단계(12.7km) 사업이 완료되어 개통되었고 올 7월에 관광레저용지까지 2단계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한다. 새만금 내부를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십자형(+) 도로 완공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는 지역간 도로와 연결하는 대동맥으로서 새만금 내부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항, 철도, 항만 등 새만금 내부개발 가속화의 전기가 마련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새만금 사업의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안착과 전북도의 중흥을 위해 지난해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많은과제도 뒤따르겠지만 온 도민들의 지혜를 결집하여 이 기회를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면 전북도의 대도약의 시발점이 되리라본다. 이러한 시점에서 올 한해는 매우 중요한 시기 임에 틀림없다. 덕과 지혜의 상징인 검은 토끼 해는 예로부터 재물걱정이 없는 해라고 일컬어왔다. 도민들이 경제 사정이 좋아져서 시름을 더는 풍요로운 전북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찬 한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유성민 에코에너지원㈜ 대표이사 △유성민 대표는 산림청 정책자문위원(청년특위), 한국태양에너지학회 기술이사, 재경 전북도민회 부회장, 전북지방경찰청 인권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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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8 16:16

고창군 도시재생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선정을 축하하며

지난 2014년 일본 관료출신 정치인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는 “지금의 인구감소 추세라면 지방은 소멸하고 말 것”이라는 내용의 마스다보고서를 발표하고 같은 해 <지방소멸론>이라는 책으로도 발간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큰 충격파를 던진 바 있다. 지방이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지방소멸'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해 경고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의 위기는 지방소멸이라는 용어가 대변해 주고 있는 것처럼 과장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 및 경제지표를 비교해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2022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 격차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전체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는 전체 인구의 50.3%, 청년인구(20∼39세)의 55%, 전체 일자리수의 50.5%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0년 기준 1000대 기업의 86.9%가 수도권 집중돼 있으며,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도 수도권은 3,710만 원, 비수도권은 3,410만원으로 그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문제는 수십년간 제기되어 온 이슈로 이를 해결하기위한 국토균형발전정책도 여러 정권에 걸쳐 시행되어 왔다. 정부기관의 지방이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등과 같은 정책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토균형발전 정책은 가속화되는 지방의 침체를 다소간 완화시키고 지연시키는 효과는 없지 않았으나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방의 위기가 단순히 공공기관의 수도권 집중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구, 교육, 경제 등 총체적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총력대응이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정책을 활용한 지방정부의 자구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병행 추진돼야 하며, 각 정부부처의 정책수단을 면밀히 파악해 부처연계사업으로 동시추진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연말 고창군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혁신지구사업에 공모해 선정된 것은 중앙정부의 정책수단을 활용한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지방정부의 노력여하에 따라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사업이다. 일례로 천안시는 그간 여러차례 도시재생사업에 공모해 다수 선정된 바 있으며, 특히 동남구청 도시재생사업은 국토교통부 지원하에 천안시, 한국토지주택공사, 현대건설 등 민관협력사업으로 추진돼 천안시 원도심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천안시는 동 사업의 성공을 계기로 천안역 도시재생 혁신지구 등 지역활성화를 위한 후속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고창군에서 도시재생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에 공모해 선정된 것은 획기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은 지역의 경제성장거점을 육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지원규모도 가장 크고 사업요건도 까다로워 그간 군(郡)단위에서는 공모신청한 사례도 없었다. 고창군에서는 새로 취임한 군수님을 비롯해 부군수님과 담당 공무원들이 수 개월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담당자들을 수시로 방문해 자문을 구하고 민간 협력파트너를 찾아내는 등 엄청난 열정과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 짧은 기간내에 내실있는 사업계획안이 만들어졌고 공모 평가위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으며 선정됐다. 이러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쌓이다보면 지방의 소멸위기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고창군의 도시재생사업 혁신지구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활력 넘치는 고창군으로 거듭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상석 국토부 재생사업기획단장 △김상석 단장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과 국토부 자동차관리관, 새만금개발청 개발사업국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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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1 16:14

징게밍게 외야밋들

어와 벗님네들, 이내 말 좀 들어보소. 묵은 해니 새해니, 오도방정 떨 것 없네. 여보게, 저 하늘의 해가 무엇이 달라졌는가? 엄뫼라 모악산은 맨날 그 자리, 암소처럼 엎져 있고, 징게밍게외야밋들 훠이훠이, 빈들 넉장거리로 누워있네. 저 산과 저 들판이 언제 바뀐 적 있었던가? 산천은 의구허고, 만경강 동진강은 예나 지금이나 밤낮으로 흐르는데, 그저 인간들만, 놀보란 놈 제비 후리듯, 돈 좇아 왔다 갔다, 내가 옳다 그르다, 삿대질하기 바쁘구나.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산 사람도 죽이는 돈, 죽은 송장도 벌떡 일어나는 돈, 내 것은 금쪽같은 돈, 남의 것은 아니꼽고 더러워 침 뱉는 돈, 이 썩을녀러 세상 도덕군자 따로 있나, 돈이 바로 삼강오륜이라! 세상에 가장 재미난 일은 남몰래 밤새 혼자 돈 세는 거라던가. 그러니 다들 돈이나 허천나게 세시구려. 나는 하늘의 별이나 싸목싸목 헤아릴 라네. 돈 돈 돈 돈 봐라! 아나, 이 웬수 놈의 돈아,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느냐. 인간 한생 질게 잡어 100년을 산다 쳐도,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찧고 까불고 놀고 아프고 똥 누는 시간, 얼굴 우둥그려붙여가며 찜부럭 하는 시간, 모다 지하고 나먼, 단 사십도 못사는 게 인생이라. 이내 한생 아차 한번 죽어지먼, 북망산천 한줌의 흙이러니, 어찌 쓸쓸허지 아니하며, 어찌 적막강산 아니리오. 돈도 명예도 모다 부질없어라. 천만년 살 것처럼, 뻘밭의 개싸움 할 일 뭐 있으며, 시장바닥 한구석 침 묻혀가며, 게걸게걸 돈 셀 것 또 뭐 있으리오. 어와 세상 사람들아, 올해는 그저 흥보란 놈 첫 번째 박 타는 마음으로, 밥 한 그릇에 감사하고 신명나게, 어깨 들썩들썩 살아보세. 시르릉 실근 톱질이로구나, 에이 여루 당그어 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 식구 밥 한 그릇씩만 나오너라. 우리가 이 박을 타서 박속일랑 끓여 먹고, 바가지는 장에다가 내다 팔어, 시래기국에 꽁보리밥 말어, 배 터지도록 먹어보자. 삼년 묵은 도토리 방구, 붕붕 빵빵 뀌어가며, 에이 여루 톱질 하세. 시르렁 실근 시르렁 실근 쪼르륵 꼴깍. 올해는 깡충깡충 계묘년(癸卯年) 토끼해라. 자고로 토끼란 놈 경박하여 철딱서니 없는 데다, 그 몰골 또한 괴이하고 우스우니, 뒤 귀는 숫마이산 암마이산 쫑긋, 두 눈은 도리도리 블링블링, 허리는 쭈욱 빼어 늘씬, 꽁지는 한줌치 묘똑, 앞니는 위아래 각설탕조각 달랑. 그런 어릿광대 각설이 토끼가 용궁에서 구사일생 뭍에 오르자, 얼마나 좋았으면, 요리 펄쩍 저리 펄쩍 촐랑대며, 이리 궁글 저리 궁글, 대그르르르 귀를 털고, 생방정 생난리를 쳤으렷다. 얼씨고나 살았다! 절씨고나 살았다! 요리로 깡짱, 저리로 깡짱. 한목숨 건졌으면 그만이지, 재물은 어디다 쓸 것이며, 명예는 또 무슨 얼어 죽을 개나발이냐. 문득 징게밍게외야밋들에 하루점드락 목화솜 함박눈이 어찔어찔 내려온다. 수억만 마리 배추흰나비떼가 강강수월래 춤을 추고, 까르르 와르르 이리저리 숨바꼭질이라. 어찌 꿈엔들 잊힐리야. 보리밭 눈이불아래, 우우우 돋아나는 여린 새싹들. 조르라니 앉아있던, 고향집 장독대의 빛살무늬 토기들. 우쭐우쭐 깨끼춤 도굿대춤 이웃 할머니들. 고샅길 탱자나무 울타리에 앉아, 돛 달아라♬ 돛달아라♬ 태평성대 아즐가♪ 깐족대는 참새들. 시방 징게밍게외야밋들에 봄의 군대가 영차♬ 영차♬ 아그똥허게 진군하고 있다. 어질더질.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김화성 전 전문기자는 김제 출신, 1982년 이후 33년 동안 신문기자로 살았다. 동아일보 스포츠-여행-음식 전문기자로 많은 글을 썼으며, <전주에서 놀다> <음식인문학 꽃밥> <전라도 천년> <CEO 히딩크> 등 10여권의 책을 냈다. 지금은 글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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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4 14:12

내가 매년 CES 그곳에 가는 이유

매년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에는 새해 초(1월 5일~8일)가 되면 어김없이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코로나 발생이전에는 신청자가 몰려 사전에 18만 5천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174개 국가에서 온 10만 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일 예정이다. 정식 입장료는 무려 3백 달러나 된다. 이 기간 평소 50달러에 불과한 호텔이 3백 달러까지 보통 5~6배 이상 폭등하지만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은 모두 만석이다. 전 세계 3천1백 여 개 언론사가 취재경쟁을 벌인다. 참석자 면면을 보면 더 놀랍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323개 기업이 참가한다. 이중 60% 이상이 회장, 임원 등 시니어 들이다. 우리나라도 삼성, LG, SK 그룹의 총수나 CEO들이 참가한다. 정부 관계자나 지자체장, 연구기관, 증권사 애널리스트, 벤처투자자 같은 다양한 직군들이 모인다. 과연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엄청난 ‘도박판’이라도 벌어지는 것일까? 미래 기술의 주도권을 놓고 큰 판이 벌어지는 것만 따지면 ‘도박판’ 보다는 ‘전쟁터’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바로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Consumer Electronics Show)' 얘기다. 1967년 뉴욕에서 제 1회 CES가 개최된 후 라스베이거스로 자리를 옮겨 지난 56년 간 TV,오디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전자제품은 물론 최첨단 제품이 첫 선을 보이는 전시회로 자리 잡다가 이제는 IT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푸드테크, 핀테크, 디지털헬스, 항공우주산업. 스마트도시 건설구축 까지 영역이 무한대로 확대되고 있다. 사실 1967년 CES가 처음 시작된 시기는 트랜지스터 즉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전자제품에 사용되며 소형화, 정밀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가전제품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증가와 더불어 인류의 기술 트렌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왔다. VCR(1970년)·CD플레이어(1981년)·DVD(1996년)·애플2(1976)·포켓PC(2000년) 등 첨단 가전 제품들이 세계가전전시회를 통해 데뷔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IoT(사물인터넷)·HDTV·드론(2015년), 디지털 헬스케어(2016년), 디지털머니(2017),푸드테크(2019), 항공우주기술(2022), 자율주행차·증강현실·5G LTE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새롭게 선을 보였다. CES2023에는 메타버스·웹3.0 등 첨단 ICT 융합산업 실현의 가속화와 개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스마트 라이프 기술, 공급망·식량난·기후위기 등 글로벌 난제 해결 및 지속 가능성을 보여 주는 혁신 솔루션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10여 년간 거의 빼놓지 않고 CES 현장을 다녀왔다. 올해 마지막 날도 라스베이거스로 출발한다. 아마도 매년 개인 자격으로 CES를 열심히 쫒아 다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강연과 각종 기고를 통해 CES를 꼭 가보라고 권유한다. 혁신이 더 요구되는 중앙부처나 지자체, 학교 강연을 할 때는 더 강권한다. 특히 최고 책임자가 꼭 가볼 것을 당부드린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왜 거기에 가냐고?’ 나는 이렇게 답한다. “그곳에는 혁신과 미래에 대한 답이 있기 때문이다.” “CES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처럼 전북 지역이 새만금에 테슬라 공장 유치나 첨단 해외 업체들을 유치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당장 김관영 지사부터 직접 만사 제쳐놓고 CES 2023 현장부터 다녀오기를 권유 드리고 싶다. 답은 그곳에 있다. /민경중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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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8 14:20

존경받는 체육인의 긍지를 갖고 살아가자

필자는 체육을 전공하지 않았다. 이리농림고등학교 재학시절 축산과 학생으로서 병아리가 탄생하는 부화의 3대 요소가 무엇인가를 배우며 가축사육에 필요한 것을 배워나갔다. 정답은 온도, 습도, 환기다. 소나 돼지나 닭 등 가축을 통해서 미래를 설계하던 평범한 학생이 또래 친구들과 했던 팔씨름이 나를 운동선수의 길로 이끌었고 직업이 되어버렸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체육을 전공하지 못했다. 76학번인 필자는 영생대학(전주대학교 전신)야간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당시 체육학과가 없어서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했다. 필자는 항상 체육 분야에서 일하면서도 체육학에 대한 열등감과 배우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론적으로 체육을 배워야만 하는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97년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체육생리학을 꼭 배우고 싶어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생리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이유는 체중조절종목(레슬링) 선수출신 감독이여서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체중조절을 하면 배고픔보다 갈증이 더욱 심해와 밥은 들어가지 않고 물만 찾는다. 그래서 궁금한 점은 첫째, 체중을 7~8kg를 감량하고 계체량을 통과한 후 뜨거운 물, 미지근한 물, 시원한 물 증 어떤 물을 마셔야 하나? 둘째, 연습 중에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갈증이 많이 나는데 물은 언제 마셔야 되고 한 번에 얼마나 마셔야 하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마셔야 컨디셔닝에 가장 효과적인지? 셋째, 평상시 운동 끝나고 사우나를 하는데 어느 온도의 물에 들어가야 효과적인지? 등 궁금한 사항이 많아서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스포츠심리학도 흥미로워서 선수를 지도할 때 웃어야 할지, 엄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떠한 태도로 지도해야 효과적인지도 궁금했고, 체벌과 경기력의 상관관계는 어떤지? 목소리 톤은 어때야 하는지? 정말 배움이 주는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냈다. 체육을 전공하면서 정말 행복했고 체육인으로 다시 한번 거듭나며 그동안의 열등감을 일순간에 씻어내 버린 것이다. 체육이란 무엇인가? 그때 배운 기억을 되살리면 체육은 인간의 근본을 신체활동을 통해서 교육함으로써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 가는 교육이다. 완벽한 인간이란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벽해야 된다. 지구상에 가장 훌륭한 교육은 바로 체육교육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체육인이라 하면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어야 하며 솔직해야 되고 약자를 돕고 상대를 배려하며 조직을 갈라치기 해서도 안 된다. 부끄럽게도 체육계에도 무늬만 체육인으로 진정한 체육인의 길을 걷지 못하는 체육인도 있다. 여름 장마철에 수박은 당도가 형편없이 떨어져 맛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여름 장마철 맛없는 수박도 수박이라 칭한다. 진정한 체육인 이라 하면 당도 높은 수박이 되어야 한다. 얼마 전 대표팀을 월드컵 16강에 올려두고 귀국한 손흥민 선수에게 전 국민이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손 선수의 퍼포먼스 뿐 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지닌 인성과 배려심, 리더쉽 등 모든 부분에서 체육인으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필자도 체육인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긍지와 확실한 철학으로 부끄럽지 않은 체육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무늬만 체육인 인지 스스로 끊임없는 박차를 가하며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다. 오늘의 글이 여러분과 만나는 마지막 글이다. 필자는 12개월 동안 타향에서 원고를 통해 여러분들과 만나게 되어 매우 행복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으며 두서없는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인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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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4 11:08

후원회제도, 지역정치의 혈액순환

우리 지역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남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유능한 정치신인들이 우리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정치 풍토를 조성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치는 ‘돈’과 ‘조직’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미국의 중간선거는 ‘쩐의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정치자금이 막대하게 사용되었다. 소수 갑부의 기부금으로 충당되었다고 한다.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낸 특정 계층이나 단체가 미국의 정치를 좌우한다. 우리나라는 정치자금법에서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후원금을 금지하고 있다. 개인이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의 한도액도 정해져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끊어내고, 특정 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수의 소액 후원금을 통해서 국민 대다수를 위한 정치문화를 만들어보자는 바람이다. 개개인의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후원금은 평소 참신하고 열정적인 정치인에게 모일 것이고 정치인과 국민의 소통 채널이 되어 지역정치의 풀뿌리를 건실하게 만들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새롭게 실시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이제 지방의회의원의 역할이 국회의원의 역할 못지않게 커졌다. 작년 어느 연구용역 결과에서 ‘국회의원의 업무량이 지방의회의원보다 많다’는 응답이 50.9%이고 ‘지방의회의원이 많다’는 답변이 15.1%로 나왔다. 한편 양자의 업무 비율이 ‘50:50이다’라고 답변한 비율은 34.0%이다. 응답자 중 49.1%가 양자의 업무량이 비슷하거나 지방의회의원의 업무량이 많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방의회의원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고 원활한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후원회를 허용하여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1월 24일 국회의원은 후원회를 지정하여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지방의회의원은 후원회를 지정할 수 없게 하는 정치자금법 제6조 제2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 지역의 일꾼에게 우리의 후원금을 지원하고, 지역의 일들을 맡겨 함께 소통하는 꿈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앞으로 지방의회의원도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하여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의회가 활성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지방의회의원은 지역주민과 가장 말단에서 소통할 수 있는 최근접 대표자이고, 주민들의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를 통합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후원회를 허용하는 것은 후원회 제도의 입법목적과 철학적 기초에 부합하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의견이다. 지방의회는 유능한 신인 정치인의 진입 통로가 되어야 한다. 한편 지방의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의정활동비는 의정활동을 전념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지방의회의원에게 후원회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제력 및 조직력이 약한 사람도 정치입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고인 물이 썩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지역 현실에 관심이 없던 중앙의 인물들이 갑자기 낙하산으로 공천되어 오거나, 중앙정치인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선택받아 지역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수혈이 지역주민의 불쾌감을 사기도 했다. 지방의회의원의 후원회가 활성화된다면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이웃을 정치인으로 발굴하여 십시일반 후원하고, 그들과 함께 지역의 일들을 돌보며, 생동하는 정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스스로 해결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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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7 14:11

김관영지사가 소(牛)를 키우지 않으려면…

우리는 평소에 ‘특별(特別)’이라는 단어를 자주 즐겨 사용한다. ‘특별시’,‘특검’,‘특위’,‘특별손님’,‘특곰탕’ 등등 쓰임새도 다양하다. ‘특(特)’이라는 단어에는 ‘나는 남과 다르다’는, 원초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갈망하는 인간 내면의 본성이 반영되어 있다. 중국 최초의 자전을 집필한 후한 허신(許愼, AD 58~ 148)의 ‘설문해자’에 따르면 ‘특(特)’이라는 한자어는 ‘소(牛)를 기르던 관청(寺)’이라는 뜻이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희생제물로 쓰이는 소는 매우 귀한 짐승이었고 관청에서 특별하게 관리된 것에서 유래되었다. ‘별(別)’이라는 한자어 역시 중국 상(商)나라 시절 갑골 상형문자를 만들 때 칼로 뼈에서 살을 발라내어 분리하라는 뜻에서 나왔다. ‘특별’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용될 때부터 이미 구별되는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이라는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실질적 자치권을 가진 특별자치도로 승격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며 도내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환영 일색이다. ‘특별자치도’란 대한민국의 행정구역으로, 관련 특별법에 근거해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 구역을 말한다. 행정과 재정 부문에서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권한과 기능 중 일부를 부여받으며, 재정 특례를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 지원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특별자치’ 지위를 부여받아 운영되고 있는 지역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가 있으며 강원도는 2023년 6월께부터 세 번째 광역 행정단위 특별자치도가 된다. 만약 바람대로 연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전북이 네 번째가 되는 셈이다. 전라북도에 ‘특별’이 붙는다면 당장 위상이 달라질까? 솔직히 말하면 의문부호가 붙는다.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가 16년이 넘었지만 제주도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국제자유도시 조기 실현을 위해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모든 사무를 이양받기로 했으나 여전히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논리 등에 발목 잡혀 주요 권한 이양과 예산 지원은 요원하다는 불만이 상존한다. 특별한 지역이 갖는 ‘특별함’이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준연방제적 분권 국가를 위한 헌법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소리를 제주도민들이 내는 것을 보면 훨씬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할지도 모르는 ‘전북특별자치도’는 앞으로 많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특별자치도의 진정한 완성을 위해서는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 중앙행정권한의 과감한 이양과 함께 무엇보다도 재정적 확보가 필요하다. 연방제 국가로 지방 자치권을 전폭적으로 보장하는 미국의 경우 디트로이트시가 2013년 180억달러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하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유바리(夕張) 시가 파산을 경험한 것은 지자체의 독립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준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사태로 지자체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여파를 겪으면서 ‘특별’이라는 수식어가 ‘특별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앞서 김관영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공직사회의 자질과 경쟁력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지, 마스터플랜 수립은 적절한지, 도민들의 여론은 제대로 수렴되고 있는지 지금부터 꼼꼼하게 반문해봐야 한다. 잘못하면 ‘특(特)’이 갖는 어원처럼 소나 키우던 관청의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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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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