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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전북의 미래, 경쟁이 아니라 동행에서 열린다

정치의 무게는 나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책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사람을 만나고, 약속을 지키고, 실패를 견디며 비로소 정치의 품격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정치는 종종 젊음의 속도보다 연륜의 깊이에서 더 큰 힘을 얻는다. 박지원 의원의 ‘금귀월래(金歸月來)’는 그것을 상징한다. 84세의 나이에도 금요일이면 지역구인 전남 진도와 해남으로 내려가 주민을 만나고, 월요일이면 다시 서울로 올라와 국회의 한복판에 선다. 전북 군산 출신인 소병훈 의원 역시 62세에 경기도 광주시의 초선이 되어 72세에 3선의 길을 걸으며 정치가 출세가 아니라 책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정치를 직업이 아니라 소명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지금 전북 정치가 다시 생각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다. 차기 전북도지사 선거를 둘러싼 민주당 경선은 이미 큰 상처를 남겼다. 이원택 의원은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김관영 지사는 이른바 돈봉투 사건 논란으로 징계를 받아 경선에서 탈락했고, 안호영 의원은 이원택 의원 측의 식사비 대납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다 단식 투쟁에 들어갔고 결국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정치는 원래 경쟁이다. 그러나 경쟁이 상처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되는 순간 도민은 등을 돌린다. 도민이 보고 싶은 것은 누가 더 크게 싸우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크게 전북을 살릴 것인가다. 공정 시비와 내부 갈등이 길어질수록 상처는 정치권만의 것이 아니라 도민 전체의 피로가 된다. 지금 전북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피지컬 AI 실증사업과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포함한 약 9조 원 규모의 투자, 농생명 바이오 산업의 대도약까지 메가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지역 사업이 아니다. 전북의 향후 30년을 결정할 구조적 변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누가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릴 것인가’다.세 사람 모두는 경쟁자가 아니라 미래 전북정치의 공동 자산이다.서로를 소모하는 삼각대립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삼각편대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세 정치인은 전도가 양양하다.연부역강(年富力强)은 젊고 힘이 있다는 뜻이지만, 정치의 진짜 무게는 연부역광 (年富役廣)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역할이 넓어지고, 책임이 깊어지는 것이다. 자리를 차지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리를 감당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주역은 후덕재물(厚德載物)이라 했다.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싣는다는 뜻이다. 지도자의 자리는 이기는 자리가 아니라 감당하는 자리다. 더 많은 사람의 기대를 짊어지고, 더 많은 상처를 품어야 하는 자리다. 지금 도민이 기다리는 것은 더 큰 싸움이 아니다. 더 큰 화합이다. 전북의 봄은 선거에서 오지 않는다. 사람을 살리고, 산업을 일으키고, 청년이 돌아오는 길에서 온다. 재도약의 맨 앞에 서야 할 전북인은, 이재명정부와 함께 하는 전북 정치인들이다. 전북의 미래는 한 사람의 승리로 열리지 않는다. 함께 가는 리더십, 서로를 인정하는 품격, 경쟁 속에서도 협력할 줄 아는 정치에서 열린다.지금 협력의 손을 잡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세 정치인이다. 전북의 미래는 경쟁이 아니라 동행에서 열린다. 그것이 전북정치의 품격이고, 그것이 도민이 바라는 진짜 승리다.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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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9 18:18

[타향에서] 국가부채의 관계경영학

지난 3월 28일 모 일간지에 “미국 국가부채 39조달러 돌파”라는 기사가 나서 눈여겨 읽었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9조달러(약 5경8800조원)를 넘어서며 재정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고질적인 재정적자에 이란 전쟁 장기화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3월 20일 기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39조20억7136만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2조8000억달러가 늘었다. 주요 급등 원인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비용과 대규모 감세 정책 등이라고 한다. 여기에 지난해 제정된 대규모 감세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법안(OBBBA)’이 세입 감소를 초래하며 부채증가의 가속페달 역할을 하고 있다. 4월 6일 우리나라 ‘작년 재정적자 104.8조→104.2조, 국가채무비율 46→49%’ 기사가 있어 미국과 비교하며 읽었다. 2025년 재정적자 규모가 2024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국내총생산(GDP)대비 적자 비율이 3.9%로 역대 네 번째로 컸다.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로 1년 전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국가채무비율이 재작년에 6년 만에 하락했다가 작년에 다시 상승했다. 2025회계년도 국가채무 결산 결과를 보면 중앙정부·지방정부 채무를 합산한 국가채무는 1304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9조4000억원 늘었다. 2018년~2023년까지 계속 상승하던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46.9→46%) 하락했는데, 지난해 다시 상승 전환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올해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127조원, 지방정부가 2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국가부채는 세금 등 국가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발생한다. 원래 경제주체는 수입의 범위 내에서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 살다 보면 어떻게 원칙대로만 살 수 있겠는가? 예상치 않은 변수가 발생하면 거기에 맞춰 지출할 수밖에 없다. 수입을 초과하여 지출이 발생할 때는 빚을 내야 한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매한가지다. 빚은 소득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그것도 이자를 쳐서 갚아야 한다. 어느 땐 원금보다 이자가 늘어나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파산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합리적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진 빚은 후대가 갚아야 한다. 왜 국가부채를 늘려서 후대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우려고 하나?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위정자는 후대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오늘 나 편히 먹고살자고 자식에게 빚을 지워서는 안 된다. 빚 속에서의 삶은 지옥이다. 견디다 못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라도 같다. 세입의 범위 안에서 세출이 이뤄져야 맞다. 그러나 예외적 상황도 있다.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발발할 경우는 다르다. 거기에 맞는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상에서 적자재정을 편성하거나 추경을 하여 재정을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도 정치적 환심을 사기 위해서 돈을 거져주는 일은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 말 국가부채는 국민 1인당 2500만원이 넘어섰다. 나라빚은 결국엔 국민이 갚아야 한다.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알뜰한 살림을 꾸려 나라빚을 줄여나가야 한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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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2 18:08

[타향에서] 고향의 너른 품 안에 문화의 숨결이 느껴지길

작년 11월 정읍시 수성동에는 ‘우리동네 MG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사회에 주민 누구나 무료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지난 13일부터는 부안 출신 이부안 작가의 개인전 ‘물결의 주름’이 열흘간 진행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이번 전시는 지역사회와 함께 예술을 나누기 위해 기꺼이 본점 건물 4층의 공간을 내어준 정읍새마을금고의 여섯 번째 프로젝트다. 오늘날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는 이유는 일자리가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퇴근 후 영감을 채워줄 전시, 주말을 풍요롭게 할 공연과 다채로운 문화 양식이 충분하지 않다. 대형 뮤지컬이나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은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유물이다. 혹자는 지방의 문화 수요가 적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하지만 이는 시장 논리에 갇힌 시각이다. 문화 예술 콘텐츠는 초기 제작과 인프라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에서는 태생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을 수 없기에, 이를 민간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겨 둔다면 지역의 문화적 빈곤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바로 여기에 공공부문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지방의 문화 향유권 확충은 ‘국민 기본권 보장’과 ‘지방 소멸 방지’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간의 정책이 문화회관이나 도서관 등 하드웨어 건립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그 공간을 채울 소프트웨어에 예산을 쏟아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립 예술단체의 지역 순회공연을 정례화하고 지역 맞춤형 콘텐츠 창작에 파격적인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지방정부는 지역 예술인을 육성하고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쌍끌이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공의 정책적 결단과 더불어,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풀뿌리 기관들의 역할도 대안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새마을금고다.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지역 주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새마을금고는 최근 지방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도원새마을금고는 2020년부터 7년째 지역의 작은 영화관 2곳(삼척가람·도계)을 삼척시에서 위탁받아 지역 출신 직원 10명 남짓을 고용해 직접 운영해오고 있다. 인구소멸지역인 삼척에서 유일하게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연간 삼척, 동해 등 지역 주민 12만 명이 다녀간다. 대전 서구 갈마동에 자리한 한밭새마을금고는 본점 건물 9층에 한밭문화예술교육원을 설립하여 지역 주민에게 전통예술,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공공의 예산이 미처 닿지 못하는 일상 속 문화의 모세혈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이는 시장 논리가 작동하기 힘든 지방 문화 생태계에 민관 협력의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예로부터 내 고향 전북은 소리와 맛, 멋을 아는 예향(藝鄕)이었다. 전북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저마다의 찬란한 전통과 문화를 품고 있다. 수십 년 전 공직의 첫발을 떼며 가슴에 품었던 ‘전국 어디서나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향한 꿈은 애석하게도 아직 미완성이다. 진정한 균형 발전은 고속철로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을 넘어,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삶의 질을 동등하게 맞추는 데서 비로소 완성된다. 수지타산을 뛰어넘는 정부의 과감한 협업 정책과 새마을금고와 같은 지역 공동체의 따뜻한 뒷받침이 어우러져, 지방의 너른 토양 위로 문화적 풍요라는 단비가 촉촉이 스며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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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5 19:02

[타향에서] 책마루 도서관(송천동)을 살리자

경제 발전은 더디지만 ‘문사(文士)의 고장’ 전주는 인구 62만 5천 명에 비해 도서관이 150개 가까이 있을 정도로 책과 독서 문화가 풍부하다. 이 가운데 송천동에 있는 책마루도서관은 지역주민이 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인 운영과 참여로 만들어가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문도서관이다. 지난 16년 9개월 동안 주민, 자원봉사자, 후원자의 손길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책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장서 3만 6천 권, 연간 4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이 도서관은 시민이 참여하는 봉사위주 운영으로, 지금도 ‘책마루 동무들’ 등 30여 명이 돌아가며 봉사한다. 이 도서관은 롯데마트 전주 송천점이 개점하면서 주차장 위 302평 공간을 무상 임대해 2009년 7월 문을 열었다. 롯데가 17년 가까이 도서관 유지에 힘을 보탰지만, 롯데마트 매각 검토로 인해 무상 임대 조건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롯데 측이 더 이상의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마루는 존폐 위기를 맞았다. 롯데그룹은 스키, 스노보드 등 스포츠 분야에 10여 년 동안 300억 원 이상을 지원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금·은·동 메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런 사회공헌 전력을 고려하면, 롯데가 책마루도서관을 지역 문화와 교육 인프라를 지키는 새로운 모델로 유지, 발전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책마루는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과 그림이 담긴 전주의 첫 어린이 전문도서관으로, ‘읽고 싶은 책이 언제나 제 자리에 있는 도서관’을 지향해왔다. 쉬고 싶을 때 책에 기대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꿈꾸며, 단순 독서뿐 아니라 삶의 질과 공동체 회복을 함께 추구해 왔다. 노인의 ‘책 읽는 동아리’, ‘노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동아리’, 영유아 공동육아 동아리 23개, ‘북 스타트(Book Start) 운동’, 학교를 찾아가는 ‘책마루 책동무’ 프로그램, 소박한 한솥밥을 매개로 한 공동체 책문화축제 ‘책이랑 놀고 먹자’, 자연 탐구 프로그램 ‘숲(갯벌)으로 간 도서관’, 그림자극 동아리 ‘깜빛놀 책공연’ 등도 함께 운영된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독서, 문화 프로그램이 도서관의 핵심이다. 이제 책마루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기업이 도서관을 지어주고 전주시가 행정을 지원했지만, 17년 가까이 이를 키워온 것은 주민과 봉사자였다. 전주시는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롯데마트와 매각 예정자, 그리고 롯데그룹과 협상해 현재 위치에서의 유지, 임대 또는 공간 기부채납과 공공 매수를 추진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인근 지역 내 대체 부지 확보와 이전, 신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도서관은 아이들이 이웃과 만나고 꿈을 키우는 공공의 마당이며, 공동체 회복의 핵심 인프라다. 만일 기업의 이윤 논리에 밀려 이 공간이 사라진다면, K-컬쳐 문화강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치욕이 될 것이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전주시장 후보들 모두는 ‘책마루도서관 존치’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도서관 관계자 및 이미 구성된 ‘책마루도서관 살리기추진위원회’와 면담해, 머리를 맞대고 존치·이전·재탄생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의 자선가 앤드류 카네기는 “도시에 도서관이 하나 있으면 교도소 세 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범죄, 불평등, 소외를 줄이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의미다. 책마루도서관 살리기는 ‘문사의 고장’ 전주의 공공문화를 지키는 시험대가 되었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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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8 18:42

[타향에서] 유가(油價)의 관계경영학(關係經營學)

염려하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핵 개발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동의 화약고가 터졌다. 이란은 전쟁 발발 초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해 사오십 명의 고위급 지도자들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내세우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공격받은 이란이 이웃 나라의 미군 시설과 원유시설을 공격하면서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과 유조선을 포격하여 통행을 막더니 기뢰를 설치하여 아예 봉쇄하려고 한다. 개전 전에 배럴당 육칠십 달러로 비교적 안정적이던 유가가 전쟁이 발발하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1백 달러를 넘나들며 경제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유소 유가가 급등했다. 휘발유 1리터에 이천 원이 넘는 주유소도 생겨났었다. 정부는 3월 13일부터 1997년 유가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석유 최고 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시장가격에 직접 개입했다. 정유사 공급가격으로 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등유 1320원으로 최고가격을 정했다. 이란사태로 유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공급가격(세전)을 기준으로 삼고, 여기에 국내 기름값 지표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 제품 가격의 최근 2주간 평균 등락률을 곱한 뒤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세금을 더해서 산출했다. 유가는 단순히 주유소 가격만이 아니다.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가 유가와 연관돼있다. 난방·취사의 가정생활에서부터 전기 등 에너지·공산품과 농산물의 생산은 물론 이것들의 보관 유통에도 유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사람과 물류의 이동·각급 사무소·학교 운영·병의원 등 의료시설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생활에 구석구석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가의 인상은 모든 물가와 환율을 인상 시킨다. 교통비 등 모든 이동 수단의 이용가격도 상승한다. 유가 인상이 지속되면 경제 불황이 온다. 인간의 삶 자체가 고달파진다. 모든 유체물은 유한(有限)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특히 화석 연료인 석유는 생산지가 한정돼 있다. 그런데 쓰임은 전 인류가 공통으로 모두 쓴다. 없으면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삶을 좌우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한 방울의 석유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석유를 물 쓰듯 해왔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 증대와 자연을 활용하여 전력을 얻는 정책의 시행이 시급하다. 환경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는 것이 먼저다. 다음으로 에너지 절약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시늉만 내서는 안 된다. 여름이면 냉방을 한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거리로 찬바람을 쏟아낸다. 이런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강력한 행정력이 수반 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유가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정책으로 지원하여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서도 에너지 절약형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석유에 대한 문제가 더 많이 발생했으면 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국가도 기업도 국민도 이번 유가 폭등을 거울삼아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체제를 구축하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응급처방으로 그치면 항상 이런 어려움이 닥치면 그때 또 호들갑만 떨다가 유야무야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지!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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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25 19:08

[타향에서] 전북이 ‘골든타임’을 잡으려면

최근 고향 전북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에 가슴이 뛰고 있음을 느낀다. 굴지의 기업들이 속속 투자를 결정하면서 전북이 중흥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정치적 위상의 변화다. 현 정부 출범 후 주요 부처 장관에 전북 출신 인사들이 발탁되며 국정 운영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국무회의 참석 권한을 갖는 국무위원만도 4명이나 전북 출신이 발탁됐다. 민간 부문에서도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굴지의 인프라·조선 기업인 HJ중공업이 전북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은 지역 경제에 새로운 심장이 뛰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정치적 호기와 대기업의 실질적 투자가 맞물린 지금이야말로 전북이 도약할 수 있는 적기다. 그러나 바람이 분다고 저절로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돛을 올리고 노를 젓는 맹렬한 노력이 뒤따라야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이 순풍을 전북 백년대계의 동력으로 삼으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공직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돌이켜 봤다. 첫째, 기업의 투자 방향에 맞춘 ‘맞춤형 지역 인재 양성 생태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과거처럼 저렴한 공장 부지와 세제 혜택만으로 기업을 묶어둘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자동차의 미래 산업 투자와 국내 조선사인 HJ중공업의 군산조선소 인수가 전북에 온전히 뿌리내리려면,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 지역 내에서 수급되어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대학, 그리고 기업이 삼위일체가 되어 학과 개편부터 실무 중심의 교육 과정 신설까지 파격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거대한 투자도 결국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 둘째, 14개 시·군이 ‘소지역주의’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뭉쳐야 한다. 큰 판이 벌어졌는데도 내부에서 주도권 다툼이나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다면 중앙정부의 지원도 대기업의 투자 의지도 싸늘하게 식어버릴 것이다. 도내 핵심 거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전북형 메가시티’의 비전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알을 깨기 위해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지혜가 절실하다. 밖에서 밀어주는 거대한 흐름에 맞춰, 안에서도 한마음 한뜻으로 화답해야 한다. 셋째, 과감한 규제 혁파와 ‘적극 행정’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투자 계획도 거미줄 같은 낡은 규제와 소극적인 행정 처리에 가로막히면 적기를 놓치게 된다. 전북에 온 기업들이 “전북의 행정 지원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를 보낼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 투자 유치의 최전선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레드카펫 행정’을 펼쳐야 한다.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모든 권한을 다해 기업의 도전을 지원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때가 이르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북은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절박함이 필요하다. 정치적 환경과 경제적 투자가 일치하는 타이밍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전북의 지도는 눈부신 경제 수도로 바뀔 것이다. 180만 도민과 지자체, 정치권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똘똘 뭉쳐야 하는 이유다. 전북의 진정한 비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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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8 19:03

[타향에서] 유장(悠長)한 새만금의 역사를 알자

서울에 있는 전북 출신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만금의 기본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놀라는 경우가 적잖다. 여의도 140배의 규모, 세계 최장 33.9km 방조제, 공사 기간 19년(1991~2010년)이라는 기본 수치조차 낯선 이들이 많다. 새만금은 단군 이래 최대의 단일 국책사업으로, 1988년 정부 확정 이후 38년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환경단체의 소송으로 공사가 두차례 중단되기도 했지만, 전북의 미래를 건 사업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새만금 구상은 박정희 정부 시절이던 1970년대 초에 시작돼, 1980년대 초 냉해로 인한 쌀 부족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재검토됐다. 1987년 ‘새만금 간척 종합개발사업’이 발표되면서 국가사업으로 격상됐지만, 1988년 2월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은 당초 공약을 미루며 추진이 지체됐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형성되고, 평화민주당 원내총무였던 김원기 의원이 등장하면서 새만금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당시 김 의원은 김대중 총재에게 “이번 영수회담에서 반드시 새만금사업을 확약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균형 명목으로 전남에 사업을 나눠주면 안 된다”며 전북 민심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당시 호남 정책의 대부분은 전남으로 향하고 있었고, “김대중 총재 아래 전북이 얻은 게 무엇이냐”는 불만이 팽배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김원기 총무는 전북의 살 길을 모색하다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만금’을 다시 꺼내들었다. 결국 1988년 7월 16일 열린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총재의 영수회담에서 새만금이 논의되었고, 이로써 ‘죽어 있던 사업’은 되살아났다. 김 전 의장은 이를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취로 여겼다. 그는 “새만금을 옥동자로 낳지는 못했지만 유복자는 낳은 셈”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 후에도 새만금은 긴 세월 난관을 거쳤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 현대자동차의 9조원 투자, 김민석 총리의 현장 방문으로 새만금이 다시 국가적 비전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구순을 맞은 김원기 전 의장은 그런 소식을 들으며 “감격스럽다”고 했다. 전북인들은 새만금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꿈꾸게 되었고, 그 시작점엔 김원기라는 인물이 있었다. 새만금의 현대사적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전라북도가 김 전 의장을 찾아 당시 영수회담의 막후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나아가 새만금은 이제 간척지를 넘어 AI,에너지, 수소산업의 거점으로 발전해야 한다. 윤석진 전 KIST 원장은 9일 “새만금이 한국형 AI, 그린에너지 통합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생산–그린수소–AI 수소도시–로봇·SDV 산업이 연결되는 순환형 모델을 제시했다. 38년 전,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새만금의 길을 뚫었던 한 정치인의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의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새만금 성공을 다짐하는 이 시점에서, 김원기 전 국회의장에게 늦게나마 감사의 박수라도 보내면 어떨까.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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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1 18:38

[타향에서] 모래밭에서 꽃피운 도전, 새만금에서 다시 시작하다

“마음 같아서는 손자 회장님을 등에 업고 한 바퀴 돌고 싶다.” 전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 현장에서 나온 이 한마디는 의전의 수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산업의 방향을 읽은 사람의 직감이자, 시대의 전환을 감지한 현장의 언어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새만금을 울산 이상으로 키우고 싶다”고 밝힌 대목 또한 단순한 투자 유치의 표현이 아니다. 이는 숫자의 뉴스가 아니라 방향의 뉴스다. 어디에 공장을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다음 좌표를 어디에 찍느냐의 문제다. 정주영은 모래밭에서 조선소를 보았다. 아무것도 없던 울산의 백사장에서 세계 최대 조선 강국의 씨앗을 읽어냈다. 오늘 정의선은 갯벌을 메운 새만금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의 미래를 본다. 정부 역시 그 미래가 수도권의 한복판이 아니라 새만금이라는 빈 캔버스 위에서 그려질 수 있음을 천명했다. 이 장면은 지역 개발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의 새 장이다. 정주영의 시대가 철과 콘크리트, 강철선으로 국가의 속도를 끌어올린 제조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데이터와 전력, 알고리즘이 산업의 심장을 이루는 지능의 시대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로봇·AI·수소 결합 모델,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플랜트, 재생에너지 기반 스마트시티 구상은 새만금을 단순한 공장 부지가 아니라 전력·데이터·제조·도시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실험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변방이 아니라 표준, ‘먼저 실험 해보는 곳’이 ‘먼저 이기는 곳’이라는 선언이다. 수년간 AI 제조 전환과 피지컬 AI 선도를 주창해온 정동영의원(통일부 장관)은 기술과 제도, 인재와 자본을 ‘순창고추장으로 비벼낸 전주비빔밥처럼’ 한 그릇에 담아내는 새만금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언은 언제나 쉽고 실행은 어렵다. 원스톱 인허가와 명확한 시간표가 없다면 어떤 비전도 신기루로 끝난다. 전력 계통 확충과 안정적 재생에너지 공급, 초고속 통신망 구축, 산업용 용수 확보, 환경 심의의 예측 가능성, 배후 주거·교육 인프라까지 통합 로드맵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전북은 본디 소외의 땅이 아니었다. 해방과 건국의 격랑 속에서 이 지역 출신 인물들은 헌정 질서와 공화국의 기틀을 세우는 데 깊이 참여했다. 한때 대한민국 인구의 10분의 1이 전북에 살았다. 산업의 주소지가 농업에서 제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의 체감이 쌓였을 뿐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새만금은 단지 산업단지가 아니다. 전북이 다시 국가의 약속 안으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새만금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각오는 국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시아와 세계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 세계가 배우러 오고, 기업이 시험하러 오며, 청년이 꿈을 들고 모여드는 곳, 그곳이 진정한 성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북인이 먼저 변해야 한다. ‘무(無)’에서 ‘함께’로. 행정은 더 빠르고 더 공정해야 하며,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비용이라는 인식 아래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논문을 넘어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술을 만들어야 하고, 지역 기업과 청년에게는 성장의 사다리가 실질적으로 놓여야 한다. 170만 도민과 350만 국내 출향 도민, 80만 해외 동포까지 600만 전북인의 힘이 모일 때 이 도전은 구호를 넘어 현실이 된다. 전북인들이 정주영과 정의선의 담대한 방향을 새만금에서 이어갈 때 모래는 비로소 땅이 되고, 전북은 ‘삼중소외’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다. ‘무’에서 함께로, 그리고 세계로.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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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04 18:52

[타향에서] 은행 이익의 관계경영학(關係經營學)

지난 2월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이 17조9588억원으로 전년의 16조4205억원보다 9.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기록으로 이자 이익이 뒷받침하고, 주식 투자 열풍 속 증권 거래 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42조9340억원으로 2.5% 늘었다. 은행을 핵심 계열사를 두고 있는 4대 금융그룹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까지로 제한하는 지난해 6.27대책 이후 연이은 가계 대출 규제책에 ‘이자 장사’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는 데도 모두 이자 이익이 1~2%대 늘었다. 은행을 주축으로 한 금융그룹의 이익이 10%대로 성장했다는데 기쁘지 않다. 은행 이자 이익 증대가 썩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경제적 약자다. 약자를 상대로 거둔 이익이기에 정서상 유쾌하지 않다. 은행은 예금을 받거나 유가증권이나 채무증서를 발행하여 불특정다수인에게서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고 은행법에 명시돼있다. 은행 주식은 1인이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10(지방은행 100분의 15)을 초과하여 보유하지 못하도록 해서 은행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있다. 경제에서의 돈은, 사람에게서의 피(血)와 같아 경제에 필수불가결한 재화다. 그러기에 은행이 특정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은행 업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정부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다. 은행경영자에게 도덕적해이는 금물이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더 많이 받으려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은행은 여신수요자의 신용 상태를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은행은 돈을 빌려 간 사람으로부터 만기일에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회수하여야 한다. 이를 받지 못하면 부실채권이 된다. 부실채권이 많아 부실률이 높아지면 은행의 신용도는 추락하고 결국은 망하게 된다. 은행이 망하면 예금을 돌려주지 못한다. 은행 도산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크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경영부실로 약 1300여개 금융회사가 구조조정 되면서 168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은행의 방만한 경영은 천문학적 사회비용을 치르게 한다. 은행 경영은 특정한 사람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는 조직이다. 오로지 시스템과 규정에 의해서만 운영되어야 할 조직이다. 그래서 엄격한 내부통제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국민이나 국민 인기에 의존하는 정치인은 은행 이익에 대하여 달갑지 않게 여긴다. 경제가 좋지 않거나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은행은 돈장사만 한다고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은행은 태생적으로 돈장사를 해야만 하는 조직이다. 은행은 사회사업단체가 아니다. 돈장사에 부실을 발생시키면 안 되는 경영체이다. 철저한 경영으로 부실 비율을 낮추면 대출이율도 낮출 수 있다. 은행원들의 고액 연봉에 대하여 사회적 여론도 있다. 내부자들의 합리적 대우와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저신용자의 신용회복 재원 출연이나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활동 등 찾으면 많이 있다. 이런 활동을 적극 전개하여 국민과 함께하는 은행이라는 인식을 높여야 은행의 높은 이익에 대하여 국민이 동의할 것이다. 삼성전자 최대 이익에 대하여 국민은 박수를 친다. 왜일까? 은행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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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25 19:43

[타향에서] 행정통합 파도 속, 전북의 블루오션 전략

최근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지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미 관련법안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남쪽에서는 광주와 전남이 행정통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고, 북쪽에서는 대전과 충남이 통합을 선언하며 충청권 메가시티의 윤곽을 그리고 있다. 바야흐로 ‘광역화’와 ‘규모의 경제’가 지방 소멸의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전북이 자리한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독자적인 활로를 찾아야 한다. 전북은 충청과 광주전남, 그리고 영남을 잇는 지리적·경제적 요충지다. 다른 권역을 연결하고 확장을 주도하는 성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북만의 경쟁력은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전북은 물리적인 덩치를 키우는 경쟁이 아니라, ‘내실 있는 특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평생 행정안전부와 전라북도에서 일했고, 지금은 금융 현장을 겪으면서 그 해법이 ‘금융’과 ‘새만금’이라는 두 축에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첫째, 전북은 명실상부한 ‘제3의 금융중심지’로 도약해야 한다. 이미 우리에게는 1,00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NPS)이라는 확실한 기반이 있다.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를 조성할 최적의 입지에 민간 금융그룹의 전북 투자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자본이 인재와 정보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이다. 서울이 종합 금융, 부산이 해양 파생 금융이라면 전북은 연계 금융산업을 꽃피워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라는 확실한 색깔을 입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니다. 전주를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금융 지구처럼 자산운용사, 수탁 은행, 핀테크 기업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만들어야 한다. 행정의 힘으로 기반을 닦고, 금융의 논리로 시장을 키운다면 전북은 광주전남이나 충청에 예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금융 영토’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새만금’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의 땅이 되어야 한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시절 새만금은 늘 희망의 보루였다. 새만금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기회의 땅’이다. 이차전지와 같은 미래 첨단 산업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 새만금은 단순한 간척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담아낼 거대한 그릇이다. 특히 새만금은 금융 자본이 실물 경제에 투자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는 점이 부각되어야 한다. 금융 허브에서 조성된 자금이 새만금의 인프라와 기업에 투자되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전북이 꿈꾸어야 할 경제 모델이다. 행정안전부에서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발전을 고민했고, 도청에서 전북의 살림을 챙긴 공복으로서 전북은 주변의 행정 통합 논의에 위축될 이유가 없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만의 강점인 ‘금융’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새만금’이라는 하드웨어를 결합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 샌드위치 속에 끼인 내용물이 빈약하면 납작해지지만, 그 내용물이 알차고 단단하면 빵을 지탱하는 핵심이 된다. 지금 전북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주변의 거대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그 파도를 타고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로 비상할 것인가.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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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8 18:24

[타향에서] 당장 결혼이 어려우면 연애나 동거부터 해보자

프랑스에는 결혼(mariage) 외에도 ‘동거(cohabitation, 꼬아비따숑)’와 ‘시민연대계약(PACS)’이라는 두 제도가 있다. 결혼 전에도 법적 보호는 다소 약하지만 동거를 통해 관계를 경험할 수 있고, PACS를 체결하면 결혼과 거의 다름없는 혜택을 받는다. 젊은 세대가 결혼 대신 동거나 PACS를 거치는 것은, 완전한 결합이 아닌 단계적 관계를 통해 사귐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 논의를 보며 이 프랑스식 접근이 떠오른다. 통합이란 ‘결혼’일 테고, 연합은 ‘동거’나 ‘PACS’에 가깝다. 전주·완주 통합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안호영 의원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며 불씨는 살아났지만, 완주군의회와 다수의 주민들은 여전히 “배신”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의 찬반이 엇갈리며 논의는 다시 가열되고 있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의 법적, 재정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처럼 주민 반발이 큰 상황에서는 통합 추진만 밀어부치기보다는 공론화와 인센티브 확대를 먼저 하는 노력이 우선일 수도 있다. ‘전남·광주 통합특례법’에서처럼 과도한 요구가 특례쟁탈전으로 비화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자치권 범위를 넘어서는 초헌법적 요구는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도시공학전공인 전북 출신의 서울시립대 정석(鄭石) 교수는 “통합이 어렵다면 연합부터 해보라”고 제안한다. 전주와 완주는 생활, 경제권이 이미 깊이 겹쳐 있다. 꼭 행정구역을 합치지 않더라도 교통과 문화,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가용보다 더 빠른 BRT(간선급행버스체계) 확충, 지간선 버스 노선 개편 통합, 전주시 체육·문화예술시설과 의료시설의 완주 주민 개방, 택시사업구역 통합 등이다. 이런 실질적 연합 경험은 주민들에게 통합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98년 여수·여천시·여천군(3여)의 통합은 주민들의 자발적 발의와 충분한 논의 끝에 성공했지만, 대구·경북과 목포·무안의 통합은 충분한 설득이 부족해 실패로 기록됐다. 전주·완주 통합이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통합이 ‘수술’이라면 연합은 ‘시술’이다. 수술이 위험할 때는 시술부터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역을 살리는 길은 행정구역을 억지로 지우는 데에만 있지 않다. 교통, 경제, 복지, 문화, 정책의 연결을 통해 자연스레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이는 데에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충북 증평, 진천, 괴산,음성의 ‘중부 4군’과 전남 강진,해남, 영암의 ‘강해영’은 연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전주와 완주. 지금은 연합이라는 우회로가 통합으로 가는 현실적 길일지도 모른다. 당장 결혼이 어렵다면 연애부터, 동거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게 있다. “완주 쪽이 통합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완주는 작년 말로 인구가 10만명을 넘기면서 정읍을 제치고 인구 4위가 됐고 지금도 전북 14개 시군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의회 의원수는 정읍이 17명, 완주는 11명이다. 불만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지만 그 전에 전북도에서부터 완주에 어떤 유인책과 장려혜택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전주, 완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이 애면글면 애쓰고 있는 만큼 결국에는 잘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좀 미워보이더라도 완주를 잘 안고 가야 한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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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1 18:26

[타향에서] 관광 전주, 경주에서 배워라

얼마 전 경주를 여행하며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화려한 유적의 규모가 아니었다. 시티 관광버스 안내원의 태도와 열정이었다. 그는 단순히 정해진 멘트를 읽는 가이드가 아니었다. 경주의 지리와 역사, 통일신라의 형성과 쇠락, 왕릉 하나하나의 의미를 마치 고등학교 역사 교사, 아니 그 이상의 전문성을 지닌 사람처럼 풀어냈다.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고, 버스 안은 짧은 이동 시간에도 유쾌한 역사 교실이 되었다. 설명이 끝날 때마다 감탄이 흘러나왔고, 일부 관광객은 “이런 안내라면 다시 경주에 오고 싶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관광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의 품격이 완성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한 순간이었다. 경주는 면적이 넓고 자원이 많은 도시다. 서울의 두 배에 이르는 공간, 전주보다 훨씬 큰 도시 규모는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관광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불국사 인근의 오래된 숙박시설이 문을 닫는 현실 속에서도 경주는 멈추지 않고 관광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석굴암과 다보탑, 왕릉과 고분군에 현대 조명 기술과 디지털 해설을 접목해 과거를 현재의 체험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첨성대는 그 상징성을 새롭게 해석한 대표 사례다. 매우 단순하고 자그마한 구조물이지만, 여기에 AI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를 입혀 야간 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낮에 보는 유적이 지식이라면 밤에 만나는 첨성대는 감동이다. 경주는 역사를 박제하지 않고 살아 있는 콘텐츠로 되살려 세대와 국경을 넘어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것이 관광 도시가 갖춰야 할 시대 감각이다. 전라북도는 어떤가. 우리는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강력한 상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전주 시티 관광’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전북의 역사와 문화는 전주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김제의 지평선과 농경문화, 익산의 백제 유산, 완주의 자연과 생태, 임실의 치즈 산업과 생활문화는 모두 전주와 연결된 자산이다. 여기에 전주와 김제 사이의 모악산을 비롯한 크고 작은 명산, 금산사를 중심으로 한 불교 문화, 모악산 일대에 공존하는 기독교와 천주교 유산, 증산도와 동학 전통까지 더해지면 이 지역은 대한민국 영성 철학의 보고라 할 만하다. 이 보석들을 하나의 서사로 엮지 못한 것이 우리의 한계였다. 이제 필요한 것은 통합 전주 마케팅, 더 나아가 통합 전북 관광 전략이다. 관광은 점이 아니라 선이고, 선이 이어져야 길이 된다. 길이 만들어질 때 체류 시간이 늘고 지역 경제도 살아난다. 특히 익산·김제·정읍·전주를 잇는 KTX 접근성은 젊은 MZ 세대를 야간 관광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결정적 기반이다. 여기에 AI 기술과 글로컬라이제이션의 관점이 더해져야 한다. 지역의 이야기를 세계인이 이해할 언어로 풀어내는 상상력, 과거를 현재의 체험으로 바꾸는 기술이 필요하다. 나아가 익산의 백제 문화유산과 전주의 후백제 역사 스토리를 결합한다면 전주는 단순히 조선시대의 역사 도시에 머무르지 않는다. 삼국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반도 정신문화의 흐름을 보여 주는 상징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관광은 풍경을 소비하는 산업이 아니라 시간을 여행하게 하는 산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다. 전북은 자원이 없어서 뒤처진 곳이 아니다. 스스로를 작게 보는 마음이 발목을 잡아 왔다. 경주가 보여 준 자긍심과 준비된 사람의 힘을 전주와 전북은 겸허히 배워야 한다. 관광은 지역의 얼굴이다. 그 얼굴에 자신감과 품격이 담길 때 사람은 다시 그곳을 찾는다.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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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4 18:46

[타향에서] 환율(換率)의 관계경영학(關係經營學)

지난 12월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이 1439.5원에 마감됐다. 연말 기준 연평균 환율이 142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이라 염려가 된다. 연중 상당 기간 원화 약세가 지속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2월 23일 장중 1484.2원까지 올랐는데 4월 9일 장중 1487.6원까지 오른 이후 가장 높다. 이후 외환 당국은 기업과 금융회사의 새해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되는 연말 종가를 1480원 이하로 낮추는 관리에 들어간 이후의 결과다. 환율은 외국 돈과 우리 돈을 바꾸는 비율이다. 돈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다.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외국돈 교환 시 우리 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우리 돈 가치가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같은 액수의 외국돈을 바꿀 때 우리 돈을 덜 내는 것이다. 덜 내는 만큼 우리 돈 가치가 오른 것이다. 환율이 1400원일 때 1달러짜리 물건을 1400원에 살 수 있었는데, 환율이 1480원이면, 1480원을 주고 사야 한다. 80원만큼 우리 돈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우리는 자원 빈국이다. 많은 양의 자원을 수입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외국 여행할 때도 돈이 더 든다. 환율이 오르면 일반 국민은 손해고 수출업체는 이득이 된다. 환율은 왜 오르내릴까? 외환시장에서 팔 사람과 살 사람의 균형점에서 환율이 결정되는데 팔 사람이 많고 살 사람이 적으면 내리고 팔 사람이 적고 살 사람이 많으면 오른다. 달러가 들어오면 우리 돈으로 바꾼다. 환율이 오를 것이라 기대되면 팔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면 외국의 투자가들은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본을 빼내 갈 것이다. 그러면 달러 수요가 많아져 환율이 오르는 것이다.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경제가 견실하면 환율이 떨어져 자국 화폐의 가치가 오른다. 최근 정부가 환율이 오른 것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나 국민연금에 책임을 돌린 적이 있고 수출기업에도 보유 달러를 매각하라고 했다. 물론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경제 기반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됐고,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의 늪에 빠져들었다고도 한다.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외국의 자본이 유입되도록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는 요인들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런데 근래에 보면 경제활동을 옥죄는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다. 상법 개정, 주 4.5일제 도입, 노란봉투법 제정, 주 52시간 근무제 경직적 적용 등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입법이 최근에 많아졌다. 앞으로 기업의 구조조정 실행, 노동의 유연성 유지, 기타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환율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는 생물이다. 인위적으로 자꾸 손을 대면 시들어간다. 시장에 맡기자. 국가는 기업활동을 조장하는 환경을 만들고 기업이 성과를 내면 그 과실에 대한 조세를 징수하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외화가 유입되면 환율은 떨어지게 돼 있다. 인기 영합 정치 논리로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거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정책 입안자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황의영 박사는 농협중앙회 상무·NH(농협)무역 대표이사, 신용회복위원회 이사·융자위원을 역임했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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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8 18:00

[타향] ‘따뜻한 금융’이 희망이다

여우도 나이가 들면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머리를 둔다고 한다. 내무부의 후신인 행정안전부에 있을 때 전북도 행정부지사 등을 지내며 틈틈이 내 고향과 중앙정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해왔다. 퇴임 후 전국 곳곳에 뻗어있는 새마을금고 살림을 챙기던 중 설 명절이 다가오니 전북의 산천이 부쩍 눈앞에 아른거린다. 수구초심(首丘初心)으로 전북의 미래에 한 방울의 경험을 첨가해 보고자 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 도시가 그렇듯, 전북도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거센 파고에 직면해 있다. 인체에 혈행이 원활해야 하듯 지역 사회가 활기를 되찾으려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자금이 돌아야 한다. 바꿔 말하면 우리 지역의 실핏줄을 돌게 하는 ‘자생적인 경제 생태계’의 복원이 시급하다. 우리 민족 고유의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한 새마을금고와 지방자치의 파수꾼인 행정안전부가 함께 추진하는 사회적연대경제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밥 열 술이 모이면 한 그릇이 된다는 십시일반의 지혜로 고난을 헤쳐왔다. 1998년부터 ‘사랑의 좀도리 운동’을 펼친 새마을금고는 태생부터가 거대 자본의 논리가 아닌, 서민과 이웃이 서로를 믿고 자본을 모은 ‘관계 금융’이다. 이윤의 극대화를 지향하는 시중 은행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 지방 점포를 폐쇄하고 떠날 때, 묵묵히 지역민 곁을 지키며 버팀목이 되어준 곳이 바로 새마을금고다. 이제는 그 역할을 넘어 ‘사회적연대경제’라는 시대적 소명을 전북의 토양 위에 꽃피우면 어떨까. 사회적연대경제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지역에서 창출된 부(富)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다시 지역 내의 소상공인, 청년 창업가,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구성원의 자발적인 협동과 민주적인 참여로 자본보다 사람, 나아가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는 경제활동이다. 1970년대 유럽에서 대규모 실업, 고령화 등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사회적연대경제가 부상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프랑스에는 약 20만 개의 사회적연대기업이 활동하고, 238만 명이 이들 기업에 종사한다. 민간 일자리의 14%,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전북은 농생명 산업과 전통문화라는 훌륭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가진 3,198개(점포 수)의 지역 밀착형 네트워크가 전북의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과 결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지역 청년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놓아주고,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전북의 현실에서, 새마을금고의 지역 커뮤니티 센터 지원 사업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지역 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다. 금융이 차가운 수 놀음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를 품을 때 비로소 지역은 살아 숨 쉬게 된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근고지영(根固枝榮)의 이치는 경제라고 다르지 않다. 전북의 풀뿌리 경제를 지탱해 온 새마을금고가 주축이 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 구성원들이 그 혜택을 나누며 다시 지역에 투자하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전북의 저력과 새마을금고의 ‘따뜻한 금융’이 만날 때, 우리 고향은 다시 한번 힘차게 도약할 것이다. 사람 중심의 사회적 금융이 전북 곳곳에 스며들어 메마른 지역 경제를 적시고 희망의 싹을 틔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는 전북도 행정부지사·행정안전부 차관보를 역임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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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1 18:02

[타향에서] 전북이 다시 살아나려면

64년 전 만들어진 ‘전북도민의 노래’를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초등학교 시절 모두 배워 부르던 노래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존재조차 모른다. “노령에 피는 햇살 강산은 열려…”로 시작되는 그 노래는 전라북도의 자부심이자 연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자부심은 소멸되고 전북도민의 수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1962년 김해강 시, 김동진 작곡으로 만들어진 ‘전북도민의 노래’가 처음 울려 퍼질 때, 전북의 인구는 약 250만 명이었다. 해방 후 4년 뒤였던 1949년 전북의 인구는 200만명으로 전체 인구 2000만명의 10분의 1을 자랑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전북의 인구는 173만 명. 같은 비율이 유지됐다면 520만 명이 되어야 하는데 무려 350만 명이 사라진 셈이다. 전북이 한국 현대사 속에서 점점 주변으로 밀려난 이유는 명확하다. 산업 기반이 약해 일자리가 없어지고, 청년층이 떠났기 때문이다. 고용, 교육, 주거, 복지, 문화 어느 하나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청년 유출은 출산율 저하를 부르고, 다시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최근 5년간 청년 인구 비율이 24.4%에서 22.2%로 떨어진 수치가 이를 말해준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이 같은 운명을 맞은 것은 아니다. 완주군만은 2022년부터 4년 연속 인구가 늘었다. 산업단지 조성, 기업 유치, 신도시 개발, 전주시와의 접근성, 출산·돌봄 지원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자리와 주거, 복지가 함께 움직였을 때 인구는 움직였다. 하지만 전북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완주의 성공은 밑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대체로 전주와 완주 사이의 인구 이동일 뿐, 도 전체 인구는 여전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 성과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 전라북도 전체가 살아나려면 청년이 돌아오고, 외지인이 찾아오며, 머무는 사람이 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삶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교통비와 숙박비 같은 가장 현실적인 비용부터 줄여야 한다. 예컨대 한 달 5-10만 원의 정기권으로 철도·시외버스·광역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빈 집이나 폐교를 리모델링해 한 달 1만 원 수준의 ‘마을호텔’을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 이런 정책은 단순한 관광 유치용이 아니다. 외지인이 와서 잠시 머물다 가는 체험이 아니라, 전북에서 살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경북 경주나 전남 강진, 경남 함양 등이 이미 시도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북이라고 왜 못하겠는가. 물론 더 큰 비전과 도전은 필수적이다. 새만금, 농생명·바이오 산업, 피지컬 AI,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전북의 미래를 떠받칠 중추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결국 지역을 살리는 힘은 작은 실행에서 나온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일터, 가족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 외지인이 부담 없이 찾아와 머무를 수 있는 도시. 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전북은 조금씩 살아날 것이다. 64년 전 전북인들이 불렀던 노래에는 ‘밝아오는 내 나라, 우리 대전북’이라는 가사가 있었다. 지금 전북은 다시 그 구절을 떠올릴 시점이다. 사라진 노래를 되살리는 일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람이 돌아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전북을 만드는 일이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는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초대 게임물등급위원장(차관급), KOBACO(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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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4 18:29

[타향에서] 시행착오는 성공의 아버지다

붉은 말의 해, 병오년은 동양에서 열정과 속도, 돌파와 결단의 상징으로 읽혀왔다. 말은 가만히 머무는 존재가 아니다. 뛰고, 넘고, 새로운 길을 연다. 지금 전북특별자치도가 처한 현실 앞에서 병오년의 상징성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구는 줄고, 산업은 정체돼 있으며, 청년은 떠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때가 아니다”, “전례가 없다”, “중앙이 결정할 문제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은둔형 자세를 반복해왔다. 최근 대통령의 “왜 호남에는 카지노가 없느냐”는 발언은 단순한 자극적 언사가 아니라, 전라북도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대신 던져준 사건이다. 이 발언 이후 새만금 일대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또는 제한적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관광·마이스 산업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카지노 ‘찬반’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다. 핵심은 전라북도가 이제까지의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국가 전략 산업과 글로벌 트렌드의 전면에 서려는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새만금은 단순한 간척지가 아니다. 국가가 수십 년을 투자한 거대한 실험장이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백지의 공간이다. 이곳에 필요한 것은 소극적 관리가 아니라 과감한 기획이다. 글로벌 마이스 산업, 즉 국제회의·전시·관광·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복합 산업기지는 이미 세계 주요 도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래 성장 분야다. 카지노는 그 중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이를 중심으로 호텔, 컨벤션, 문화콘텐츠, 해양레저, 의료관광, 쇼핑과 바이오·헬스케어 산업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 새만금은 동북아의 새로운 관문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라북도는 피지컬 AI와 바이오라는 차세대 산업에서도 뒤에 서 있을 이유가 없다. 농생명과 재생에너지, 식품과 바이오 인프라는 이미 전북이 가진 자산이다. 여기에 AI 기반 자동화, 로봇, 스마트 물류를 결합하면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산업 실험지’로 도약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결과를 두려워하는 문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지역 분위기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제 전라북도 도민의 정신도 바뀌어야 한다. 중앙이 해주기를 기다리는 지역, 반대와 우려가 먼저 나오는 지역으로는 어떤 국책사업도 완주할 수 없다. 시행착오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성장의 증거다. 병오년의 붉은 말처럼, 때로는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도전하겠다는 집단적 결단이다. 전라북도가 다시 묻고, 스스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조용히 뒤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미래의 전면에 설 것인가.” 병오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달리는 말의 등에 오를지, 먼지 속에서 지켜볼지는 전라북도의 선택에 달려 있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아버지는 시행착오라고 역사의 신은 말하지 않는가.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은 파이낸셜뉴스신문 대표이사·동북아경제 공동체 포럼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아주미디어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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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07 18:51

[타향에서] 부탄이 던진 질문, 전북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전북과 도내 지자체의 비전을 보면 경제성장, 기업·미래산업 유치, 일자리 만들기 등 익숙한 구호가 대부분이다. “전주, 다시 전라도의 수도로!”, “시민이 함께하는 자립도시 군산”, “전북권 4대 도시로 웅비하는 김제” 등을 내세우며 강한 경제, 성장도시, 세계축제도시 등을 표방한다. 그러나 전북의 현실은 17개 광역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고,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며, 인구도 적고 감소하는 추세이다. 16개 광역시도를 상대로 한 기업유치와 성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그렇다면 문제의식을 달리 해야 하지 않을까? ‘전북을 경제와 산업 측면에서 얼마나 크게 성장시키느냐’가 아니라 ‘전북의 여건에서 전북 사람으로 어떻게 더 잘 살 수 있느냐’를 묻는 것이다. 역사도시 전주와 근대도시 익산, 항구도시 군산과 평야도시 김제, 임산물이 풍부한 무(주)진(안)장(수) 등이 지닌 서로 다른 정체성, 지리산·덕유산과 새만금, 비빔밥, 동학농민혁명 등이 켜켜이 쌓아 온 생활환경과 삶의 양식을 바탕으로 미래 설계를 해야 한다. 성장과 경쟁 위주가 아닌 삶의 질과 행복을 중심에 두는 행정이 필요하다. 부탄은 그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인구는 전주보다 조금 많은 80만명 정도이고 면적은 남한의 1/3정도인 히말라야 산악국가 부탄은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이 아니라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을 국가 목표로 삼는다. GNH는 ①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경제 발전, ②환경 보전, ③전통문화 보존과 계승, ④좋은 거버넌스라는 네 기둥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부탄 정부는 심리적 웰빙, 건강, 시간 활용, 교육, 문화 다양성과 회복력, 좋은 거버넌스, 공동체 활력, 생태 다양성과 회복력, 생활수준 등 9개 영역에 1백30여 개 이상의 세부 지표를 정해 정기적으로 행복조사를 실시하고, 각 지역과 계층의 행복 수준과 격차를 면밀히 분석한다. 모든 법안과 개발계획은 사전에 ‘행복 영향 평가’를 받으며, 조사결과는 예산 배분과 제도 개선의 기준이 된다. 물론 전북이 따라야 할 모범이 부탄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은 수단이고 국민 행복이 궁극의 목적’이라는 철학, 그리고 그 목적을 계량화해 행정 전 과정에 반영하는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북 역시 산업을 육성하더라도 일자리의 안정성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도록 지표를 설계할 수 있다. 또 한옥마을과 판소리, 산과 갯벌과 논을 보여주기식 관광 재료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활용 계획을 세울 때, 경제와 함께 역사·문화·생태·지역공동체도 살릴 평가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읍·면 단위까지 생활환경, 문화·여가, 돌봄·복지, 주민 자치 등을 종합한 ‘전북형 행복지수’를 만들어 이를 예산 편성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가는 길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라면, 그 길은 그럴싸한 구호가 적힌 현수막 나부끼는 길이 아닌 사람과 산업, 역사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도민의 행복을 키워 가는 전북만의 길이어야 한다. 전북의 장점인 농생명·바이오·역사와 전통·자연과 휴식·맛과 멋·생활문화와 공동체성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행정 목표로 구체화할 것인지, 도민 행복을 어떻게 측정하고 예산과 제도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 내년 6월이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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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17 17:36

[타향에서] 법조계의 양심, 중립성을 성찰하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내란전담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은 우리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러한 법안들이 공론의 중심에 서면서, 변호사 단체가 어떠한 견해를 밝혀야 된다는 사회적 기대가 컸다. 그 과정에서 한국여성변호사회에도 여러 회원과 외부 기관으로부터 견해 표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 요청들은 가볍지 않았고, 단체의 미래와 정체성, 그리고 법조계 전체의 공공성을 종합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무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가 중대한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입장을 내지 않은 데 대한 많은 아쉬움이 제기되면서, 여성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여성변호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이전보다 강했다. 이 요청들은 단순한 의견 진술이 아니라 우리 단체의 미래와 정체성, 그리고 법조계 전체의 공공성을 종합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대한변협을 무시하거나 충돌하는 방식의 견해 표명은 단체 간 조화뿐만 아니라 법조계 전체의 신뢰를 고려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 회장으로서 단체의 자율적 의사표현과 직역 내 상호 존중이라는 책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지에 대해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복잡한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의 기준이 법조인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는 점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누구는 “중립”이라 판단하고, 누구는“편향”이라 지적한다. 법조인의 사회적 경험, 정치적 감수성, 개인적 가치가 중립성 판단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단체 내부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의견 형성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회장으로서 이런 차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어떤 기준으로 전체의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깊은 고뇌 속에 놓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설립 이후 여성·아동·취약계층을 위한 법률 지원에 집중해 왔다. 우리 단체의 사회적 신뢰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공익적 활동을 꾸준히 수행해 온 기반 위에 쌓여 왔다. 그런데 최근 정치적 민감성이 큰 사안들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표명을 요구받는 일이 잦아지면서, 본래의 공익 활동이 의도치 않게 정치적 해석의 대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단체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회원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책임 사이에서 선택은 쉬울 수가 없었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익적 활동은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정치적 중립성은 단체가 모든 사안에 침묵하겠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판단의 기준이 특정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법률가가 지켜야 할 원칙과 헌법적 가치, 인권 보장의 기준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성향이 공적 판단에 개입하지 않도록 부단한 성찰이 필요하며, 단체 차원에서도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려는 꾸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앞으로도 사회적 논쟁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견해 표명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여성변호사회의 활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이자 사회가 여성변호사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러한 점에서 회장으로서 큰 보람과 책임을 동시에 느낀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앞으로도 공익적 사명을 중심에 두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낼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공익 단체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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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10 18:45

[타향에서] 거주지 국외 이전과 조세 전략

대재산가 등 거주자의 해외 이민 또는 해외법인 설립 사례가 늘고 있다. 삶의 질, 자산관리 또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조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싱가포르·말레이지아 등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민을 떠나고, 홍콩·BVI 등 저세율 국가에 법인을 설립해 사업 거점을 해외에 둔 것처럼 꾸미거나 명의신탁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들의 사업 의사결정이나 생활 중심지가 실질적으로 한국이라면 무거운 세금과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 A사는 홍콩에 지주회사를 두고 국내 주식에 투자하여 큰 차익을 거두었지만, 국세청은 투자 의사결정 및 자산관리 활동이 실제 한국에 거주하는 경영진에 의해 수행되었다는 이유로 실질적 관리장소를 국내로 판단해 법인세를 추징했다. 또한, 대재산가 B씨는 싱가포르로 이민을 갔지만, 실제 B씨와 가족들은 연중 상당한 기간을 한국에 머물며 사업체의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 경우 향후 한국 거주자로 판정되어 무거운 세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법률상 국적이나 주소 이전만으로 거주지 변경이 인정되는 시대는 지났다. 세법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본다. 외국에 등록된 법인이라도 실질적 관리장소가 한국에 있으면 내국법인으로 간주되고, 이민을 갔더라도 생활근거, 가족, 자산, 사업 의사결정이 국내에 존속한다면 한국 거주자로 보게 된다. 거주지 국외 이전을 통한 절세전략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 형식적 해외 이주는 당장은 세부담이 가볍지만, 추후 세무조사에서 소득세·법인세·상속세가 한꺼번에 부과될 위험이 크다. 이제는 조세회피처 국가에 설립된 법인, 신탁 및 금융계좌 정보까지도 과세당국 간 정보교환의 대상이 된다. 둘째, 법인과 개인 모두 국제조세 기준이 강화되었다. 우리나라 등 대다수 국가는 실질 기준에 따라 과세권을 배분하는 OECD 권고안을 이미 국내법에 반영했다. 단순히 해외에 주소를 두거나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절세수단이 아니다. 셋째, 형식적 해외 이전은 내부 지배구조나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떨어뜨려 회사 가치에도 부정적이다. 해외법인이 국내에서 사실상 운영되는 구조는 회계투명성, 이전가격 리스크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까? 첫째, 해외 이주나 해외법인 설립이 필요하다면, 생활·경영의 중심을 해외로 실질적으로 이전해야 한다. 체류기간, 가족거주, 사업 의사결정구조의 재편이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한다. 둘째, 기업의 경우 해외법인에 독립적 의사결정구조, 직원과 사무실, 회의·계약체결 등 실질 활동이 존재해야 내국법인 간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셋째, 개인·기업 모두 국제조세, 상속세, 이전가격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사전 세무진단 서비스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민, 지배구조 변경, 해외 자산이전은 전체 구조 속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거주지의 국외 이전은 선택이다. 그러나 세법은 그 선택의 실질을 평가한다. 형식만 해외로 옯겨 놓는 조세회피 시도는 결국 더 큰 세금과 위험으로 돌아온다. 해외 이전이 필요하다면, 그만큼 정직하고 투명한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법과 현실 모두에서 정당한 글로벌 세무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김명준(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前 서울지방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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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3 18:42

[타향에서] 탄소 4억 톤 문턱, 대한민국이 세계에 서명한 ‘신뢰 약속’

정부가 국제사회에 제출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남긴 약속이자, 국가의 품격과 신뢰를 가늠하는 기준선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환경정책의 영역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 전략, 나아가 다음 세대의 삶을 지켜낼 국가적 선택이다. 우리의 새로운 NDC는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확정되었다. 이는 1990년대 초반 국가 총배출량 수준으로 돌아가는 규모이며, 현재 쓰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덜어내야 하는 도전이다.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지만,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정부는 목표 달성 경로를 규제와 제도 중심의 감축은 물론, 기술혁신·인센티브·국제협력을 활용한 추가 감축까지 명확히 구분했으며, 미래세대 부담 완화와 산업계 수용성 등 다각적인 원칙을 고려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특히 우리나라 배출 구조에서 전력과 산업 부문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에너지 믹스 전환과 혁신적인 기술 개발 없이는 감축 자체가 불가능하다. 건물과 수송 부문 역시 전기화와 효율 개선이 핵심이다. 결국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고, 전 부문의 구조적이고 과감한 전환이 시급하다. 감축 목표의 적정성이나 산업 부담에 대한 이견은 존재하지만, 감축목표를 꾸준히 상향하며 국제사회 신뢰를 지켜온 국가들이 결국 기술·시장·투자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육성이나 미국 IRA 정책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 역시 이제는 “가능한가?”를 묻던 시대를 넘어,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논해야 할 단계에 진입했다. NDC 이행은 대한민국의 국제 신뢰를 시험하는 엄중한 과정이다. 한 번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섯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째, 정부·기업·국민 등 모든 주체가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하나의 목표선을 바라봐야 한다. 둘째, 기술·규제·재정·투자를 부문별로 정교하게 설계하여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가져야 한다. 셋째, 정부와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국제기구가 함께 움직이는 전 국가적인 역량 확장이 필요하다. 넷째,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감축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제사회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후 대응이 의무가 아닌 우리 삶과 국가 경제의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임을 모두가 이해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전북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 농생명, 수소, 미래형 산업구조 전환 등에서 전북은 ‘한국형 저탄소 성장모델’을 선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다. 필요하다면 넷제로 2050 기후재단도 지역의 성공적인 전환을 돕고 실행 가능한 기후 전략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등 수차례의 더 큰 위기를 극복해 온 나라다. 탄소 4억 톤, 4억 5000 톤을 줄이는 일은 결코 작은 도전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세계에 약속한 신뢰이며, 다음 세대에게 반드시 물려줄 최소한의 책임이다. 이제 선언의 시대를 넘어,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행동하는‘실행의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장대식 넷제로 2050 기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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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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