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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투표 용지 부족의 관계경영학

지난 6월 3일 제9회 지방선거 본투표가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투표율 61%로 1995년 제1회 투표율 68.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4464만 9908명 유권자 가운데 2724만 9586명이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9~30일에 실시된 사전투표율 23.51%를 합한 결과다. 이날 치러진 투표에서 매우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유권자가 투표소 갔는데 투표용지가 없어서 투표를 못 하고 투표용지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투표를 하고 어떤 투표소에서는 대기표를 나눠주고 기다리게 했고, 또 어떤 투표소에서는 공식 투표 마감시간 오후 6시를 넘어 10시까지 연장하여 투표했다고 한다.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가 서울 강남·광진·동작·서초·송파 등 5구(區) 14곳, 인천 연수구 2곳, 경기 화성시 1곳 등 91곳이라고 한다. 현장에 투표하러 갔던 사람들에 의하면 길게 줄을 늘어서서 1시간 30분 이상을 기다리다가 투표를 마쳤다는 사람도 있고, 다른 바쁜 일정이 있어 투표를 표기하고 갔다는 사람도 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아예 집에서 나오지 않고 기권을 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 1명이 광역시·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구청장, 지방의원 등을 뽑았다. 기초단위의 경우 수백~수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이번 사태가 투표권 침해 논란과 선거 유효성을 둘러싼 시비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지난 2022년 지방선거보다 높아서 일부 투표소에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졌다”고 했다. 예컨대 송파구의 경우 선거인 수의 50%에 해당하는 용지를 준비했으나, 실제 투표율이 이를 웃돌아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허철훈 중앙선관위 전 사무총장은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신뢰를 훼손 한 점에 대하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경제 10대 대국이며 선진국이라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가 참정권이다. 참정권은 투표로서 행사되는 것이다. 그런 권리가 있기에 국민은 기꺼이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참정권을 잘 지키게 하라고 다른 일 하지 말고 선거만을 제대로 관리하라고 만들어 준 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선거에서 투표를 못 하게 방해한 결과를 낸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투표용지 남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면 100% 용지를 인쇄하는데 얼마나 많은 예산이 더 들까? 무상으로 퍼주는 예산은 있어도 투표용지 50% 더 인쇄할 예산이 없단 말인가? 아낄 것을 아껴야지 투표용지 인쇄하는 돈을 아껴서야 되겠는가? 유권자 한 명이라도 국가가 준비하는 투표용지가 없어서 투표를 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민주국가라 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바르게 진단하여 문제점을 파헤치고 수술하여야 한다. 암 덩어리가 있는데 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내가 행사한 주권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많은 국민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늦었지만 지금이 그래도 가장 빠른 시점이다. 선관위를 제대로 개혁하라.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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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6.17 14:53

[타향에서] 쪽방촌을 바꾼 사회연대경제의 기적

일본의 3대 쪽방촌 증 한곳인 요코하마 코토부키초는 2000년대 초 극심한 슬럼화를 겪었다.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떠나 도시에 남은 건 사람의 온기 없는 쪽방과 고령화되어 이주할 여력조차 없는 노인뿐이었다.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바로 2005년 시작된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라는 사회연대경제 사업이다. 무려 1,500개의 빈 쪽방을 개조해 싼값에 숙소로 제공하자, 연간 만 명 넘는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쪽방 수리는 집 주인이, 관리와 홍보는 회사가 분담하고 수익은 5대5로 나누는 상생 방식으로 지역재생을 성공시킨 사례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소득 불평등, 양극화, 지방소멸, 고령화 등 우리가 직면한 난제가 산적하다. 도시 근로자 가구 최상위 10분위와 최하위 10분위 소득 격차는 10.67배에 달하며, 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당 0.74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다. 전국 시군구 소멸 위험 지역은 100곳을 넘어섰고, 농어촌 고령화율은 40% 가까이 치솟았다. 연대와 협력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한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가 본보기가 되는 이유다. 사회연대경제의 작동원리는 구성원의 자발적 협동과 민주적인 참여다. 자본보다 사람과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는 경제활동이다. 1970년대 유럽에서는 대규모 실업, 고령화, 사회적 갈등 등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이 급부상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프랑스에는 이러한 기업이 약 20만 개에 이르며, 238만 명이 여기에 종사한다. 민간 일자리의 14%,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협동조합 조직인 새마을금고가 사회연대경제 기업 양성과 지원에 앞장선다면 어떨까. 새마을금고는 올해로 63년째 ‘서민의 벗’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해마다 점포를 감축하는 은행과 달리 금고는 여전히 점포 수를 유지해 어느 금융 기관보다 대면 거래가 많다. 금고 직원의 근속연수가 길다 보니 회원과의 유대가 깊고 때로는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금융 기관 이상의 역할을 한다. 유심칩 해킹사태가 벌어졌을 땐 손수 고령 회원의 유심칩 교체를 도왔고, 여력이 없는 지자체를 대신해 지역 폐의약품을 폐기·수거하기도 한다. 금고 운영의 근간에는 이미 연대와 협력이 자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뻗어있는 3,198개 점포가 지역과 협력하면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자립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상호 협업하는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지역의 협동조합, 마을기업 같은 조직이 살아야 한다. 제주시 구좌읍 우정새마을금고 김녕지점은 2020년 마을을 살려보겠다고 나선 청년 다섯이 만든 구좌마을협동조합에 금고의 유휴공간을 사무실로 쓰라고 선뜻 내어주고, 마을호텔 건립을 위한 대출도 지원했다. 그 결과 지역에 체류하는 인구가 늘면서 지역 경제에도 돈이 돌기 시작했다. 조합 규모도 2배 이상 커졌다. 전북에서도 이런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전북 새마을금고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사회연대경제 조직 전용 보증부 대출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대출 지원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의 역량 강화를 위해 경영 컨설팅도 지원하고, 협업할 수 있는 사업도 모색한다. 공동화된 지역을 살리는 데 필요한 건 거대 자본이 아니라, 자발적인 연대와 협력 그리고 민주적인 참여를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훈 새마을금고미래비전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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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6.10 17:00

[타향에서] 전북인 기질론-좀 덜 아고똥하자

전북은 인구 대비 무기명 투서, 고소, 고발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한 고위 검찰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관용이 부족해졌고, 비타협적인 선비기질이 따지기 좋아하는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인구 172만 명에 일간신문이 10개 이상 난립한 것도 이 같은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인구가 330만, 240만 명인 부산, 대구보다 신문이 훨씬 많지만, 적자 매체가 대부분이고 기자 급여도 불안정한 현실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전북 최대 병환은 분열과 아집이다. 전주, 완주 통합이 무산되었고,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놓고 정읍과 고창이 서로 다른 날짜를 고수하며 행사도 따로 한다. 새만금 개발사업에서는 내부 반대 소리가 가장 격렬했고, 2004년 부안 방사선폐기물처리장(방폐장) 유치는 긴 싸움 끝에 주민투표로 부결되며 전북은 둘로 갈라지는 상처를 안았다. 결국 방폐장은 경주로 갔고, 경주는 그 덕에 상당한 발전동력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전북, 전주가 서울을 물리쳤으나 “경제성 없는 올림픽은 전북경제를 망친다”는 ‘올림픽 저주론’이 전북 내부에서 가장 크게 터져나왔다. 최근 ‘전라도 천년사’ 편찬을 두고도 역사왜곡 논란이 커지며 상호 비방과 모욕 수준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0여 년 전 창간됐던 잡지 <전북인>은 창간호에서 ‘아고똥한 기질을 말하다’라는 창간사를 통해 전북인의 특질을 ‘열세인 처지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굽히지 않은 모습, 바로 아고똥한 기질’이라고 정의했다. 132년 전에 봉건제도와 외세에 맞서는 동학농민혁명을 일으킨 의지를 보면 이건 분명히 발목잡기나 따지기가 아니라 박수 받아 마땅한 ‘아고똥한 기질’이다. 그러나 그런 기질이 계속되다 보니 콩깍지로 콩을 볶아 콩도 콩깍지도 다 잃는 일이 빈번해졌다. 지역국민총생산(GRDP)에서 강원, 충북에도 뒤지는 전북에게는 이제 전봉준 기질의 재무장도 필요하지만, 경제보국 정신의 원용도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전북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새만금 국제공항과 돔 구장, 그리고 민생살리기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항은 새만금사업과 올림픽 유치의 필수, 전제조건이며 기업은 ‘공항 없는 산업단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2025년 9월 1일 1 심 판결에서 새만금기본계획이 취소돼 제동이 걸렸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는 재심 판결을 기대하며 사업이 재개될 때 빈 틈 없도록 행정절차를 이어나가야 한다. 현대차의 9조 원 투자로 시작될 AI, 로봇, 수소, 모빌리티 산업은 새만금을 대한민국 산업대전환의 심장으로 만들며 전북에 물실호기의 기회를 줄 전망이다. 속도가 중요하다. 행정이 늦으면 투자는 떠나고 기회는 사라진다. 이번에 놓치면 다음 기회는 없다고 봐야 한다. 내부 갈등, 시군 경쟁, 정치적 분열, 책임 회피, 발목 잡기가 사라져야 한다. 6·3 지방선거로 새로운 도 사령탑과 시군 책임자, 의회가 구성됐다. 원팀이 되어 단일대오로 전북 발전을 향해 뛰어야 한다. 콩을 가르고 참외를 쪼개듯 나뉘지 말고, 민생 살리기와 산업 유치를 결합한 지속가능 성장모델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전북의 미래는 상당 부분 새만금사업의 성패와 민생살리기에 달려있다. 하나 된 전북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6.3 전과 전혀 다른 전북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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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6.03 18:12

[타향에서] 전북, 이제 피지컬 AI로 대전환 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대규모 투자 소식은 오랜 침체와 쇠락의 길을 걸어온 전북에 모처럼 새로운 희망의 불빛을 던져주고 있다. 무려 9조 원 규모에 이르는 미래 산업 투자는 단순한 기업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산업화 시대 이후 60년 가까이 경부축 중심 개발에서 밀리고, 정보화 시대에는 수도권 집중에 밀렸으며, 디지털 혁명과 반도체 시대에도 상대적 변방으로 남아 있던 전북이 다시 산업과 미래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 혁명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AI는 단순한 챗봇이나 검색 엔진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공장과 스마트농업,의료·돌봄·물류·에너지 시스템 까지 현실 세계 전체를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전북은 바로 이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전북은 수도권처럼 플랫폼 기업을 수십 개 보유한 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농생명 산업과 식품산업, 탄소소재와 자동차 부품, 신재생에너지와 새만금이라는 강력한 현실 산업 기반을 갖고 있다. 피지컬 AI는 바로 이런 현실 산업과 결합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AI 기반 스마트농업과 스마트축산, 농업용 로봇과 드론, 재생에너지 관리 시스템, 미래형 물류와 제조 자동화는 전북이 충분히 선도할 수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전북은 대한민국 최초의 ‘피지컬 AI 산업혁명 특별도’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도지사 직속 ‘AI·미래산업 담당 부지사’를 신설하고, 민·관·정·연이 함께 참여하는 ‘피지컬 AI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연구소, 기업과 정치권, 출향 인사와 청년 인재까지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혁신 연합체가 절실하다. 새만금에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와 GPU 클러스터를 유치해야 한다. 전주·완주·익산은 AI 로봇산업벨트로 연결하고, 김제·군산·부안·정읍·고창까지는 새만금 메가경제권으로 확대해야 한다. 무주·진안·장수와 임실·순창·남원은 K-힐링 관광벨트로 육성해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과 진안 마이산, 무주 덕유산, 남원의 전통문화와 순창 발효식품은 세계적인 치유·명상·웰니스 산업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나아가 전북은 철도 중심 관광시대를 선도해야 한다. 전주~진안~무주~김천 산악관광철도를 건설해 전북 동부 산악권과 영남권을 연결하고, 기존 김천~서대전 철도와 연계해 서대전에서 다시 전주로 이어지는 한반도 중부권 관광철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 교통망이 아니라 백두대간과 덕유산, 전주 한옥마을을 연결하는 국가 관광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군산까지 연결된 장항선을 김제~부안~고창~영광~함평~무안~목포까지 잇는 서해안 남부 관광철도로 확장해야 한다. 동해안 철도와 함께 이 노선이 완성되면 해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여는 한반도 관광 대동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전북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변방은 지리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작은 예산 경쟁이 아니라 전북의 미래 50년을 다시 설계하는 큰 전략이다.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피지컬 AI와 새만금, 농생명과 K푸드, 문화관광과 신재생에너지가 결합한다면 전북은 대한민국 미래경제권의 핵심 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제 전북은 피지컬 AI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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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7 17:45

[타향에서] 초과이익 차지하기의 관계경영학

지금 이 시점의 최고 화두는 ‘초과이익 나눠먹기’가 아닐까 싶다. 반도체 분야의 호황으로 한 회사가 천문학적 이익이 발생하여 주체를 못 하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기 몫을 더 챙기겠다고 피투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 협력업체도 자기들도 역할이 있었으니 자기들 몫을 내놓으리고 한다. 이에 더하여 최고 정책처인 청와대 고위관리도 국민들에게도 나누어주자고 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을 없애는 것을 제도화하라고 한다. 노조는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18일간 5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 회사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300조원이 예상되는데,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이다. 노조위원장에게 호황기에 많은 성과급을 요구하면 불황기에는 월급을 삭감할 것이냐고 묻자, “이미 불황 때 조금 받거나 안 받았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면 적게 받거나 안 받을 생각이다. 그러나 임원들은 우리가 0% 받을 때 3880억원 규모의 성과급(이에 대해 회사는 실적과 관련 없이 임원이 된 3년 후 받는 중장기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을 나눠 가졌다. 직원들은 희생하는데 임원들은 희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조정 결렬 이유를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기반 인센티브 제도화 및 투명화를 요구하는데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업을 하면 최대 100조원 정도의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도 나서서 적극적으로 노사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도록 중재하고 있다. 중동전쟁 발발로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 금년도 1/4분기 경제성장률이 1.7%의 호실적을 거두었다. 이는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신기루이다. 반도체는 경기변동의 사이클이 잤다. 호황과 불황이 짧은 기간으로 변동한다. 경제학에선 생산의 3요소로 토지, 노동, 자본을 말한다. 이 3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낸다. 성과가 발생하면 3요소에 적절하게 배분하면 된다. 그런데, 요즘의 고용 형태를 보면, 법에서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익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직원들의 급여는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주주나 자본가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배당을 받지 못한다. 특정 회사 형태의 경우에는 자본금의 몇 배까지도 배상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보면 매년 노사가 체결하는 급여 계약 이외의 경영 성과는 회사의 몫이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들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6~7%나 되는 엄청난 돈을 1년 성과급으로 받겠다고 하는데 대해 고운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1인당 7억원이 넘는 액수라고 하니 소시민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큰돈이다. 그것도 전체 생산라인을 18일 동안이나 멈춰 세워 100조원의 손실을 볼모로 하는 것은 불로 날아드는 부나방과 같은 짓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뒷걸음치지 않은 것은 반도체 부문의 선방 때문임을 잘 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노사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분규로 발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이해당사자들이 조금씩 양보하여야 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중재 지원하여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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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0 18:15

[타향에서] 금융이 따뜻해야 하는 이유

“왜 가장 어려운 사람이 가장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는가” 최근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이 물음은 현대 자본주의 신용 체계의 모순을 찌르는 묵직한 화두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채무 불이행 위험(Risk)이 크기 때문에 높은 위험 할증(Risk Premium)을 부과하는 것이 당연한 시장 논리이다. 그러나 금융이 단순한 이윤 창출 도구를 넘어 사회적 자원 배분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질문은 “금융은 본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규범적 성찰로 이어진다. 필자가 보기에 약자에게 가혹하고 강자에게 관대한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넘어, 포용적이고 ‘따뜻한 금융’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시혜적 도덕론이 아니다. 이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문제 제기이다. 첫째, ‘빈곤의 덫’을 방지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저신용·저소득층에게 부과되는 고금리는 이들을 ‘빈곤의 덫’으로 몰아넣는다. 절박한 생계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계적인 시장 위험률을 고려한 금리를 적용하면, 결국 연체와 신용불량이 만연하고 나아가 파산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이들의 경제적 몰락은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금융권이 단기적 이윤을 위해 회피한 리스크를 결국 국가와 공동체가 세금으로 떠안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이들에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사후적 복지 지출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사전적 사회 투자’로 볼 수 있다. 둘째, 금융산업은 태생적으로 공공성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완전한 의미의 민간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 국가로부터 배타적인 영업 허가를 받아 과점적 이익을 누리며, 중앙은행의 발권력과 예금자보호제도라는 막대한 공적 안전망 위에서 사업을 영위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에는 주주 이익 극대화에 매몰되지 않고,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하고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부여된다. 셋째, 거시경제적 선순환과 내수 시장 진작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고소득층에게 집중된 저금리 대출은 실물경제의 성장보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시장의 거품(Bubble)을 키우는 데 일조해 왔다. 반면 경제적 한계 지위에 놓인 서민들은 한계소비성향이 매우 높다. 이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면 절감된 비용은 곧바로 필수재 소비로 이어져 내수 시장에 즉각적인 진작 효과를 일으킨다. 부유층의 자산 증식에 묶여 있던 자본을 서민들의 실생활로 흐르게 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금융에 대한 접근성은 생존권 및 행복추구권과 직결된다. 누구나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을 수 있으며, 이때 적절한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가 재기 여부를 결정한다. 과거 기록만을 반영하는 신용등급이라는 기계적 잣대로 금융 접근성을 차단하거나 고금리를 강요하는 것은 현대 사회가 보장해야 할 ‘기회의 평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경제학이 제시하는 ‘가정’의 틀에 사고를 축소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가 되려면 금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따뜻한 금융’은 약자를 보호하는 든든한 사회적 방파제이자,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양극화라는 시대적 위협에 대처하는 하나의 합리적 대안일 수 있다. 최훈 새마을금고미래비전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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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3 18:29

[타향에서] 인권협(人權協)이 있어 전북이 자랑스럽다

자신의 고향이 자랑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경제 규모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수치만으로 지역의 품격을 가늠할 수는 없다. 2024년 기준 전북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50조 원으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그러나 전북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산이 있다. 바로 정의와 인권, 민주화 투쟁의 오랜 전통이다. 우리나라 ‘법조 3성’으로 불리는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검찰의 양심’으로 끝까지 이승만 대통령과 맞섰던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 ‘청빈 판사’의 대명사 김홍섭 판사가 모두 전북 출신이다. 여기에 평생을 인권과 민주주의, 약자 보호에 헌신한 한승헌 변호사까지 더해 ‘법조 4성’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전북이 우리 나라 법치와 양심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실은 지난 달 20일 고 한승헌 변호사 4주기 추모식에서 ‘제2회 산민상’을 수상한 전북인권협의회(인권협)의 활동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1977년 전북지역 목사, 장로, 집사들이 만든 인권협은 군사독재 시절 고문 추방, 양심수 석방, 유신 철폐 운동을 이끌며 민주화 최전선에 섰다. 이들의 정의로운 목소리는 민주화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 보호, 환경 기후위기 대응 등 시대적 과제에 지속적으로 대응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시대정신을 구현해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권협이 이끌어낸 실질적 성과다. 전주시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을 제안했던 온누리상품권이 전국으로 확산됐고, 대형마트 월 2회 휴무제도 이들의 문제 의식으로로터 출발했다. 여성 성폭력 인권센터 설립, 지역 노동문제 해결 등 생활과 맞닿은 변화도 이끌어냈다. 심지어는 무주 태권도공원처럼 인권협과 관련이 멀 것 같은 문제에도 힘을 보탰으며, 산하에 ‘새만금완공 추진협의회’를 두고 있다. 현재도 전주시 해고 청소노동자 복직을 위한 목요기도회를 계속하고 있다. 57년 동안 한결 같았던 인권 정신, 정의와 인간 존엄 강조, 피어린 민주화와 반독재 투쟁의 한승헌 변호사의 유지를 기리는 산민상 수상은 반세기에 걸친 이러한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라 할 수 있다. 인권협 관계자들도 “지난 50년의 가시밭길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동받았다”며 “이 상이 마중물이 되어 협회의 오늘을 더 굳게 다지고 내일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전북의 큰 어른이었던 한승헌 변호사를 기리는 상은 창립 50년에 받는 최고의 선물”이라고도 했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단체인 인권협은 NCCK 산하에 있던 전국 8개 인권위원회 중 유일하게 현재진행형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인권의 사각지대는 존재하며, 헌정질서와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북은 경제 지표만 보면 ‘못사는 동네’일지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에서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인권협 50년의 궤적은 이를 증명한다. 인권협 활동에서 돋보이는 점은 뛰어난 공공성과 실효성이다. 지역의 진정한 자랑은 숫자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지키고 실천해왔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전북을 전국에서 민주화운동을 가장 가열차게 해온 지역으로 만들었으며, 당당하게 “전북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심장”이라고 말하는 인권협이 있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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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6 18:36

[타향에서] 전북의 미래, 경쟁이 아니라 동행에서 열린다

정치의 무게는 나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책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사람을 만나고, 약속을 지키고, 실패를 견디며 비로소 정치의 품격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정치는 종종 젊음의 속도보다 연륜의 깊이에서 더 큰 힘을 얻는다. 박지원 의원의 ‘금귀월래(金歸月來)’는 그것을 상징한다. 84세의 나이에도 금요일이면 지역구인 전남 진도와 해남으로 내려가 주민을 만나고, 월요일이면 다시 서울로 올라와 국회의 한복판에 선다. 전북 군산 출신인 소병훈 의원 역시 62세에 경기도 광주시의 초선이 되어 72세에 3선의 길을 걸으며 정치가 출세가 아니라 책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정치를 직업이 아니라 소명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지금 전북 정치가 다시 생각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다. 차기 전북도지사 선거를 둘러싼 민주당 경선은 이미 큰 상처를 남겼다. 이원택 의원은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김관영 지사는 이른바 돈봉투 사건 논란으로 징계를 받아 경선에서 탈락했고, 안호영 의원은 이원택 의원 측의 식사비 대납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다 단식 투쟁에 들어갔고 결국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정치는 원래 경쟁이다. 그러나 경쟁이 상처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되는 순간 도민은 등을 돌린다. 도민이 보고 싶은 것은 누가 더 크게 싸우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크게 전북을 살릴 것인가다. 공정 시비와 내부 갈등이 길어질수록 상처는 정치권만의 것이 아니라 도민 전체의 피로가 된다. 지금 전북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피지컬 AI 실증사업과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포함한 약 9조 원 규모의 투자, 농생명 바이오 산업의 대도약까지 메가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지역 사업이 아니다. 전북의 향후 30년을 결정할 구조적 변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누가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릴 것인가’다.세 사람 모두는 경쟁자가 아니라 미래 전북정치의 공동 자산이다.서로를 소모하는 삼각대립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삼각편대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세 정치인은 전도가 양양하다.연부역강(年富力强)은 젊고 힘이 있다는 뜻이지만, 정치의 진짜 무게는 연부역광 (年富役廣)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역할이 넓어지고, 책임이 깊어지는 것이다. 자리를 차지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리를 감당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주역은 후덕재물(厚德載物)이라 했다.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싣는다는 뜻이다. 지도자의 자리는 이기는 자리가 아니라 감당하는 자리다. 더 많은 사람의 기대를 짊어지고, 더 많은 상처를 품어야 하는 자리다. 지금 도민이 기다리는 것은 더 큰 싸움이 아니다. 더 큰 화합이다. 전북의 봄은 선거에서 오지 않는다. 사람을 살리고, 산업을 일으키고, 청년이 돌아오는 길에서 온다. 재도약의 맨 앞에 서야 할 전북인은, 이재명정부와 함께 하는 전북 정치인들이다. 전북의 미래는 한 사람의 승리로 열리지 않는다. 함께 가는 리더십, 서로를 인정하는 품격, 경쟁 속에서도 협력할 줄 아는 정치에서 열린다.지금 협력의 손을 잡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세 정치인이다. 전북의 미래는 경쟁이 아니라 동행에서 열린다. 그것이 전북정치의 품격이고, 그것이 도민이 바라는 진짜 승리다.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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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9 18:18

[타향에서] 국가부채의 관계경영학

지난 3월 28일 모 일간지에 “미국 국가부채 39조달러 돌파”라는 기사가 나서 눈여겨 읽었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9조달러(약 5경8800조원)를 넘어서며 재정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고질적인 재정적자에 이란 전쟁 장기화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3월 20일 기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39조20억7136만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2조8000억달러가 늘었다. 주요 급등 원인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비용과 대규모 감세 정책 등이라고 한다. 여기에 지난해 제정된 대규모 감세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법안(OBBBA)’이 세입 감소를 초래하며 부채증가의 가속페달 역할을 하고 있다. 4월 6일 우리나라 ‘작년 재정적자 104.8조→104.2조, 국가채무비율 46→49%’ 기사가 있어 미국과 비교하며 읽었다. 2025년 재정적자 규모가 2024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국내총생산(GDP)대비 적자 비율이 3.9%로 역대 네 번째로 컸다.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로 1년 전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국가채무비율이 재작년에 6년 만에 하락했다가 작년에 다시 상승했다. 2025회계년도 국가채무 결산 결과를 보면 중앙정부·지방정부 채무를 합산한 국가채무는 1304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9조4000억원 늘었다. 2018년~2023년까지 계속 상승하던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46.9→46%) 하락했는데, 지난해 다시 상승 전환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올해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127조원, 지방정부가 2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국가부채는 세금 등 국가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발생한다. 원래 경제주체는 수입의 범위 내에서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 살다 보면 어떻게 원칙대로만 살 수 있겠는가? 예상치 않은 변수가 발생하면 거기에 맞춰 지출할 수밖에 없다. 수입을 초과하여 지출이 발생할 때는 빚을 내야 한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매한가지다. 빚은 소득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그것도 이자를 쳐서 갚아야 한다. 어느 땐 원금보다 이자가 늘어나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파산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합리적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진 빚은 후대가 갚아야 한다. 왜 국가부채를 늘려서 후대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우려고 하나?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위정자는 후대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오늘 나 편히 먹고살자고 자식에게 빚을 지워서는 안 된다. 빚 속에서의 삶은 지옥이다. 견디다 못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라도 같다. 세입의 범위 안에서 세출이 이뤄져야 맞다. 그러나 예외적 상황도 있다.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발발할 경우는 다르다. 거기에 맞는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상에서 적자재정을 편성하거나 추경을 하여 재정을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도 정치적 환심을 사기 위해서 돈을 거져주는 일은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 말 국가부채는 국민 1인당 2500만원이 넘어섰다. 나라빚은 결국엔 국민이 갚아야 한다.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알뜰한 살림을 꾸려 나라빚을 줄여나가야 한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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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2 18:08

[타향에서] 고향의 너른 품 안에 문화의 숨결이 느껴지길

작년 11월 정읍시 수성동에는 ‘우리동네 MG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사회에 주민 누구나 무료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지난 13일부터는 부안 출신 이부안 작가의 개인전 ‘물결의 주름’이 열흘간 진행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이번 전시는 지역사회와 함께 예술을 나누기 위해 기꺼이 본점 건물 4층의 공간을 내어준 정읍새마을금고의 여섯 번째 프로젝트다. 오늘날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는 이유는 일자리가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퇴근 후 영감을 채워줄 전시, 주말을 풍요롭게 할 공연과 다채로운 문화 양식이 충분하지 않다. 대형 뮤지컬이나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은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유물이다. 혹자는 지방의 문화 수요가 적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하지만 이는 시장 논리에 갇힌 시각이다. 문화 예술 콘텐츠는 초기 제작과 인프라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에서는 태생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을 수 없기에, 이를 민간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겨 둔다면 지역의 문화적 빈곤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바로 여기에 공공부문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지방의 문화 향유권 확충은 ‘국민 기본권 보장’과 ‘지방 소멸 방지’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간의 정책이 문화회관이나 도서관 등 하드웨어 건립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그 공간을 채울 소프트웨어에 예산을 쏟아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립 예술단체의 지역 순회공연을 정례화하고 지역 맞춤형 콘텐츠 창작에 파격적인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지방정부는 지역 예술인을 육성하고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쌍끌이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공의 정책적 결단과 더불어,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풀뿌리 기관들의 역할도 대안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새마을금고다.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지역 주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새마을금고는 최근 지방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도원새마을금고는 2020년부터 7년째 지역의 작은 영화관 2곳(삼척가람·도계)을 삼척시에서 위탁받아 지역 출신 직원 10명 남짓을 고용해 직접 운영해오고 있다. 인구소멸지역인 삼척에서 유일하게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연간 삼척, 동해 등 지역 주민 12만 명이 다녀간다. 대전 서구 갈마동에 자리한 한밭새마을금고는 본점 건물 9층에 한밭문화예술교육원을 설립하여 지역 주민에게 전통예술,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공공의 예산이 미처 닿지 못하는 일상 속 문화의 모세혈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이는 시장 논리가 작동하기 힘든 지방 문화 생태계에 민관 협력의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예로부터 내 고향 전북은 소리와 맛, 멋을 아는 예향(藝鄕)이었다. 전북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저마다의 찬란한 전통과 문화를 품고 있다. 수십 년 전 공직의 첫발을 떼며 가슴에 품었던 ‘전국 어디서나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향한 꿈은 애석하게도 아직 미완성이다. 진정한 균형 발전은 고속철로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을 넘어,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삶의 질을 동등하게 맞추는 데서 비로소 완성된다. 수지타산을 뛰어넘는 정부의 과감한 협업 정책과 새마을금고와 같은 지역 공동체의 따뜻한 뒷받침이 어우러져, 지방의 너른 토양 위로 문화적 풍요라는 단비가 촉촉이 스며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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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5 19:02

[타향에서] 책마루 도서관(송천동)을 살리자

경제 발전은 더디지만 ‘문사(文士)의 고장’ 전주는 인구 62만 5천 명에 비해 도서관이 150개 가까이 있을 정도로 책과 독서 문화가 풍부하다. 이 가운데 송천동에 있는 책마루도서관은 지역주민이 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인 운영과 참여로 만들어가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문도서관이다. 지난 16년 9개월 동안 주민, 자원봉사자, 후원자의 손길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책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장서 3만 6천 권, 연간 4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이 도서관은 시민이 참여하는 봉사위주 운영으로, 지금도 ‘책마루 동무들’ 등 30여 명이 돌아가며 봉사한다. 이 도서관은 롯데마트 전주 송천점이 개점하면서 주차장 위 302평 공간을 무상 임대해 2009년 7월 문을 열었다. 롯데가 17년 가까이 도서관 유지에 힘을 보탰지만, 롯데마트 매각 검토로 인해 무상 임대 조건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롯데 측이 더 이상의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마루는 존폐 위기를 맞았다. 롯데그룹은 스키, 스노보드 등 스포츠 분야에 10여 년 동안 300억 원 이상을 지원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금·은·동 메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런 사회공헌 전력을 고려하면, 롯데가 책마루도서관을 지역 문화와 교육 인프라를 지키는 새로운 모델로 유지, 발전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책마루는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과 그림이 담긴 전주의 첫 어린이 전문도서관으로, ‘읽고 싶은 책이 언제나 제 자리에 있는 도서관’을 지향해왔다. 쉬고 싶을 때 책에 기대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꿈꾸며, 단순 독서뿐 아니라 삶의 질과 공동체 회복을 함께 추구해 왔다. 노인의 ‘책 읽는 동아리’, ‘노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동아리’, 영유아 공동육아 동아리 23개, ‘북 스타트(Book Start) 운동’, 학교를 찾아가는 ‘책마루 책동무’ 프로그램, 소박한 한솥밥을 매개로 한 공동체 책문화축제 ‘책이랑 놀고 먹자’, 자연 탐구 프로그램 ‘숲(갯벌)으로 간 도서관’, 그림자극 동아리 ‘깜빛놀 책공연’ 등도 함께 운영된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독서, 문화 프로그램이 도서관의 핵심이다. 이제 책마루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기업이 도서관을 지어주고 전주시가 행정을 지원했지만, 17년 가까이 이를 키워온 것은 주민과 봉사자였다. 전주시는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롯데마트와 매각 예정자, 그리고 롯데그룹과 협상해 현재 위치에서의 유지, 임대 또는 공간 기부채납과 공공 매수를 추진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인근 지역 내 대체 부지 확보와 이전, 신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도서관은 아이들이 이웃과 만나고 꿈을 키우는 공공의 마당이며, 공동체 회복의 핵심 인프라다. 만일 기업의 이윤 논리에 밀려 이 공간이 사라진다면, K-컬쳐 문화강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치욕이 될 것이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전주시장 후보들 모두는 ‘책마루도서관 존치’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도서관 관계자 및 이미 구성된 ‘책마루도서관 살리기추진위원회’와 면담해, 머리를 맞대고 존치·이전·재탄생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의 자선가 앤드류 카네기는 “도시에 도서관이 하나 있으면 교도소 세 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범죄, 불평등, 소외를 줄이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의미다. 책마루도서관 살리기는 ‘문사의 고장’ 전주의 공공문화를 지키는 시험대가 되었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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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08 18:42

[타향에서] 유가(油價)의 관계경영학(關係經營學)

염려하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핵 개발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동의 화약고가 터졌다. 이란은 전쟁 발발 초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해 사오십 명의 고위급 지도자들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내세우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공격받은 이란이 이웃 나라의 미군 시설과 원유시설을 공격하면서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과 유조선을 포격하여 통행을 막더니 기뢰를 설치하여 아예 봉쇄하려고 한다. 개전 전에 배럴당 육칠십 달러로 비교적 안정적이던 유가가 전쟁이 발발하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1백 달러를 넘나들며 경제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유소 유가가 급등했다. 휘발유 1리터에 이천 원이 넘는 주유소도 생겨났었다. 정부는 3월 13일부터 1997년 유가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석유 최고 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시장가격에 직접 개입했다. 정유사 공급가격으로 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등유 1320원으로 최고가격을 정했다. 이란사태로 유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공급가격(세전)을 기준으로 삼고, 여기에 국내 기름값 지표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 제품 가격의 최근 2주간 평균 등락률을 곱한 뒤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세금을 더해서 산출했다. 유가는 단순히 주유소 가격만이 아니다.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가 유가와 연관돼있다. 난방·취사의 가정생활에서부터 전기 등 에너지·공산품과 농산물의 생산은 물론 이것들의 보관 유통에도 유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사람과 물류의 이동·각급 사무소·학교 운영·병의원 등 의료시설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생활에 구석구석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가의 인상은 모든 물가와 환율을 인상 시킨다. 교통비 등 모든 이동 수단의 이용가격도 상승한다. 유가 인상이 지속되면 경제 불황이 온다. 인간의 삶 자체가 고달파진다. 모든 유체물은 유한(有限)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특히 화석 연료인 석유는 생산지가 한정돼 있다. 그런데 쓰임은 전 인류가 공통으로 모두 쓴다. 없으면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삶을 좌우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한 방울의 석유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석유를 물 쓰듯 해왔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 증대와 자연을 활용하여 전력을 얻는 정책의 시행이 시급하다. 환경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는 것이 먼저다. 다음으로 에너지 절약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시늉만 내서는 안 된다. 여름이면 냉방을 한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거리로 찬바람을 쏟아낸다. 이런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강력한 행정력이 수반 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유가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정책으로 지원하여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서도 에너지 절약형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석유에 대한 문제가 더 많이 발생했으면 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국가도 기업도 국민도 이번 유가 폭등을 거울삼아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체제를 구축하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응급처방으로 그치면 항상 이런 어려움이 닥치면 그때 또 호들갑만 떨다가 유야무야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지!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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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25 19:08

[타향에서] 전북이 ‘골든타임’을 잡으려면

최근 고향 전북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에 가슴이 뛰고 있음을 느낀다. 굴지의 기업들이 속속 투자를 결정하면서 전북이 중흥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정치적 위상의 변화다. 현 정부 출범 후 주요 부처 장관에 전북 출신 인사들이 발탁되며 국정 운영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국무회의 참석 권한을 갖는 국무위원만도 4명이나 전북 출신이 발탁됐다. 민간 부문에서도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굴지의 인프라·조선 기업인 HJ중공업이 전북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은 지역 경제에 새로운 심장이 뛰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정치적 호기와 대기업의 실질적 투자가 맞물린 지금이야말로 전북이 도약할 수 있는 적기다. 그러나 바람이 분다고 저절로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돛을 올리고 노를 젓는 맹렬한 노력이 뒤따라야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이 순풍을 전북 백년대계의 동력으로 삼으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공직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돌이켜 봤다. 첫째, 기업의 투자 방향에 맞춘 ‘맞춤형 지역 인재 양성 생태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과거처럼 저렴한 공장 부지와 세제 혜택만으로 기업을 묶어둘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자동차의 미래 산업 투자와 국내 조선사인 HJ중공업의 군산조선소 인수가 전북에 온전히 뿌리내리려면,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 지역 내에서 수급되어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대학, 그리고 기업이 삼위일체가 되어 학과 개편부터 실무 중심의 교육 과정 신설까지 파격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거대한 투자도 결국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 둘째, 14개 시·군이 ‘소지역주의’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뭉쳐야 한다. 큰 판이 벌어졌는데도 내부에서 주도권 다툼이나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다면 중앙정부의 지원도 대기업의 투자 의지도 싸늘하게 식어버릴 것이다. 도내 핵심 거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전북형 메가시티’의 비전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알을 깨기 위해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지혜가 절실하다. 밖에서 밀어주는 거대한 흐름에 맞춰, 안에서도 한마음 한뜻으로 화답해야 한다. 셋째, 과감한 규제 혁파와 ‘적극 행정’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투자 계획도 거미줄 같은 낡은 규제와 소극적인 행정 처리에 가로막히면 적기를 놓치게 된다. 전북에 온 기업들이 “전북의 행정 지원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를 보낼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 투자 유치의 최전선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레드카펫 행정’을 펼쳐야 한다.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모든 권한을 다해 기업의 도전을 지원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때가 이르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북은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절박함이 필요하다. 정치적 환경과 경제적 투자가 일치하는 타이밍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전북의 지도는 눈부신 경제 수도로 바뀔 것이다. 180만 도민과 지자체, 정치권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똘똘 뭉쳐야 하는 이유다. 전북의 진정한 비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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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8 19:03

[타향에서] 유장(悠長)한 새만금의 역사를 알자

서울에 있는 전북 출신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만금의 기본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놀라는 경우가 적잖다. 여의도 140배의 규모, 세계 최장 33.9km 방조제, 공사 기간 19년(1991~2010년)이라는 기본 수치조차 낯선 이들이 많다. 새만금은 단군 이래 최대의 단일 국책사업으로, 1988년 정부 확정 이후 38년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환경단체의 소송으로 공사가 두차례 중단되기도 했지만, 전북의 미래를 건 사업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새만금 구상은 박정희 정부 시절이던 1970년대 초에 시작돼, 1980년대 초 냉해로 인한 쌀 부족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재검토됐다. 1987년 ‘새만금 간척 종합개발사업’이 발표되면서 국가사업으로 격상됐지만, 1988년 2월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은 당초 공약을 미루며 추진이 지체됐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형성되고, 평화민주당 원내총무였던 김원기 의원이 등장하면서 새만금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당시 김 의원은 김대중 총재에게 “이번 영수회담에서 반드시 새만금사업을 확약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균형 명목으로 전남에 사업을 나눠주면 안 된다”며 전북 민심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당시 호남 정책의 대부분은 전남으로 향하고 있었고, “김대중 총재 아래 전북이 얻은 게 무엇이냐”는 불만이 팽배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김원기 총무는 전북의 살 길을 모색하다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만금’을 다시 꺼내들었다. 결국 1988년 7월 16일 열린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총재의 영수회담에서 새만금이 논의되었고, 이로써 ‘죽어 있던 사업’은 되살아났다. 김 전 의장은 이를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취로 여겼다. 그는 “새만금을 옥동자로 낳지는 못했지만 유복자는 낳은 셈”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 후에도 새만금은 긴 세월 난관을 거쳤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 현대자동차의 9조원 투자, 김민석 총리의 현장 방문으로 새만금이 다시 국가적 비전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구순을 맞은 김원기 전 의장은 그런 소식을 들으며 “감격스럽다”고 했다. 전북인들은 새만금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꿈꾸게 되었고, 그 시작점엔 김원기라는 인물이 있었다. 새만금의 현대사적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전라북도가 김 전 의장을 찾아 당시 영수회담의 막후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나아가 새만금은 이제 간척지를 넘어 AI,에너지, 수소산업의 거점으로 발전해야 한다. 윤석진 전 KIST 원장은 9일 “새만금이 한국형 AI, 그린에너지 통합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생산–그린수소–AI 수소도시–로봇·SDV 산업이 연결되는 순환형 모델을 제시했다. 38년 전,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새만금의 길을 뚫었던 한 정치인의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의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새만금 성공을 다짐하는 이 시점에서, 김원기 전 국회의장에게 늦게나마 감사의 박수라도 보내면 어떨까.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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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1 18:38

[타향에서] 모래밭에서 꽃피운 도전, 새만금에서 다시 시작하다

“마음 같아서는 손자 회장님을 등에 업고 한 바퀴 돌고 싶다.” 전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 현장에서 나온 이 한마디는 의전의 수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산업의 방향을 읽은 사람의 직감이자, 시대의 전환을 감지한 현장의 언어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새만금을 울산 이상으로 키우고 싶다”고 밝힌 대목 또한 단순한 투자 유치의 표현이 아니다. 이는 숫자의 뉴스가 아니라 방향의 뉴스다. 어디에 공장을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다음 좌표를 어디에 찍느냐의 문제다. 정주영은 모래밭에서 조선소를 보았다. 아무것도 없던 울산의 백사장에서 세계 최대 조선 강국의 씨앗을 읽어냈다. 오늘 정의선은 갯벌을 메운 새만금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의 미래를 본다. 정부 역시 그 미래가 수도권의 한복판이 아니라 새만금이라는 빈 캔버스 위에서 그려질 수 있음을 천명했다. 이 장면은 지역 개발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의 새 장이다. 정주영의 시대가 철과 콘크리트, 강철선으로 국가의 속도를 끌어올린 제조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데이터와 전력, 알고리즘이 산업의 심장을 이루는 지능의 시대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로봇·AI·수소 결합 모델,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플랜트, 재생에너지 기반 스마트시티 구상은 새만금을 단순한 공장 부지가 아니라 전력·데이터·제조·도시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실험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변방이 아니라 표준, ‘먼저 실험 해보는 곳’이 ‘먼저 이기는 곳’이라는 선언이다. 수년간 AI 제조 전환과 피지컬 AI 선도를 주창해온 정동영의원(통일부 장관)은 기술과 제도, 인재와 자본을 ‘순창고추장으로 비벼낸 전주비빔밥처럼’ 한 그릇에 담아내는 새만금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언은 언제나 쉽고 실행은 어렵다. 원스톱 인허가와 명확한 시간표가 없다면 어떤 비전도 신기루로 끝난다. 전력 계통 확충과 안정적 재생에너지 공급, 초고속 통신망 구축, 산업용 용수 확보, 환경 심의의 예측 가능성, 배후 주거·교육 인프라까지 통합 로드맵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전북은 본디 소외의 땅이 아니었다. 해방과 건국의 격랑 속에서 이 지역 출신 인물들은 헌정 질서와 공화국의 기틀을 세우는 데 깊이 참여했다. 한때 대한민국 인구의 10분의 1이 전북에 살았다. 산업의 주소지가 농업에서 제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의 체감이 쌓였을 뿐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새만금은 단지 산업단지가 아니다. 전북이 다시 국가의 약속 안으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새만금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각오는 국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시아와 세계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 세계가 배우러 오고, 기업이 시험하러 오며, 청년이 꿈을 들고 모여드는 곳, 그곳이 진정한 성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북인이 먼저 변해야 한다. ‘무(無)’에서 ‘함께’로. 행정은 더 빠르고 더 공정해야 하며,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비용이라는 인식 아래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논문을 넘어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술을 만들어야 하고, 지역 기업과 청년에게는 성장의 사다리가 실질적으로 놓여야 한다. 170만 도민과 350만 국내 출향 도민, 80만 해외 동포까지 600만 전북인의 힘이 모일 때 이 도전은 구호를 넘어 현실이 된다. 전북인들이 정주영과 정의선의 담대한 방향을 새만금에서 이어갈 때 모래는 비로소 땅이 되고, 전북은 ‘삼중소외’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다. ‘무’에서 함께로, 그리고 세계로.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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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04 18:52

[타향에서] 은행 이익의 관계경영학(關係經營學)

지난 2월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이 17조9588억원으로 전년의 16조4205억원보다 9.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기록으로 이자 이익이 뒷받침하고, 주식 투자 열풍 속 증권 거래 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42조9340억원으로 2.5% 늘었다. 은행을 핵심 계열사를 두고 있는 4대 금융그룹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까지로 제한하는 지난해 6.27대책 이후 연이은 가계 대출 규제책에 ‘이자 장사’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는 데도 모두 이자 이익이 1~2%대 늘었다. 은행을 주축으로 한 금융그룹의 이익이 10%대로 성장했다는데 기쁘지 않다. 은행 이자 이익 증대가 썩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경제적 약자다. 약자를 상대로 거둔 이익이기에 정서상 유쾌하지 않다. 은행은 예금을 받거나 유가증권이나 채무증서를 발행하여 불특정다수인에게서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고 은행법에 명시돼있다. 은행 주식은 1인이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10(지방은행 100분의 15)을 초과하여 보유하지 못하도록 해서 은행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있다. 경제에서의 돈은, 사람에게서의 피(血)와 같아 경제에 필수불가결한 재화다. 그러기에 은행이 특정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은행 업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정부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다. 은행경영자에게 도덕적해이는 금물이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더 많이 받으려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은행은 여신수요자의 신용 상태를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은행은 돈을 빌려 간 사람으로부터 만기일에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회수하여야 한다. 이를 받지 못하면 부실채권이 된다. 부실채권이 많아 부실률이 높아지면 은행의 신용도는 추락하고 결국은 망하게 된다. 은행이 망하면 예금을 돌려주지 못한다. 은행 도산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크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경영부실로 약 1300여개 금융회사가 구조조정 되면서 168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은행의 방만한 경영은 천문학적 사회비용을 치르게 한다. 은행 경영은 특정한 사람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는 조직이다. 오로지 시스템과 규정에 의해서만 운영되어야 할 조직이다. 그래서 엄격한 내부통제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국민이나 국민 인기에 의존하는 정치인은 은행 이익에 대하여 달갑지 않게 여긴다. 경제가 좋지 않거나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은행은 돈장사만 한다고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은행은 태생적으로 돈장사를 해야만 하는 조직이다. 은행은 사회사업단체가 아니다. 돈장사에 부실을 발생시키면 안 되는 경영체이다. 철저한 경영으로 부실 비율을 낮추면 대출이율도 낮출 수 있다. 은행원들의 고액 연봉에 대하여 사회적 여론도 있다. 내부자들의 합리적 대우와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저신용자의 신용회복 재원 출연이나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활동 등 찾으면 많이 있다. 이런 활동을 적극 전개하여 국민과 함께하는 은행이라는 인식을 높여야 은행의 높은 이익에 대하여 국민이 동의할 것이다. 삼성전자 최대 이익에 대하여 국민은 박수를 친다. 왜일까? 은행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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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25 19:43

[타향에서] 행정통합 파도 속, 전북의 블루오션 전략

최근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지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미 관련법안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남쪽에서는 광주와 전남이 행정통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고, 북쪽에서는 대전과 충남이 통합을 선언하며 충청권 메가시티의 윤곽을 그리고 있다. 바야흐로 ‘광역화’와 ‘규모의 경제’가 지방 소멸의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전북이 자리한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독자적인 활로를 찾아야 한다. 전북은 충청과 광주전남, 그리고 영남을 잇는 지리적·경제적 요충지다. 다른 권역을 연결하고 확장을 주도하는 성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북만의 경쟁력은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전북은 물리적인 덩치를 키우는 경쟁이 아니라, ‘내실 있는 특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평생 행정안전부와 전라북도에서 일했고, 지금은 금융 현장을 겪으면서 그 해법이 ‘금융’과 ‘새만금’이라는 두 축에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첫째, 전북은 명실상부한 ‘제3의 금융중심지’로 도약해야 한다. 이미 우리에게는 1,00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NPS)이라는 확실한 기반이 있다.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를 조성할 최적의 입지에 민간 금융그룹의 전북 투자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자본이 인재와 정보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이다. 서울이 종합 금융, 부산이 해양 파생 금융이라면 전북은 연계 금융산업을 꽃피워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라는 확실한 색깔을 입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니다. 전주를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금융 지구처럼 자산운용사, 수탁 은행, 핀테크 기업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만들어야 한다. 행정의 힘으로 기반을 닦고, 금융의 논리로 시장을 키운다면 전북은 광주전남이나 충청에 예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금융 영토’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새만금’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의 땅이 되어야 한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시절 새만금은 늘 희망의 보루였다. 새만금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기회의 땅’이다. 이차전지와 같은 미래 첨단 산업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 새만금은 단순한 간척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담아낼 거대한 그릇이다. 특히 새만금은 금융 자본이 실물 경제에 투자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는 점이 부각되어야 한다. 금융 허브에서 조성된 자금이 새만금의 인프라와 기업에 투자되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전북이 꿈꾸어야 할 경제 모델이다. 행정안전부에서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발전을 고민했고, 도청에서 전북의 살림을 챙긴 공복으로서 전북은 주변의 행정 통합 논의에 위축될 이유가 없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만의 강점인 ‘금융’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새만금’이라는 하드웨어를 결합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 샌드위치 속에 끼인 내용물이 빈약하면 납작해지지만, 그 내용물이 알차고 단단하면 빵을 지탱하는 핵심이 된다. 지금 전북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주변의 거대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그 파도를 타고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로 비상할 것인가.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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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8 18:24

[타향에서] 당장 결혼이 어려우면 연애나 동거부터 해보자

프랑스에는 결혼(mariage) 외에도 ‘동거(cohabitation, 꼬아비따숑)’와 ‘시민연대계약(PACS)’이라는 두 제도가 있다. 결혼 전에도 법적 보호는 다소 약하지만 동거를 통해 관계를 경험할 수 있고, PACS를 체결하면 결혼과 거의 다름없는 혜택을 받는다. 젊은 세대가 결혼 대신 동거나 PACS를 거치는 것은, 완전한 결합이 아닌 단계적 관계를 통해 사귐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 논의를 보며 이 프랑스식 접근이 떠오른다. 통합이란 ‘결혼’일 테고, 연합은 ‘동거’나 ‘PACS’에 가깝다. 전주·완주 통합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안호영 의원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며 불씨는 살아났지만, 완주군의회와 다수의 주민들은 여전히 “배신”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의 찬반이 엇갈리며 논의는 다시 가열되고 있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의 법적, 재정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처럼 주민 반발이 큰 상황에서는 통합 추진만 밀어부치기보다는 공론화와 인센티브 확대를 먼저 하는 노력이 우선일 수도 있다. ‘전남·광주 통합특례법’에서처럼 과도한 요구가 특례쟁탈전으로 비화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자치권 범위를 넘어서는 초헌법적 요구는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도시공학전공인 전북 출신의 서울시립대 정석(鄭石) 교수는 “통합이 어렵다면 연합부터 해보라”고 제안한다. 전주와 완주는 생활, 경제권이 이미 깊이 겹쳐 있다. 꼭 행정구역을 합치지 않더라도 교통과 문화,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가용보다 더 빠른 BRT(간선급행버스체계) 확충, 지간선 버스 노선 개편 통합, 전주시 체육·문화예술시설과 의료시설의 완주 주민 개방, 택시사업구역 통합 등이다. 이런 실질적 연합 경험은 주민들에게 통합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98년 여수·여천시·여천군(3여)의 통합은 주민들의 자발적 발의와 충분한 논의 끝에 성공했지만, 대구·경북과 목포·무안의 통합은 충분한 설득이 부족해 실패로 기록됐다. 전주·완주 통합이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통합이 ‘수술’이라면 연합은 ‘시술’이다. 수술이 위험할 때는 시술부터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역을 살리는 길은 행정구역을 억지로 지우는 데에만 있지 않다. 교통, 경제, 복지, 문화, 정책의 연결을 통해 자연스레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이는 데에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충북 증평, 진천, 괴산,음성의 ‘중부 4군’과 전남 강진,해남, 영암의 ‘강해영’은 연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전주와 완주. 지금은 연합이라는 우회로가 통합으로 가는 현실적 길일지도 모른다. 당장 결혼이 어렵다면 연애부터, 동거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게 있다. “완주 쪽이 통합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완주는 작년 말로 인구가 10만명을 넘기면서 정읍을 제치고 인구 4위가 됐고 지금도 전북 14개 시군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의회 의원수는 정읍이 17명, 완주는 11명이다. 불만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지만 그 전에 전북도에서부터 완주에 어떤 유인책과 장려혜택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전주, 완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이 애면글면 애쓰고 있는 만큼 결국에는 잘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좀 미워보이더라도 완주를 잘 안고 가야 한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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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1 18:26

[타향에서] 관광 전주, 경주에서 배워라

얼마 전 경주를 여행하며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화려한 유적의 규모가 아니었다. 시티 관광버스 안내원의 태도와 열정이었다. 그는 단순히 정해진 멘트를 읽는 가이드가 아니었다. 경주의 지리와 역사, 통일신라의 형성과 쇠락, 왕릉 하나하나의 의미를 마치 고등학교 역사 교사, 아니 그 이상의 전문성을 지닌 사람처럼 풀어냈다.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고, 버스 안은 짧은 이동 시간에도 유쾌한 역사 교실이 되었다. 설명이 끝날 때마다 감탄이 흘러나왔고, 일부 관광객은 “이런 안내라면 다시 경주에 오고 싶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관광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의 품격이 완성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한 순간이었다. 경주는 면적이 넓고 자원이 많은 도시다. 서울의 두 배에 이르는 공간, 전주보다 훨씬 큰 도시 규모는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관광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불국사 인근의 오래된 숙박시설이 문을 닫는 현실 속에서도 경주는 멈추지 않고 관광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석굴암과 다보탑, 왕릉과 고분군에 현대 조명 기술과 디지털 해설을 접목해 과거를 현재의 체험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첨성대는 그 상징성을 새롭게 해석한 대표 사례다. 매우 단순하고 자그마한 구조물이지만, 여기에 AI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를 입혀 야간 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낮에 보는 유적이 지식이라면 밤에 만나는 첨성대는 감동이다. 경주는 역사를 박제하지 않고 살아 있는 콘텐츠로 되살려 세대와 국경을 넘어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것이 관광 도시가 갖춰야 할 시대 감각이다. 전라북도는 어떤가. 우리는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강력한 상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전주 시티 관광’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전북의 역사와 문화는 전주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김제의 지평선과 농경문화, 익산의 백제 유산, 완주의 자연과 생태, 임실의 치즈 산업과 생활문화는 모두 전주와 연결된 자산이다. 여기에 전주와 김제 사이의 모악산을 비롯한 크고 작은 명산, 금산사를 중심으로 한 불교 문화, 모악산 일대에 공존하는 기독교와 천주교 유산, 증산도와 동학 전통까지 더해지면 이 지역은 대한민국 영성 철학의 보고라 할 만하다. 이 보석들을 하나의 서사로 엮지 못한 것이 우리의 한계였다. 이제 필요한 것은 통합 전주 마케팅, 더 나아가 통합 전북 관광 전략이다. 관광은 점이 아니라 선이고, 선이 이어져야 길이 된다. 길이 만들어질 때 체류 시간이 늘고 지역 경제도 살아난다. 특히 익산·김제·정읍·전주를 잇는 KTX 접근성은 젊은 MZ 세대를 야간 관광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결정적 기반이다. 여기에 AI 기술과 글로컬라이제이션의 관점이 더해져야 한다. 지역의 이야기를 세계인이 이해할 언어로 풀어내는 상상력, 과거를 현재의 체험으로 바꾸는 기술이 필요하다. 나아가 익산의 백제 문화유산과 전주의 후백제 역사 스토리를 결합한다면 전주는 단순히 조선시대의 역사 도시에 머무르지 않는다. 삼국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반도 정신문화의 흐름을 보여 주는 상징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관광은 풍경을 소비하는 산업이 아니라 시간을 여행하게 하는 산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다. 전북은 자원이 없어서 뒤처진 곳이 아니다. 스스로를 작게 보는 마음이 발목을 잡아 왔다. 경주가 보여 준 자긍심과 준비된 사람의 힘을 전주와 전북은 겸허히 배워야 한다. 관광은 지역의 얼굴이다. 그 얼굴에 자신감과 품격이 담길 때 사람은 다시 그곳을 찾는다.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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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4 18:46

[타향에서] 환율(換率)의 관계경영학(關係經營學)

지난 12월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이 1439.5원에 마감됐다. 연말 기준 연평균 환율이 142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이라 염려가 된다. 연중 상당 기간 원화 약세가 지속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2월 23일 장중 1484.2원까지 올랐는데 4월 9일 장중 1487.6원까지 오른 이후 가장 높다. 이후 외환 당국은 기업과 금융회사의 새해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되는 연말 종가를 1480원 이하로 낮추는 관리에 들어간 이후의 결과다. 환율은 외국 돈과 우리 돈을 바꾸는 비율이다. 돈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다.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외국돈 교환 시 우리 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우리 돈 가치가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같은 액수의 외국돈을 바꿀 때 우리 돈을 덜 내는 것이다. 덜 내는 만큼 우리 돈 가치가 오른 것이다. 환율이 1400원일 때 1달러짜리 물건을 1400원에 살 수 있었는데, 환율이 1480원이면, 1480원을 주고 사야 한다. 80원만큼 우리 돈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우리는 자원 빈국이다. 많은 양의 자원을 수입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외국 여행할 때도 돈이 더 든다. 환율이 오르면 일반 국민은 손해고 수출업체는 이득이 된다. 환율은 왜 오르내릴까? 외환시장에서 팔 사람과 살 사람의 균형점에서 환율이 결정되는데 팔 사람이 많고 살 사람이 적으면 내리고 팔 사람이 적고 살 사람이 많으면 오른다. 달러가 들어오면 우리 돈으로 바꾼다. 환율이 오를 것이라 기대되면 팔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면 외국의 투자가들은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본을 빼내 갈 것이다. 그러면 달러 수요가 많아져 환율이 오르는 것이다.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경제가 견실하면 환율이 떨어져 자국 화폐의 가치가 오른다. 최근 정부가 환율이 오른 것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나 국민연금에 책임을 돌린 적이 있고 수출기업에도 보유 달러를 매각하라고 했다. 물론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경제 기반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됐고,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의 늪에 빠져들었다고도 한다.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외국의 자본이 유입되도록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는 요인들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런데 근래에 보면 경제활동을 옥죄는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다. 상법 개정, 주 4.5일제 도입, 노란봉투법 제정, 주 52시간 근무제 경직적 적용 등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입법이 최근에 많아졌다. 앞으로 기업의 구조조정 실행, 노동의 유연성 유지, 기타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환율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는 생물이다. 인위적으로 자꾸 손을 대면 시들어간다. 시장에 맡기자. 국가는 기업활동을 조장하는 환경을 만들고 기업이 성과를 내면 그 과실에 대한 조세를 징수하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외화가 유입되면 환율은 떨어지게 돼 있다. 인기 영합 정치 논리로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거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정책 입안자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황의영 박사는 농협중앙회 상무·NH(농협)무역 대표이사, 신용회복위원회 이사·융자위원을 역임했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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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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