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04 05:42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목대] 녹색도시 가꾸기

여름을 훌쩍 넘긴 지난달 중순, 낮 최고기온이 28∼29도까지 치솟는등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전주의 최고기온은 항상 전국 최고 였다. 전주지역의 이같은 무더위는 도시지역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에서 냬뿜는 열기로 인해 도심의 온도가 외곽지역 보다 2∼5도 높아지는 ‘열섬현상’ 때문이다. 특히 전주의 경우 전주천과 삼천변을 끼고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바람길을 막으면서 더욱 확실하게 나타난다. 지난주 전북지역 환경기술개발센터 주최로 열린 ‘열섬현상 저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전북대 황지욱교수팀의 실험결과는 이같은 현상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주었다. 교내 내풍연구실에서 전주지역 대지모형을 만들어 대로변 15개 지점을 대상으로 풍향과 풍속변화를 측정한 결과 대부분 측정지점에서 풍향각에 따라 최대 50∼80% 풍속 감속현상을 밝혀낸 것이다. 열섬현상을 저감시키기 위해서는 차량운행및 에너지 사용을 제한해야 하지만 이에대한 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적절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안이 도시 녹지공간의 확대다. 실제 도시 녹지비율이 10% 정도 증가하면 기온은 0.9도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한때 전주와 함께 무더위 도시로 알려진 대구시는 도심녹화와 하천정비 사업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서 점진적으로 도심온도가 낮아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대구시는 지난 1995년 부터 올해까지 11년간에 걸쳐 시가지 곳곳에 1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97년 부터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에 연중 일정량의 유지수를 흘려보내고 있다. 하천 수분증발을 통해 열기를 낮추는 효과를 본 것이다.도시 녹지는 이같은 온도 조절 기능외에 도시민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휴식, 산책공간을 제공해주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 마침 전주시가 내년부터 오는 2010년 까지 16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관내에 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푸른도시 가꾸기 사업’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 사업은 행정기관만의 일은 아니다. 숲이 주는 혜택은 시민들에 고루 돌아가기 때문이다. 마당이나 주변 노는 땅에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어 회색도시를 푸른 숲으로 단장된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 나가는데 힘을 합해야 한다. 각급 기관에서도 담장을 없애고 옥상을 녹지화하는등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1.02 23:02

[오목대] 메세나와 예향

예술 후원자를 가리키는 메세나(Mecenat)는 고대 로마의 재상 가이우스 마에케나스(Caius Cilinius Maecenas)의 이름에서 연유한 프랑스어다.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마에케나스는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의 문인들을 도운돈 많은 후원자였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총애하는 재상이기도 했다. 그는 문화예술 지원과 운동에 헌신함으로써 로마의 예술 부흥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메세나는 기업이 예술·문화·과학에 대한 후원과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메세나운동은 미국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 활발하다. 기업들이 박물관, 미술관 건립이나 각종 문화행사에 지원하고 있고 중소기업도 적극 참여한다. 에펠탑의 휘황찬란한 조명장치는 원자력발전 관련 사업을 하는 프랑스 대기업 EDF가 공해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문화유산에 무료설치하는 이른바 메세나운동의 일환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메세나 천국’ 미국에선 지난 67년 록펠러재단 주도로 기업예술지원회가 창립됐고 거액이 쾌척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통해 이미지를 바꾼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다. 각종 기업의 문화후원을 통해 '철(鐵)'이 주는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따뜻한 문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 광양 등 기업이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음악회, 찾아가는 캠퍼스 메세나, 포괄적 문화 후원을 통해 문화경영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은 기업지명도와 이미지 향상도 노리고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측면 때문에 문화 예술활동에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한해동안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액은 1,800억원 규모다. 2003년 1,517억, 2004년에는 1,710억원이었다. 그런데 도내에선 우진건설이 우진문화재단, 옥성건설이 옥성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고작이다. 전북에 본사를 둔 10대기업이나 타지역에 본사를 둔 전북 연고 기업은 많은데 문화예술 지원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한다. 투자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도 말이다. 의식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돈이 없어서인가. 맛, 멋, 소리의 고장이자 예향 전북의 이름이 부끄럽다. 이젠 문화예술 분야마저 부흥은 커녕 뒷걸음질치는 게 아닌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1.01 23:02

[오목대] 논술 유감

천의무봉(天衣無縫). ‘표준국어대사전’에 천사의 옷은 꿰맨 흔적이 없다는 뜻으로,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함을 이르는 말이다. <태평광기>의 곽한(郭翰)의 이야기에서 유래하며 주고 시가(詩歌)나 문장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자연스러움으로 따지자면 글에서만 찾을 일이 아니다. 말에서도 자연스러움이 그 전달력을 더욱 높이기 마련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으로 기억에 남는 사람은 한국의 1세대 여행가인 김찬삼씨이다. 그는 1959년에 세계여행을 시작한 이후 지구 32바퀴 정도의 여행을 하면서 세계 곳곳의 삶과 문화를 우리들에게 전해 주었다. 그는 세계일주여행 세 번, 테마여행 스무 번 등을 통해서 160여개 나라의 일 천여 도시에 대한 견문을 <세계일주여행기> <끝없는 여로> <세계의 나그네>등의 기록으로 남겼다.그는 세계를 돌면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며 토박이들과 대화를 하였지만 그래도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면 그냥 한국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사용할 때 표정이나 몸짓이 가장 자연스러워서 그의 생각이 비교적 쉽게 상대방에 게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경험은 외국을 여행한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된다. 약간의 예외들이 있기는 하지만 표정이나 몸짓이 국적을 불문하고 그 속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이유도 표정도 몸짓의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이제는 우리 사회도 제법 여러 방면에서 이러한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사진기를 들이대면 아직도 부동자세를 취하면서 표정이 굳어지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심하지는 않다고 본다. 예전에 본 외국영화 속 내용 중에 가족들을 찍은 활동사진을 돌려 보면서 회상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당시로서는 그런 첨단장비를 개인이 가지고 있다는 점과 배우도 아닌 평범한 가족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기만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별 일도 아닌데 말이다.최근 이어령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요즘의 서울대 논술시험을 통과할 자신이 없다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김찬삼 교수와 외국영화 속의 장면이 떠오른 것은 아직도 여전한 획일화된 글쓰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31 23:02

[오목대] 춤추는 아파트 값

8.31대책의 영향으로 잠시 주춤하던 아파트값이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또 꿈틀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오른 것도 턱없이 오른 것 같은데 대체 얼마나 더 오르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핵폭탄보다 무서운 세금으로 잡겠다는 데도 끄떡도 하지 않고, 공급량을 대폭 늘려 수요를 충족시켜주겠다는 데도 되레 값이 오른다니 거 참 묘한 일이다. 이쯤되면 정부도 차라리 두손 놓고 구경이나 하는 편이 욕 덜 얻어먹지 않겠나 싶다.핑계 없는 무덤 없다듯이 아파트값이 뛰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땅값 건축자재값이 올랐다, 친환경적으로 설계를 했다, 고급 마감재로 차별화를 했다 등등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새로짓는 아파트는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다. 게다가 이름 좀 있다는 중앙업체들이 분양만 했다 하면 싸다 비싸다 따지지 않고 빚을 내서라도 너도나도 덤벼드니 아파트값이 뛰지 않고 배길 수가 없는 것이다.고가 아파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나 투자자들 상당 수는 '나는 특별한 계층'이라는 과시욕이나 '비싼 아파트가 이득을 더 남길 수 있다'는 투기심리에 함몰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도저히 정상가라고 믿기 어려운 고분양가에 그토록 청약자가 몰릴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지역 경제력을 고려할 때 그 많은 청약자들이 어디서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근래 10년동안 신축아파트 분양가는 최대 3배 가까이나 급등했다. 경제성장률의 4배, 도시근로자가구 가처분소득의 4배 수준에 달한다. 보다 못한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압박을 가해보지만 주택건설업체들은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된다며 꿈적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느 물건이 완제품도 나오기 전에 미리 돈부터 받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이라도 해야 할텐데 그 대목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최근 LG경제연구소가 아파트값 붕괴 가능성에 대해 적색경보음을 발령했다. 이 연구소 김성식 연구원이 "현재 아파트시장은 마치 4~5년전 코스닥 투기열풍과 같은 머니게임을 연상시킨다"며 "요즘 아파트값 이상급등은 맹목적인 자기 실현적 기대심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거품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를 한 것이다. 경보발령 무시했다가 된서리 맞지말고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30 23:02

[오목대] 자장면 논란

즐겨먹는 음식에도 세대차가 있고 입맛도 세월따라 변한다지만, 자장면은 예외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모두가 즐겨먹는 대한민국 대표 외식 메뉴다. 그래서 문화관광부가 지난 7월 선정한 ‘우리 민족의 문화상징 100개’에도 당당히 뽑혔다. ‘중국에서 유래됐지만 가장 서민적이고 누구나 즐긴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에 있는 중국음식점은 약 13만 곳. 여기에서 하루 팔리는 자장면은 대략 700-800만 그릇. 하루매출만 200억 원이 넘는다.자장면은 한자로 작장면(炸醬麵)이라 쓰고 차오장면 또는 차오지앙미엔이라 읽는다. 백과사전에는 ‘돼지고기 양파 생강 등을 다져 중국된장과 함께 볶아 국수위에 얹은 한국요리’라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작(炸)은 ‘불에 튀긴다’, 장(醬)은 된장 등의 발효식품, 면(麵)은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뜻한다. 중국음식점에 흔히 붙어있는 ‘짜장면’은 잘못된 표현이다. 또 ‘짱깨’라는 말은 자장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를 나르는 철가방은 ‘신속함’의 대명사가 되었다. 중국의 베이징이나 톈진방면에서 만들어진 요리가 이와 비슷하나 맛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한국 자장면이 중국에 진출,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다.이런 자장면의 유래에는 정설이 없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면서 청국지계(淸國地界)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거주하는 부두노동자를 통해 퍼진 것으로 알려질 뿐이다. 특히 인천에 차이나타운이 조성되면서 한국에 정착한 화교들이 이 음식에 야채와 고기를 넣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자장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식으로 자장면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1905년에 개업한 공화춘(共和春)이라는 중국집이 처음이다. 2층 건물로 세워진 이 집을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 관리차원에서 등록문화재 246호로 지정했다. 인천시는 이를 매입, 자장면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자장면이 최근 난데없이 화학조미료 논쟁에 휩싸였다. L-글루타민산나트륨(일명 MSG)이 과다하게 들어있다는 것이다. MBC ‘불만제로’라는 프로에 따르면 서울시내 중국집 10곳을 조사한 결과 자장면 1그릇(700g)에 적게는 4g, 많게는 22g의 조미료가 들어있었다. 이에 대해 중식업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자장면의 질이 더 나아지는 기회였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27 23:02

[오목대] 투표 인센티브제

‘인센티브(incentive)’의 사전적 의미는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행하는 자극 특히 종업원의 근로의욕이나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높이는 각종 포상이나 헤택’을 말한다. 다시말해 경제적 보상 등의 동기를 주어 최대 성과를 거두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생산성 향상을 통해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와 맞기 때문에 기업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밖에 개인성적이 선수수입과 직결되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팀 성적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구단측이 선수들과 은밀하게 이 제도를 애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업이나 스포츠계에서 통용되던 인센티브제도가 최근들어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투표에 까지 이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찬반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는 어제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투표율 제고를 위해 지역별로 투표인센티브제를 실시했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선거구내 백화점이나 극장, 농협마트를 이용할 경우 할인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또 투표율이 가장 높은 동네에는 추가 혜택을 주고, 최다투표 가족에게는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과거 재·보선때 지역선관위가 선거참여 독려를 위해 투표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한 사례는 있지만 투표자 전원에게 혜택을 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선관위의 이 제도채택은 재·보선때 마다 나타나는 20%대의 저조한 투표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려는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투표율 20∼30%의 선거에서 50% 과반 득표로 당선되어도 전체로 볼때는 10%대의 지지 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낮은 투표율로는 당선자의 대표성을 인정받기 힘들며 나아가 선거제도 자체가 위협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우선 국민이 가진 신성한 주권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이다.게다가 투표거부도 일종의 의사표현인데 인위적으로 투표율을 끌어올리면 선거의 근본취지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의 시행도 논란거리이다. 이번 투표 인센티브제의 성공여부 판단은 전문가들의 몫이지만 잠정 투표율로 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제도 시행을 거울삼아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합당한 방법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26 23:02

[오목대] 시범라운딩 그린피

골프는 이제 웬만한 모임에서는 주요 화젯거리로 등장할 만큼 대중화되고 있다. 골프인구가 400만명에 이른다. 세계 골프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거의 실시간으로 안방에 전달되고, 공중파 방송까지도 생중계를 하는 판이다. 최경주와 허석호, 김미현 박지은 이미나 장정 한희원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골프스타들도 골프대중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골프 시장규모도 엄청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국내 골프 관련 시장을 7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250여개 골프장이 영업중이며 연간 내장객 수는 1,000만명을 넘는다. 그러나 골프환경은 70년대 수준이다. 골프장은 예나 지금이나 부킹 난에 시달린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린피(골프장이용료)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그린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한 회원권거래소가 한국, 미국, 일본, 태국 등 골프관련 산업이 활성화된 8개국을 대상으로 국민소득( GNP) 대비 그린피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미국에 비해 무려 11배나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기준 라운드당 평균 그린피가 한국은 154달러로 미국 평균치 43달러(50개주 평균)에 비해 4배가 비싸다. 국민소득 수준까지 감안하면 최고 11배에 이른다. 일본보다도 4배나 높다. 임실의 전주샹그릴라 골프장(27홀) 시범라운딩 그린피('주중 11만원, 주말 14만원')가 턱없이 높다는 비판이 드세다. 정식 개장도 하지 않고 시범라운딩하는 골프장이 취·등록세 등 수십억원의 세금을 내고 정식 개장한 다른 골프장과 똑같은 그린피를 받고 있으니 저항이 크다. 전북도는 그린피 인하권고가 묵살되자 지난 23일 오너를 불러 그린피 산출근거를 따지려 했으나 골프장측은 “당분간 인하계획이 없다”는 공문을 보내 맞서고 있다. 그린피를 높여도 골프칠 사람은 많고, 제재를 받아봐야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는 속셈이 깔려있다. 시범라운딩은 정식 영업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과 카트료를 제외한 다른 요금은 받을 수 없다. 실비 정도를 받는 게 관례다. 그런데도 터무니없이 높은 그린피를 받고 있으니 보통 배짱이 아니다. 업체도 이젠 돈만 생각할 게 아니라 골프대중화에 걸맞는, 수준높은 영업행태를 보였으면 한다. 고객은 봉이 아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25 23:02

[오목대] 기록문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검사를 하다 보면 각각의 성격유형에 따라 그 특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같은 크기의 종이에 글을 쓰지만 그 내용에서부터 글자의 크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유형들을 보면서 유달리 기록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그 성격에서 발원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록문화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대표적인 기록물로는 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승정원일기’를 들 수 있다. 2억4천만 자가 3,245권에 담긴 승정원일기는 4천7백만 자, 1,893권에 이르는 조선왕조실록보다 5배나 더많은 분량이다. 이만하면 우리 조상들의 기록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도하다. 이러한 기록물은 왕이라 하더라도 열람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여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노력이 가져온 결실이다.이러한 방대한 기록은 기록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승정원일기는 왕명의 출납과 행정사무 그리고 의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기록된 내용은 훗날의 전범으로 활용되있기 때문이다. 양적으로 풍부할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보존하고 참고할 가치가 컸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조정에서 국사를 논하는 과정과 내용을 최대한 기록하던 전통은 한일합방을 기점으로 사라지게 된다. 일제 치하에서 기록될 문헌뿐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국정에 대한 기록은 부실하기만 하였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구두보고를 받고 자료는 파기토록 했으며 이후의 정권에서도 국정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 정권이 기록물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유는 기록문화에 대한 무지(無知)와 더불어 통치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한 몫을 했기 때문이다. 통치 기록물의 부재는 집권층 스스로도 통치행위가 떳떳하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최규하 전대통령이 세상을 떴다. 10.26 이후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대통령직을 스스로 물러났고 당시 전두환 합수부장이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것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신군부가 어떠한 일을 꾸몄는지에 대해서 최 전 대통령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평소 꼼꼼한 기록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하니 유품정리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24 23:02

[오목대] 직장상사

올 추석을 앞두고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선물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직장인들이 부모님에게는 10만원대 직장상사에게는 20만원대의 선물을 할 계획이라고 응답을 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직장상사 섬기는 만큼만 부모님을 모신다면 효자상 못받을 사람이 없다고들 하는데 이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던 것 같다.단순비교를 할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사실 직장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정 못지않은 또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시켜줌으로써 가정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고, 자아실현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줌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어찌 직장을 가볍게 여길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뿐만 아니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한번 스치는 인연도 전생에 천겁의 연이 쌓여야 한다는데,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온종일 마주보며 살아야 하니 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들인가. 따지고 보면 저녁 몇 시간 함께 지내는 가족이나 멀리 떨어져 사는 형제들보다 같은 직장 사람들과의 인연이 더 질기고 소중한 인연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생존을 위해 공동의 목표점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 직장인데 직장의 중요성을 더 강조해서 무엇하겠는가.한데 이 직장이라는 곳이 참으로 얄궂은 구석이 있다. 모두 같은 목적으로 한 배를 타고 항해를 하면서도 티격태격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동료간에 선후배간에 상사와 부하직원간에 충돌이 생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상사와 부하직원의 갈등관계다. '더럽고 치사해서 못해먹겠다'며 직장 때려치우는 사람 대다수가 '꼴보기 싫은 상사 때문이었다'는 여론조사기관의 통계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쌍용그룹 사외보 편집장인 이의용씨가 펴낸 '좋은리더가 되는 212가지 노하우'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리더의 유형은 크게 4가지, 똑똑하고 게으른 '똑게형' 똑똑하고 부지런한 '똑부형' 멍청하고 부지런한 '멍부형' 멍청하고 게으른 '멍게형'이 있는데 이 중 똑게형이 최고의 리더, 멍부형이 최악의 리더다". 이미 회자됐던 이야기지만 곱씹을수록 맛이 있어 다시 한번 옮겨보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23 23:02

[오목대] 문학대 이전

전주 서부 신시가지내 문학대(文學臺·지방기념물 24호)가 이전한다. 도시개발로 인근에 아파트와 단독주택지가 들어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다. 전북도청과 전북지방경찰청사가 빤히 들여다 보이는 낮으막한 산 위에 자리잡은 문학대는 고려 공민왕때 황강(黃岡) 이문정(李文挺)이 낙향하여 만년을 보낸 곳이다. 효자동 3가인 이곳은 얼마전까지 완주군 마전(馬田)마을이었다. 문학대는 그가 정당문학(政堂文學)이라는 관직을 지낸데서 연유한 것. 이 벼슬은 고려와 조선시대 국가 행정을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고려 때는 종2품, 조선 시대는 정2품으로 여말 선초 정몽주와 권근 등이 그 자리에 있었다.기록에 의하면 이문정은 경사(經史)에 박통하고 문장에 능했으며 정주학(程朱學)에 밝은 학자였다. 또 고려말 조정이 숭불억유(崇佛抑儒)정책으로 학교를 폐하고 윤리와 기강이 문란하게 되자 상소를 올려 이를 바로 잡았다고 한다. 문학대는 임진왜란때 훼손되어 집터만 남아 있던 것을 순조때인 1824년 후손들이 중건했다. 바로 인근에는 그를 모시는 황강서원이 남아 있다. 원래 이 서원은 곤지산 아래 있었다. 1869년 고종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헐렸던 것을 1898년 황방산 아래 유허지에 옮겨 지었다. 황강서원에는 이문정 뿐 아니라 그의 손자로 조선왕조의 개국공신이었던 이백유와 그의 종손인 이경동, 그리고 이목 이덕린 유인홍 강해우 등을 배향하고 있다. 조선 성종때 대사헌과 예조참판을 지낸 추탄(楸灘) 이경동은 문장이 뛰어 났으며 퇴직후 전주에 내려와 추천(楸川)에 낚시를 드리우며 만년을 보냈다. 추천대(지정문화재 이외의 문화재 8호)는 1947년 그의 후손들이 그를 기려 세운 정자다. 전주시는 이같은 역사를 드리운 문학대를 황방산 아래 근린공원으로 이전 복원키로 했다.이와 함께 이전 논란에 휩싸인 것이 문학대 바로 아래서 발굴된 삼국시대 유물. 신축중인 현대와 호반아파트 중간지점 도로부지에서 발굴된 5기의 고분과 이곳에서 출토된 토기와 철기, 옥류를 어디로 옮기느냐 하는 것이다. 이 고분은 전주에서 발굴된 유일한 삼국시대 것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전주시와 중앙문화재위원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자에 올라 시를 짓고, 낚시를 드리우던 곳이 도심이 되어 버렸다. 상전벽해런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20 23:02

[오목대] 발효식품엑스포

올해 3월 미국의 건강전문지 월간 ‘헬스’는 건강에 좋은 세계 5대음식을 소개했다.한국의 김치와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거트, 인도의 말린 콩인 렌틸, 일본의 발효 콩이 선정된 식품이다. 우리의 김치를 비롯 요거트, 발효 콩이 모두 발효식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여기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서양인들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며 애용하는 포도주와 치즈도 모두 포도와 우유를 발효시킨 식품이다. 발효식품은 천연재료에 미생물 혹은 효소를 작용시켜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원재료에 없던 새로운 영양성분뿐 아니라 건강 기능성물질 까지 만들어진 먹거리이다.김치에서 항암성분이, 장류(醬類)에서 순환기계질환 억제 성분이 발견되고, 요구르트등에 의한 정장작용등이 밝혀진 것은 발효식품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기에 충분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발효식품은 그 맛을 아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특유의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김치없는 한국인의 음식상을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양인의 식탁에서 치즈를 빠트릴 수 없다. 운좋게도 우리 국민은 간장, 된장, 김치, 젓갈등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수한 발효식품이 많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전통식단으로만 차려먹어도 저절로 웰빙하는 셈이다. 특히 전북은 전통 발효식품의 본고장으로 불릴만 하다. 채소와 발효식품의 융합식품인 전주비빔밥을 비롯 순창 고추장, 부안 젓갈, 각종 절임 식품류는 대대로 내려온 전통기법으로 만들어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양의 발효식품인 치즈가 임실에서 생산된 제품이 최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전통 발효식품의 본고장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전주에서 매년 개최하는 국제발효식품 엑스포가 오늘부터 23일까지 월드컵경기장 일원에서 열린다. 4회째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전세계 14개국에서 270개 업체를 비롯 국내 많은 업체가 참가한다. 지난해의 2배가 넘는 110여명의 해외 바이어 참여가 예상되는등 국제행사로서의 위상과 규모도 점차 갖춰가는 느낌이다. 전북도는 식품가공산업을 FTA에 대비한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지역특성을 살려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복안이다. 이번 엑스포가 전북 농업을 살리는 대안을 찾는 자리로 기능하길 기대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19 23:02

[오목대] '징게 맹게 외에밋들'

“…걸어도 걸어도 끝도 한정도 없이 펼쳐져 있는 들판을 걷기에 지쳐 있었다.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디나 넓은 들녘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벌판은 ‘징게 맹게 외에밋들’이라고 불리는 김제 만경평야로 …. 호남평야 안에서도 김제 만경 벌은 특히나 막히는 것 없이 탁 트여서 한반도 땅에서는 유일하게 지평선을 이루어 내고 있는 곳이었다” 왜놈 돈 20원 받아먹고 팔려나갈 신세에 처한 김제 죽산의 방영근과 그 어미 등이 목적지인 군산으로 가던 도중의 금만평야를 작가 조정래는 소설 '아리랑'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징게 맹게는 김제 만경의 사투리 발음이고 ‘외에밋들’이란 이 배미 저 배미 할 것 없이 모두 한 배미로 연결돼 있어 그만큼 넓다는 뜻이다. ‘외에밋들’로 표현될 만큼 넓디 넓은 금만평야는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가득 찬 공간이다. 이 곳 들녘에 아스람히 펼쳐진 지평선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하늘과 땅, 사람을 연결짓는 고리의 선이다. 방영근이 어미와 함께 걸었던, 들판 속의 신작로는 군산항처럼 이 들판에서 생산된 쌀을 실어나르기 위한 수단이었다. 소설 ‘아리랑’ 은 금만평야를 배경으로 암울했던 격동기의 민초들이 겪는 고초와 민족적 상황, 일제의 수탈과 착취, 그리고 반민족적 행위를 일삼은 친일파들의 실상, 자신과 가족을 내던진 애국지사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2003년 ‘아리랑’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관한 아리랑문학관(김제시 부량면 용성리)이 ‘문학을 통한 역사의 조망’을 주제로 오는 29일까지 특별전시를 열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 김제시 등이 주최한 ‘징게 맹게 외에밋들’ 전(展)이 그것인데, 역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한 민초들의 고난과 좌절, 눈물겨운 투쟁의 과정이 담겨있다. 외에밋들의 한복판인 죽산면사무소∼성덕면 남포∼광활면에 이르는 코스모스 길은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쬐는 청명한 가을날, 일제시대엔 쌀을 실어나르는 신작로였을 이 코스모스길을 따라 황금빛 ‘징게맹게 외에밋들’을 경험하고, 특별전시전도 관람하면서 지난 시기의 아픈 역사를 반추해 보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18 23:02

[오목대] 한중교류 단상

중국 남서부 양쯔강 상류에 위치한 성으로 양쯔강, 민장강, 튀장강, 자링강이 성내를 흐른다. 인구가 일 억이 넘는다고 현지인들은 주장하지만 공식적인 인구는 줄어들고 있어서 타지역으로의 인구 유출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지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농업식량 생산량과 쌀 생산량 모두 전국 제1위이고 중국 동북지역이 산업지역으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개발으 속도가 더딘 지역이 또한 이 곳이다.문화혁명으로 다른 도시들은 유적과 유물 등을 찾아 보기 어려워졌지만 이 지역에는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유비보다 제갈량(諸葛亮)을 중시하는 무후사(武侯祠)와 두보초당(杜甫草堂) 그리고 망강루(望江褸) 등이 도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산동성 제남이나 하남성 정주 등의 도심에는 역사적인 사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역사적으로는 삼국시대 유비가 촉한을 통일한 지역이며 당(唐)의 현종(玄宗)은 안사의 난 때에 이 성의 도읍지로 피신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수당(隨唐) 시대 때는 창안(長安), 양저우(揚州), 둔황(敦惶)과 같이 4대 도시이기도 했다.이 도시 이름은 성도라고 흔히 읽게 되는 청두(成都)이다. 물론 이 청두가 도읍지인 이 성은 네 강이 성내를 흐른다 하여 붙여진 쓰촨(四川)성이다. 이 성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전라북도와 흡사한 면이 많다. 역사적인 배경이 있으며 농업이 주된 산업이면서 개발에서는 다른 시도에 비해 더디다는 점 등이 공통점이다. 이 성의 동부는 쓰촨 분지(四川盆地)라고 부르는데 주변에 3,000여 미터의 산들로 둘러 사여 있는 청두 평원이 있다. 이 평원에는 마치 김제의 벽골제처럼 아주 오래된 관개시설인 두장언(都江堰)이 있는데 지금은 관광지로도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기도 하다. 이 두장언에서 30여 분 거리에는 도교의 시원(始原)지역이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천성산이 있다. 청두에서 오 백여 킬로미터 떨어진 구채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쓰촨성 청두에는 우리 교민이 약 천여 명 살고 있다. 대다수가 유학생이거나 상사 주재원과 그 가족들이다. 잠시 머물 곳으로 생각하는 다수 교민과 달리 현지인과 결혼하여 그곳에 정착하는 교민들도 있다. 이들과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한중교류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17 23:02

[오목대] 전주경전철 용역

공공기관이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할 때 용역을 실시하는 것은 정해진 절차나 다름없다. 사업의 타당성조사에서부터 실시설계까지 정확한 자료가 만들어져야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심이 너무 지나쳐 이중삼중으로 용역을 남발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일관성이 결여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더구나 보완용역이라면 몰라도 중복용역은 폐단이 더욱 크다. 유사한 성격의 용역을 겹치기로 하다보면 용역과 용역 간에 틀이 맞지 않아 이를 조정하는 용역을 다시 시행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항상 같을 수가 없을 뿐더러 전문가라고 해서 언제나 완벽한 답을 내놓을 수도 없다는 말이다.따라서 필요 이상으로 중복용역을 실시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혼란과 낭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동일 사안에 대해 반복해서 용역을 실시하는 것은 여러 모로 의혹을 자초할 공산마저 있다. 때문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의 용역에 되도록 많은 전문가를 참여시켜 단번에 완벽한 결과물을 얻어내야 한다. 그리고 한번 완성된 용역은 캐비닛 속에 처박아둘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시행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혈세를 낭비한 죄'를 면할 수가 있다.김완주 전 전주시장(현 전북지사)이 재임기간 중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경전철사업에 대해 후임 송하진 시장이 다시 추진여부를 판단할 용역을 발주해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주경전철사업은 지난 1999년 타당성조사를 시작으로 7년여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줄기차게 추진해 온 대형 교통망개선사업이다. 추진과정에서 찬반 양론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바람에 한국갤럽에 의뢰,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도 있다. 결과는 찬성 68%, 반대 28%였으나 운수업체와 시민단체는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곧바로 반발을 했다.건교부로부터 도시철도기본계획 승인까지 받아놓은 경전철사업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말못할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7년 동안이나 검토하고 또 검토해 온 사업인데 무엇을 또 검토할 것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새(新)용역을 실시해서 구(舊)용역을 갈아치우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16 23:02

[오목대] 추사특별전

세한도(歲寒圖)와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는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그림중 백미로 꼽힌다. 이들 그림은 물기가 적은 마른 붓과 먹을 아껴 쓰는 검묵(儉墨)을 통해 고졸(古拙)하고 간솔(簡率)한 문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두 그림 모두 학문과 예술, 서예와 그림이 하나임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하지만 두 그림은 대조적 배경을 갖는다. 하나는 추사가 벼랑끝에 선 것같은 어려운 시절에, 또 하나는 만년에 한가한 가운데서 그린 것이다. 국보 180호인 세한도는 58세이던 여름,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그렸다. 역관(譯官)이자 제자였던 이상적이 중국의 새로운 자료를 보내주자 그에 대한 감사의 답례로 그려서 보내 준것이다. 이 그림은 표제-화면-발문(跋文)의 세부분으로 나뉘어진다. 그림은 가로 69.2㎝, 세로 23㎝지만 청나라 문사(文士)들의 시문까지 포함하면 무려 14m에 이른다. 그림은 황량한 바닷가 허름한 초가집을 사이에 두고 낙랑장송이 의연하게 솟아있고 그 옆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고고하게 서 있는 게 전부다. 추사는 발문에서 논어의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를 인용해 그림의 취지를 설명한다. 권세를 잃고 귀양 온 자신의 자화상인 셈이다.반면 불이선란도는 추사가 북청 유배에서 풀려난 뒤 경기도 과천에 은거하면서 그린 그림이다. 난초가 적막한 산속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어, 여유있는 느낌을 준다. 걸림없고 허허로운 선사(禪師)를 연상시킨다. 본래 자신의 시동(侍童)에게 어느 날 우연히 손길가는대로 그려 주었던 소품이다. 발문이 4군데나 붙어있다.현재 전해지는 추사의 작품은 600여점. 이중 세한도는 최소 50억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그러나 추사는 ‘글이 글씨보다 낫다’는 정인보(鄭寅普)의 말처럼 서예가에 앞서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고 학자였다. 금석학과 경학 불학 등에 탁월한 저술을 남겼다. 일본학자 후지쓰카 아키나오(藤塚明直)는 “추사는 당시 중국과 조선을 통털어 최고의 지식인이자 예술가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올해는 그의 타계 150년이 되는 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 간송미술관, 과천시민회관, 삼성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에서 그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13 23:02

[오목대] 선택진료제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등에서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계산한 사람들 대부분은 불쾌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선택진료제’ 때문이다.‘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에 항의도 해보지만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울분으로 그치기 일쑤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때 도입된 선택진료제는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치료해줄 특정의사를 선택하고, 의료기관은 기준에 따라 별도의 비용을 추가 징수할 수 있게 한 제도다.그 이전까지 일부 국립대병원이 의사들의 임금 보전과 근무의욕을 높인다며 ‘특진’ 시스템을 운영하던 것을 보완한 셈이다.물론 선택진료는 전문의 취득후 10년 경과한 의사등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환자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들에게 진료의사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제도 도입 명분과 취지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의료기관들이 이 제도를 편법적으로 운영하면서 의료 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데 있다. 가장 흔한 피해사례가 선택진료에 대한 환자의 동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병원측이 선택진료비를 징수하는 경우다.실제 응급실을 찾는 경우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가족들은 병원측이 내미는 서류에 무심코 서명하기 마련이다. 또 일부 병원의 경우 특정 진료과에 선택진료 의사만 있어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여기에 선택진료를 하면 진찰비 이외에 검사료,마취료,수술비등에 까지 선택진료비가 부과된다.수익을 올리려는 병원들의 편법에 환자들만 ‘봉’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종합병원등 3차 의료기관은 우수한 시설과 양질의 의료인력을 갖추었다는 이유로 종별가산제를 통해 일반 병의원들 보다 높은 의료수가를 받고 있다.그런데도 선택진료제를 통해 환자가 본인 부담으로 별도의 가산금을 내는것은 2중부담의 불합리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선택진료제가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만 높인다는 비판에 따라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폐지를 요구해왔지만 병원계의 반대로 처리가 미뤄져 왔다.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제도 개선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수요자들의 불편이 뻔한데도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을 기대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12 23:02

[오목대] 과학의 모험

“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의 신이 되었다” 미국이 2차대전중 비밀리에 추진한 암호명 ‘맨해튼 계획’의 프로젝트 책임자인 오펜하이머(1904∼1967.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첫 원폭실험 현장에서 원자폭탄의 위력을 실감하고는 이같이 중얼거렸다.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핵폭탄 개발을 반대하던 과학자들을 연구소로 불러들이고 나치스에 쫒기던 유럽의 과학자들도 대거 참여시킨 게 그다. 4,500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매핸튼 계획'은 노벨상의 등용문이 됐다. 1945년 7월16일 뉴멕시코주 알라모고도에서 실시된 최초의 핵폭탄 실험을 보고는 네오 질라드(1898∼1964)도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질라드가 누구인가. 핵분열을 이용해 핵폭탄을 만들 수있다는 걸 누구보다 먼저 깨달은 사람이다. 그는 히틀러가 핵폭탄을 만든다면 유럽은 끝장이라고 생각하고 아인슈타인을 설득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핵폭탄 개발을 요구하는 편지를 쓰게 한 당사자 아니던가. 그런 그가 핵폭탄이 완성되고 난 후인 1945년 7월에는 핵폭탄을 실전에 사용치 말도록 대통령에게 진정서를 제출한다. 연쇄반응에 의한 핵분열의 파괴력과 향후 무서운 핵무기 경쟁을 예견한 것이었다. 우라늄, 플루토늄 등의 원자핵 분열에 의해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살상 또는 파괴 목적에 이용한 게 핵폭탄이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은 30여만명의 사상자를 냈다. 후유증으로 지금도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과학의 모험이 가져온 결과다. 북한이 이런 끔찍한 핵폭탄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에 이어 9번째다. 이들이 보유한 2만7,000기의 핵탄두가 지구를 덮고 있으니 끔찍한 일이다. 윈스턴 처칠이 인류 최초의 핵폭탄이 투하된 1945년 8월6일 말한 구절을 우리는 두고두고 새겨야 할 것 같다. “…인류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었던 자연의 비밀이 폭로된 것은 사물을 이해하는 인간 모두의 마음과 양심에 엄숙한 반성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들은 이 무서운 힘이 국가간의 평화에 공헌하고, 지구 전체에 파괴를 가져오지 않고 무궁한 번영의 자원이 되도록 진심으로 빌지 않으면 안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11 23:02

[오목대] 한글날의 모순

모순 하나, 중등교육에서 영어회화는 영어선생이 가르친다. 그런데 영미문학은 국어선생 몫이다. 이런 역할 분담이 이이러니컬한 이유는 이들 교사의 대학시절 교육과정에 있다. 영어 예비교사는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영어영문학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영미문학의 시와 소설 등을 중심으로 대학시절 교육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중등교육 현장에서 가르쳐야 할 영어교육의 내용은 시와 문학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영어회화 능력을 잣대 삼아 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는 안팎의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사가 된 다음부터는 영어회화 중심의 학습과정에 맞추어 가르칠 준비를 따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이들 영어교사가 맡아야 할 영미문학은 고스란히 국어교사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국어교사들이 대학 교육과정 중에서는 맛보기 정도에 그쳤던 영미문학의 내용을 마치 주전공인 양 가르쳐야 한다. 요즈음에는 대학 입시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논술까지는 국어교사의 몫이다. 하지만 국어교사 역시 사정은 영어교사와 비슷하다. 이들 영미문학과 논술 모두 대학 교육과정의 주된 내용으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이런 중등과 고등교육 현장의 괴리는 학원교육을 양산한다. 중등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일찌감치 서울 영등포 둥지의 학원가를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안다. 심지어 대학에서까지 이들 학원 강사를 데려다가 특강 자리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모순 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영어선생이 더 잘 하는 줄 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려면 의사소통이 가능하여야 하고 그런 사람은 영어선생이라는 논리이다. 이런 생각들을 한국어교육을 위해서 해외에 파견하는 교사와 교수의 전공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한국어교육이라는 전공이 학문분야로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해외파견 교수와 교사의 대다수는 국어교육 전공자가 아닌 영어 등의 외국어 전공자들이다.이들 외국어 전공자들이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이들에게 한국어교육을 잘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배우지 않은 내용들을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라는 환경 탓만 할때는 지났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10 23:02

[오목대] 황혼이혼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1999년)를 한두 해 앞둔 지난 1997년과 1998년,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문화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당시 76세와 71세였던 김창자, 이시형 할머니가 남편의 부당한 대우에 대항하여 이혼소송을 제기, 유교문화에 길들여진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것이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순종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 온 할머니들이 '불평등한 삶'을 거부하며 이혼소송까지 불사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그러나 법원은 "몸이 불편한 남편을 돕는 것은 아내의 도리" "지금까지 살았으니 해로하시라"는 등의 주문과 함께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까지 간 이 재판은 결국 1심판결대로 확정이 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성노인의 이혼할 권리'를 단순한 개인문제에서 사회문제, 나아가 여성인권문제로까지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할머니들의 반란'이라는 이 사상 첫 '노인이혼청구사건'은 오늘날 우리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온 동기를 제공했던 것이다. 그후 8~9년이 지난 요즘, 노인부부 이혼신청 건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이달 초 서울가정법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올 1~7월까지 이혼신청 건수는 혼인기간 26년 이상이 전체(2천58건)의 19%(391건)로 1~3년의 9.4%, 1년미만의 4.1%를 크게 앞질렀다. 결혼생활을 오래한 부부일수록 이해도가 높을 것이라는 일반의 상식을 여지없이 깨고 황혼이혼이 신혼이혼을 큰 폭으로 추월해버린 것이다. 아마 그동안 억눌러왔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일종의 용수철 현상은 아닌지 모르겠다.우리보다 살기가 좀 낫다는 일본에서는 벌써 10여년 전부터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남편 정년 때까지 기다렸다가 퇴직금 나꿔채 갈라서는 황혼이혼 이야기는 이제 이야기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한다. 일본 남성노인들의 신세가 얼마나 처량하면 은퇴한 50~60대 남편들을 구두 뒷굽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에 비유할까. 우리나라도 한가롭게 남의 나라 이야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진작부터 퇴직한 남편들이 이사갈 때 짐보다 먼저 올라탄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는 것을 보면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닌가 싶다. "할아버지들이여, 대체 무엇을 그리도 잘못하고 살았는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09 23:02

[오목대] 떡값의 사회학

요즘에야 떡이라는 먹거리가 별 게 아니지만 옛날 우리 전통사회에서 떡은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설령 특별한 날이라고 해도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하면 해먹을 수 없는 것이 떡이었다. 명절 때 모든 집에서 떡방아 찧는 소리가 요란한데 집안이 워낙 가난해 떡을 빚을 수 없는 아내의 상심을 달래려 거문고로 떡방아 소리를 냈다는 백결 선생의 이야기도 있다. 떡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그림의 떡’(畵中之餠)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차지할 수 없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는 말도 있다. 떡을 얻어먹는 것이 큰 횡재였기에 이런 말이 생겨났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는 말은 공연히 남의 일에 끼여들지 말고 네 잇속이나 차리라는 말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등의 말에 들어있는 떡은 횡재, 실속 또는 잇속을 의미한다. 근래에 와서 '떡값'이라는 묘한 말이 생겨났다. 떡값은 회사 등에서, 명절 때 직원들에게 주는 약간씩의 특별 수당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공사 입찰 등에서 입찰자끼리 담합하였을 때, 낙찰된 업자가 다른 업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약간씩의 돈도 떡값으로 부르고, 명절 때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뇌물조로 바치는 돈도 떡값으로 통한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보너스 성격의 돈이 사회적으로 활용되면서 엉뚱하게 뇌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 친지, 이웃, 동료 사이에 인지상정의 징표로 오가던 떡값이 뇌물로 변질되면서 잊을만 하면 ‘떡값사건’이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사회에서 상납하는 관행이 완주군에 이어 전남경찰청에서 또 적발됐다. 아무리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댓가를 바라지 않고 떡값을 줄리도 없거니와 떡값을 받은 사람 역시 나몰라라할 수도 없는 게 세상 이치 아닌가. 뇌물을 고리로 한 사슬이 형성되면 업무의 공정성과 조직의 질서를 해친다. 사적인 컨넥션이 공조직의 암적 인자가 되는 것이다. 보험성, 댓가성 떡값을 받아먹다간 떡치고 만다. 언젠가는 두고두고 후회하는 날이 오게 된다. 명절을 앞두고 떡의 의미, 떡값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6.10.04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