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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사고의 일방통행

김용옥

옛날식 말이 부쩍 떠오른다. ‘밥 먹고 할 일 없는 사람이 쓸모없이 노닥거린다.’는 말의 실태를 요즘 인터넷이나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

 

SNS에서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그곳에 화려하고 건조하게 만연하는 말과 영상의 덤핑을 보라. 오래 곱씹고 새기고 감동할 새도 없이 온갖 말과 갖가지 영상과 상황이 몰래 버린 오폐수처럼 흘러들어버린다. 며칠만 지나도 폐기물이 산더미로 쌓인다.

 

네이버는 정보의 바다라고 하던가. 이따금 찾아볼 때가 있다. 내가 익히 아는 것이 네이버 상에 틀린 경우와 아나마나한 것이 즐비함을 목격한다. 명색이 책을 발간하는 사람이 잘못된 네이버의 정보를 오자誤字나 오류정보까지 그대로 베껴먹은 경우도 발견한다. 그런데 누구나 과오를 저지르고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몰라서도 알아서도 야료를 눈감는 세상이다.

 

나는 편지를 대신하는 것 외엔, 기계치라는 핑계를 대고 쓸데없이 시간낭비 되는 일엔 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비밀스런 직업도 없고 그럴 정도의 위인이 아니나 내 신상명세가 요리조리 까발려지고, 머리나 가슴에 새길 것 없는 일회용 말에 놀아나는 것이 싫어서다. 또 내가 잘 아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를 잘 알고 있다는 건 감시받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첩보나 간첩 이야기에 넌더리나서인지도 모른다.

 

드디어 미국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인터넷과 E메일과 문자메시지가 감시사회를 가능케 함을 폭로하고 증명했다.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서 스노든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디지털혁명시대에 생활하는 현대인은, 자기도 모른 채 감시받는 수인囚人 또는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을 자각시킨 사건이다.

 

미래학자 니코 멜레의 말처럼 ‘디지털 농노’가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이미 현대경제의 노예로 살아 보았기 때문이다. 디지털기계는 멀리 있는 사람과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극히 개인이기주의자의 외로움을 방사하는 도구로 전락되고 있다. 자기는 자기인생극의 주인공인데, 관객이나 청자가 필요한 것이리라.

 

“미니홈피=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많다. 페이스북=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블로그=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인스타그람=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 카카오스토리=내자랑+애자랑+개자랑.” 이런 판이다. 말하자면 자기자랑이요 자기과시다. 자기 맘에 들지 않는 댓글이 달리면 즉시 설교나 폭언, 절교다. 정반합 모두 소통과 대화의 일면임을 모르는 것이다. 인간학이 없는 외로운 인간이 11억 명이란다.

 

허공에 떠서 시간을 말아먹는 이 디지털공간에선 예의와 인격은 깜깜하니, 서글프고 씁쓸하고 덧없다. 맘대로 남의 시간 빼앗으며 온갖 너스레를 보내놓고 자랑스러워한다.

 

직접 만나서 마음과 사랑을 말하고 정을 쌓는 대신에 여기저기서 주워 모은 말의 화살을 쏘아대며 요지경으로 노는 것이다. 허공의 벽에 대고 혼자 외치고 설치며 인정머리 없는 놀이를 하는 것이다.

 

△시인 겸 수필가 김용옥 씨는 1988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누구의 밥숟가락이냐〉, 수필집〈살아야 하는 슬픈 이유〉, 화시집'빛·마하·생성'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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