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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공장 옆 장수 반송마을 가보니] "텃밭 상추도 못먹어요"…모래 날림에 주민들 신음

창문 못 열고 농작물 피해…가림막도 형식적
뒷산엔 ‘도유림 숲길 ’조성, 탐방객 피해 우려

▲ 28일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에 위치한 레미콘 공장에서 모래 먼지가 발생하면서 인근 마을 주민들의 건강과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고 있다. 조현욱 기자

“바람이 불면 창문도 못 열어요.”

20여 년 전 들어설 당시 마을에 행여 보탬이 될까 주민들이 기대했던 레미콘 공장은 마을의 골칫거리가 돼 있었다. 공장내에 쌓아둔 모래더미의 모래는 고스란히 날리면서 25가구가 사는 이 작은 마을에 흩날렸고 주민들은 이에 따른 불편을 호소했다.

28일 오전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 반송마을. 70대 할머니가 300m가량 떨어진 마을 옆 야산 중턱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레미콘 공장이 쌓아둔 모래가 마치 작은 산처럼 보였다. 모래는 봉우리를 형성하는 듯했고, 희뿌연 가루가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그는 “작은 텃밭에 키운 상추도 공장에서 날아온 모래 때문에 먹기 힘들다”고 했다.

레미콘 공장 모래 더미 주변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산처럼 쌓인 모래와 비교해 가림막의 높이는 턱없이 낮았고, 일부 구간은 설치조차 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모래 더미를 향해 물이 뿌려졌지만, 모래 날림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반송마을 이장 오기석 씨(62)는 “바람이 불면, 창문이나 문을 여는것은 생각지도 못한다”며 “(공장에서)가림막을 설치했지만, 형식적이어서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취재 내내 모래 날림으로 인해 헛기침이 나왔다. 이로 인해 주차한 차량의 유리창과 휴대전화 액정에는 작은 모래 입자가 달라붙기까지 했다. 덤프차량이 쉴새 없이 다니는 탓에 마을 곳곳에서 날아온 모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주택은 창문이 닫혀 있었고, 마을 중심에 설치된 정자(亭子)는 유리창으로 사방이 막혀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논을 매던 서환성 씨(79)는 “물을 뿌려도 효과가 많지는 않다”며 “모래가 계속 날리는 곳에서 쌀을 수확해도 품질이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자녀는 시내로 다 보내고 지금은 71세 아내와 둘이 마을에 산다”며 “그럭저럭 지내왔는데, 애초 공장이 어떻게 들어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깨끗하고 쾌적하다고 알려진 이 마을 뒷산에는 숲길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2018년 도유림 숲길 조성사업’이 그것인데, 마을에 설치된 공사 안내판에는 ‘장수 지역특화조림단지 내 숲길 신규조성으로 역사와 문화가 있는 쾌적하고 안전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었다.

전라북도 산림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반송마을과 연결된 산에 등산로를 조성하고 있다”며 “탐방객에게 피해가 우려될 경우 해당 공장에 모래 날림 저감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 점검에 나선 장수군 관계자는 “일부 차단막이 설치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개선 조치 명령을 내렸다”며 “또한 마을과 인접한 공간에 과도하게 모래를 쌓아둔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한 행정처분을 비롯해 민가와 떨어진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한 대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레미콘 공장 측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모래 날림을 줄이려 노력했지만, 충분하지 못한 측면을 인정한다”며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하고 모래 높이를 낮추는 방식으로 모래 날림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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