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동물원 조성 사업 후 10년 지났지만 파충류사 등 개선되지 않아 전문가 “야행성·은신성 강한 종에게 스트레스 줄 수 있어⋯개선 필요”
전주동물원의 생태동물원 조성 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파충류사 등 일부 시설은 열악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전주시 덕진구 전주동물원. 사자사와 반달가슴곰사 사이에서 낡아 보이는 건축물 1개 동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건물은 파충류사로, 생태동물원 공사로 시설과 환경이 크게 개선된 인근의 맹수사들과는 달리 겉으로 봐도 상당히 열악한 모습이었다.
악어사 내부는 낡은 나무 바닥과 스테인리스 재질로 보이는 욕조·모래 바닥재 외에는 확인되는 것이 없었고, 비어 있는 상태의 뱀사 역시 모래 바닥재와 나뭇가지만 놓여있었다.
전주동물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으로 파충류사에는 안경카이만 악어 1개체만 생활하고 있었으며, 기존에 있었던 버마비단뱀은 2022년, 미얀마왕뱀은 올해 노환으로 인해 폐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는 현재 전주동물원 파충류사의 모습이 동물복지와 행동풍부화라는 최근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태원 한국양서파충류협회 회장은 “해당 종들은 열대, 아열대 숲의 그늘진 하천이나 늪에서 서식하며 수역과 육상 공간을 활발히 사용하고, 야행성으로 바위나 유목‧식생 사이에 몸을 숨기는 은신성과 은폐성이 강한 종”이라며 “그럼에도 몸을 숨기기 위한 구조물이나 등반 가능한 굵은 나뭇가지 등 구조물을 확인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숨을 곳이 없는 탁 트인 방’은 야행‧은신성 종들에게는 상시 스트레스를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습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파충류 사육에서 조명 등 일광욕을 위한 설비도 부족해 보인다”며 “예산과 인력에 한계가 있고, 여러모로 어려움은 있겠으나 일반인들의 양서파충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설과 동물 복지 관련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이러한 파충류사의 상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재희(30대) 씨는 “오랜만에 방문했을 때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할 정도로 전주동물원이 많이 바뀌고, 동물들의 서식 환경도 좋아진 것 같아 보기 좋았었다”며 “다만 파충류사는 20년 전 봤던 모습과 크게 변한 게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구모(30대) 씨는 “처음 봤을 때는 아예 움직임이 없어 인형이라고 생각했다”며 “파충류가 원래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서식 환경도 좋지 않아 보이는데 움직이지도 않으니 정말 상태가 괜찮은지 걱정도 들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동물원 측은 예산 관련 문제로 인해 사육장 개선 사업이 더딘 곳들이 있다며 향후 개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전주동물원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집중적으로 생태동물원 조성 사업이 진행됐고, 생태 교육장과 전용 사육장 등 여러 시설 개선이 진행됐다”며 “다만 워낙 예산이 많이 소모되는 만큼 동물원 내 모든 사육장을 일시에 개선할 수는 없었고, 파충류사‧사슴사 등 시설 개선이 필요한 곳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시설 개선 사업을 차례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행동 풍부화‧동물복지 부분을 고려해 시설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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