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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폭염 속 노숙인 지원 동행해보니⋯얼음물 들고 안부 확인 '동분서주'

폭염경보 발효 등 무더위 속 도내 노숙인들 위험 노출
전주다시서기지원센터, 1년간 반복 포착된 27명 관리
센터 "좀 더 나은 환경 제공되면 안정적 사회 복귀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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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기지원센터 관계자가 노숙인에게 물과 위생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다시서기지원센터

“이런 날씨에 갑자기 안 보이거나 연락이 끊기는 노숙인이 생기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전북 지역에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더위에 취약한 노숙인들을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오전 10시 전주시 완산구의 한 광장. 이른 시간이었지만 기온은 이미 30도 안팎까지 치솟았다. 전주다시서기지원센터 김일중(38) 팀장은 혹서기 키트를 들고 광장을 돌며 노숙인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 이곳에서 자주 보였던 노숙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팀장은 “전북 지역 노숙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자리를 계속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노숙인들이 목격되는 주요 장소를 정해두고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은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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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기지원센터 관계자들이 노숙인에게 혹서기 키트를 전달하고 있다. 김문경 기자

그때 광장 구석에서 누군가를 발견한 김 팀장은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 해당 광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목격됐던 노숙인이었다.

노숙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김 팀장은 얼음물과 비상식량 등이 담긴 키트를 전달하며 그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매년 지원되던 혹서기 키트 사업이 종료되면서 센터가 자체 제작해 전달하고 있는 키트였다.

광장에서 만난 노숙인 A씨(50대)는 “여름엔 너무 더워서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일을 찾으러 다닌다”며 “그래도 이렇게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헤어지기 직전까지도 키트 내용물을 설명하고, 머무는 장소를 물으며 다시 한 번 안부를 챙겼다. 

그는 “여름이나 겨울철에는 장기간 보이지 않는 노숙인이 생기면 매우 걱정스럽다”며 “실제로 갑자기 연락이 끊긴 뒤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팀장과 동료 직원들은 광장을 비롯해 정류장, 공공기관 주변, 공원, 다리 밑, 골목 등 노숙인이 자주 머무는 장소를 오가며 그들의 안부를 확인했다.

최근 정부의 실태조사에서는 도내 거리 노숙인이 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특정 시점에 거리에서 확인된 인원만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반면 전주다시서기지원센터는 1년 동안 반복적으로 포착된 27명의 노숙인을 이력관리카드를 통해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조사 방식의 차이로 인해 공식 통계와 현장 통계 사이에는 꽤 격차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렇듯 실외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외에도 센터의 도움으로 시설에 입소해 사회 복귀를 준비 중인 노숙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여름을 견디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경남과 전남을 거쳐 전주에 정착한 노숙인 B씨(60대)는 “노숙 생활 중 공원이나 벤치에서 자다 보면 비나 더위에 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며 “씻을 곳도 마땅치 않다 보니 위생 상태도 좋지 않았고, 이 때문에 쉼터나 관공서도 눈치가 보여 쉽게 들어갈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감사하게도 센터 직원들이 세심하게 챙겨주고 있어 그때보단 훨씬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그러나 좁은 방에서 성인 3~4명이 함께 지내다 보니 여름철은 여전히 버겁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환경 속 공동생활에 어려움을 느낀 인원 등 입소한 노숙인 중 일부는 결국 퇴소를 선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시설의 노숙인 입소자 대부분이 사회 복귀 의지를 가지고 직업 훈련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결과다.

김 팀장은 “이곳에 들어오는 분들은 사회로의 복귀와 재기를 위한 의지를 가진 분들이다”며 “조금 더 나은 환경이 제공된다면 무더위 속에서도 이들이 더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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