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해부를 모르고 의사를 아느냐
의학교육의 기초 담당
전국 최초 임상해부 워크샵 여는 등 의학발전 주도
의사와 환자 또는 보호자 사이에 놓여 있는, 보이지 않는 불신의 장벽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불신을 낳은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이에 대해 해부학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 구조와 해부학 용어를 제대로 알기만 한다면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생길수 있는 많은 오해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체의 기본 구조를 안다는 것은 곧 자신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첫 단추인 것이다.
◇ 전북의대 해부학교실
전북의대 해부학교실은 1973년 다른 몇 개의 교실과 더불어 의과대학 창립의 주역으로 개설됐다.
현재 해부학교실에서 강의와 연구에 땀을 흘리고 있는 교수는, 의과대학 창립 멤버인 이무삼교수(1973년∼)와 최근 2년간 하버드 의대에서 비만세포의 기능과 분화에 관한 연구를 하고 돌아온 송창호교수(1986년∼), 김형태교수(1996년∼), 한의혁교수(1993년∼) 등이 있다.
교실원은 송금순 조교(1999년∼), 보건원 이용씨(1974년∼), 연구원인 채옥희 박사(1990년∼), 이영훈 박사(1999년∼), 대학원생인 연변대학 이광소교수, 신해영· 김은경씨 등이다. 교실 사람들은 주로 비만세포의 역할과 심장의 분비기능을 이해하기 위한 구조, 신경세포의 위치 추적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또한 전북 수의대 양홍현교수(1974∼1977), 미국에서 수의사로 있는 김재봉씨(1976∼1980), 일반외과 전문의 박길영원장(1981∼1984), 기전대학의 정옥봉교수(1984∼1987), 전북치대 박병건교수(1985∼1989), 조의식교수(1990∼1993), 우석대 한의대 이창현교수(1987∼1988), 우석대 객원교수인 고병문교수(1988∼1993), 대구효성가톨릭대 강경진교수(1990∼1996) 등이 한때 해부학교실에서 땀을 쏟았다. 이들은 매년 몇 차례 모임을 갖고 연구와 강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해부학교실에 몸 담았던 전병득교수(1977∼1994)와 김정수교수(1984∼1991)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최근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장기 이식과 같은 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많은 새로운 분야가 열리고 있다. 많은 임상 의사들이 학생시절에 경험한 해부학 실습과는 다른 임상해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에 해부학교실은 현직 의사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제1회 임상해부 워크샵을 개최하여 그 동안 개원의사들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임상해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의료인의 수술기술과 임상 연구에 크게 기여하였다. 해부학교실은 올해에도 제2회 임상해부 워크샵을 오는 9월18일 개최할 예정이다.
◇ 해부학이란 무엇인가?
지난 6월에 종영된 인기 드라마 ‘허준’에서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모습 중 하나는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하는 장면이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인체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위암에 걸린 유의태선생이 제자 허준에게 ‘자신의 몸을 해부하라’는 서찰을 남기고 자결, 허준이 굴에서 스승을 해부하는 장면이 잘 묘사됐다.
해부학은 우리가 모르는 곳을 여행할 때 지도가 필요하듯이 의학 교육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해부학을 배우는 목적은 인체의 정상 구조를 익혀 의학교육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습득하는데 있다.
또한 인체해부 실습을 통하여 의대생들은 책에서 배운 사람의 구조들을 확인하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게 된다.
해부학에 속하는 분야는 ▲육안으로 구조를 익히는 육안해부학 ▲광학이나 전자현미경으로 아주 세밀한 부분을 연구하는 미세해부학(조직학, 세포학) ▲정자와 난자가 만나 이루어지는 수정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의 인체 발생과 성장을 연구하는 발생학 ▲뇌와 척수의 구조 및 기능을 연구하는 신경해부학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 외에도 조직화학, 유전학 분야도 해부학의 범주에 속한다.
◇ 전북 시신기증자협회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전북의대 해부학교실 앞에는 시신을 기증한 사람들을 위한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그 비문은 말한다. "죽어서도 할 일이 있어 기쁘다" 고.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신체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유교사상에 젖어 있었던 지난 과거에 우리 나라에서는 해부용 시신을 구하기 매우 어려웠다.
지난 94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이 땅 전북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신기증자협회'가 결성됐다. 뜻있는 몇몇 사람이 "예비의사들이 시신이 없어 해부학 수업을 제대로 못해서야 말이 되느냐"며 이 모임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들은 의과대학 학생들의 해부 실습을 위하여 사후에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북 시신기증자협회가 알려지면서 숭고한 살신 성인정신으로, 또 의학발전과 훌륭한 의사 교육을 위하여 본인이 죽은 후 해부학실습에 사용해 달라는 유언장과 함께 본인의 몸을 기증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 현재 회원은 3백50여명에 이른다.
전북 시신기증자협회와 전북의대 해부학교실은 매년 봄이면 시신을 기증한 고인들을 위한 추모제를 열고 있다.
특히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한규준씨(66)는 일가족 3명이 이 단체에 함께 가입,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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