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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국민의 정부 후반기 과제

오는 8월 25일은 김대중 대통령의 후반부 임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를 마라톤에 비유하면 반환점을 도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국민의 정부가 국정을 운영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무엇이 국정운영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인가는 전반부 개혁작업의 공과를 평가하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지난 2년 반 동안 국민의 정부는 오로지 '개혁'이라는 화두를 안고 줄기차게 달려왔다. 국민의 정부는 총체적 붕괴상태의 국정을 인수하여 금융, 기업, 노사관계, 공공부문 등 4대 부문에 걸친 대대적 개혁을 추진하였다. 이 개혁을 통해 국민의 정부는 많은 치적을 남겼다.

 

우선 정권교체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개혁이고 정치개혁의 커다란 계기였다. 한국사회의 위기가 다름 아닌 오랜 기득권 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때, 국민의 정부 출범은 그 자체로 정치독점을 깨뜨리는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둘째,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신속하게 극복했다. 정부는 그 동안 부실금융기관 및 부실채권 정리, 기업개선작업 등 구조조정작업을 활발히 추진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정부는 성장과 수출, 국제수지, 실업율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두었다.

 

셋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종식시키고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서해교전과 같은 일촉즉발의 돌발상황과 햇볕정책을 무위로 돌리려는 수많은 내외의 도전들에 직면해서도 일관된 정책을 견지하고, 마침내 북한을 화해와 협력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신념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에 반해 몇몇 개혁조치들은 국민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다.

 

첫째,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지역주의 극복 노력이 좌절되었다는 점이다. 국민의 정부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집권초기부터 지역기반을 떠나 능력 있는 인사를 골고루 등용하였다. 그리고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여 지역주의적 선거구도를 깨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지역주의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세력들의 저항에 부딪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4.13총선 결과에서 보듯이 지역주의는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고착되었다.

 

둘째, 개혁의 피로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의약분업사태, 금융노조파업, 롯데호텔사태 등이 보여주듯이 우리 사회는 분배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럽고 일상화된 현상으로서 그 자체가 우려스러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회의 모든 집단들이 근시안적 이익에 집착하여 서로 공멸의 게임을 벌이는 데 있다.

 

셋째, 여소야대 정치구도도 문제이다. 우리 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합리적 토론, 대화, 협상보다는 숫자의 대결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의 정국은 거의 모든 정치 일정이 차기 대권과 관련한 정국주도권 쟁탈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이 우리 사회에 속출하는 문제들에 대한 반응능력을 잃고 만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상에서 열거한 실패한 정책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을 갖는다. 애초 국민의 정부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상당한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문제를 더 크게 야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태가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이런 문제들을 둘러싼 구조적 장벽이 너무 높은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가령 한국사회의 지역주의는 인사정책이나 몇 가지 제도 개선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훨씬 복잡하고 견고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보다 더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정부가 이런 문제들에 대처함에 있어서 그 정책적 함의를 충분히 고려했는가, 혹은 전략적 숙고가 결여된 채 너무 기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을 성찰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정부 임기 후반부는 새로운 개혁과제들을 제기하기보다는 임기 전반부에 이루지 못한 미흡한 개혁과제들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국민의 정부 나아가 정권재창출의 향방이 좌우될 것이다.국회의원 이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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