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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이사람(this man)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엊그제 모 방송국의 교양프로그램을 통해서 보게 된 한미 정상회담의 한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이 장면은 양 정상이 기자회견을 하러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로 나온 후 부시 대통령이 기자단을 향해 말하는 내용이었다. 영어로 진행된 내용이었고 부가적인 한글자막이나 음성이 없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텐데'this man'이란 부시의 표현이 유별나게 귀에 들어왔다.

 

우리말로 하자면'이 사람'이나'이 양반'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이 정상회담 도중에 김대중 대통령의 면전에서 상대국 국가원수 입에서 흘러 나왔다는 것은 귀를 의심할 만하다.

 

물론 말이란 앞뒤를 자르고 듣는게 아니다. 적어도 문제가 된 표현의 앞뒤 문맥을 살펴야 정확한 의미를 얻을 수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의 발언에 앞서 있었던 일들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공교롭게도 김대중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국가 미사일 방어(National Missilc Defense)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입장에서는 이런 만남이 못마땅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나 더 살펴야 할 것은'this man'이란 표현이 정상회담에서 의전상 상대국원수를 부르는 호칭 중의 하나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말이란'아'다르고'어'다르다.

 

같은 의미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달리 표현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정상회담이란 자리 역시 그 상황이 매우 특수해서 그 자리에 걸맞은 표현이 따로 있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상대국 원수를 부를 때는'President(대통령)'를 이름 앞에 붙인다.

 

아니면'He(그)'라는 간접화법으로 상대를 표현하는 것이 관례다. 이런 점에서 부시가 김대중 대통령을 'this man'이라고 표현한 것은 대단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그 자리가 서민들의 공간이고 서민들끼리 나누는 대화였다면 그런 표현이 문제가 될 리 없겠지만 말이다.

 

말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영미(英美)문화권에서는 어른이 되어서도 말 훈련을 한다. 대처 수상도 취임전 단어공부와 말하기 속도, 강도, 높낮이 훈련을 다시 받을 정도로 말이다.

 

정치적으로 바른 말(political correctncss)을 써야 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웃과 사회를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화될수록 사람들끼리의 만남이 좀더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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