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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대량복제시대의 문화

 

 

옛날에는 문화나 생각을 모두 말이나 행동으로만 전달하여야 했다. 이때 말이나 행동으로 생각, 놀이, 의례, 신화, 굿 등이 주로 마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을전통이 강하고 마을사람의 공동체의식이 강했다.

 

마을을 넘어서서 생각, 이야기, 놀이, 신화, 굿, 공연을 일상적으로 공유하기 어려워 다른 마을의 사람들과 문화공유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삼국시대 이후 책들이 조금씩 퍼지면서 동일한 내용을 널리 퍼트릴 수 있어, 왕족, 귀족, 승려들이 책을 통해 종교, 의례, 신화, 제도를 공유하며 국가적 전통을 확립할 수 있었다. 따라서 책을 보고 서로 국가전통을 공유하는 상층은 국가의식이 아주 강해졌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문맹이고 책은 비싸서 보지 않았다. 주로 마을내 사람끼리 생각과 신화와 놀이 등의 생활을 공유하다 보니 국가보다 마을전통이 더 중요하였다. 그 결과 마을의 소전통과 국가의 대전통이라는 이중적 문화체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책이나 잡지 또는 신문으로 같은 소식, 생각, 이야기, 오락 등을 전국적으로 퍼트릴 수 있는 대량복제 시스템이 생기면서이다. 대중에게까지 국가를 단위로 동일한 소식, 생각, 이야기가 전달되자 생각과 놀이와 예술과 신화와 역사나 전통도 국가로 통일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문화의 공유는 국가 영역 내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같은 민족이고 국가라는 의식을 강화시켜 국가와 민족의식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마을사람이라는 의식은 갈수록 퇴색하고 또한 자신의 마을이나 지역의 소식, 생각, 이야기, 오락, 예술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역전통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책, 신문, 음반, 영화, 라디오, 텔레비젼이 대량으로 동일문화를 배포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들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배포하는 서울의 문화지배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제 책, 신문, 방송, 영화, 음반을 통해 대량복제하여 문화를 전달하는 시대가 조금씩 지나가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통한 중소집단의 다양한 문화소통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대량복제시대와 다른 집단의식, 생각, 정서, 문화현상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지방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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