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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문명의 충돌?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공산주의 몰락으로 이념블록 사이의 투쟁이 끝나고, 이제 문명블록 사이의 투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서구화에 의한 발전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비서구국가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적극 내세우며 문명블럭을 형성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중화, 일본, 힌두, 이슬람, 정교, 서구,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의 8개 문명불록이 있다. 서구가 자신의 가치관을 주장하고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나설 때 일본처럼 서구를 모방하여 추종하는 문명이 있는가 하면, 유교문명과 이슬람문명처럼 자신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확대하여 서구에 맞서려는 세력도 생긴다.

 

국지적 차원에서 이슬람국가와 기독교국가 사이의 단일분쟁이 문명권에 속한 유대감을 통해 문명권내의 국가들도 동참하는 문명충돌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서구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도전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문명을 혁신하고 수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에는 몇가지 위험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서구의 불공평한 지배정책에 대한 반항을 기독교문명이나 가치관에 대한 도전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령 미국의 석유지배정책에 대한 반대를 기독교문명에 대한 도전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서구의 지도층들이 자신들의 특수이익을 서구문명의 일반이익처럼 내세우게 만든다.

 

또한 일단 문명충돌적 사고가 일반화되면 정치나 경제적 목적으로 개별 국가끼리 갈등이 일어날 때, 이를 문명충돌로 포장하여 다양한 형제국과 형제국민을 동원하여 문명충돌로 확산시키는 겨우가 많아질 것이다. 즉,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한 개별국가의 충돌이 문명충돌처럼 인식되고 그래서 형제국과 형제국민이 적극 동참하는 문명권의 대립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포장된 문명충돌론은 결국 미국이 석유를 위해 이라크를 침략한 이유는 사라지고 기독교와 이슬람의 커다란 가치의 차이가 전쟁을 일으킨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문명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특정 국가의 지도자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명이 전쟁을 일으킨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문명의 차이가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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