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시험 감독관은 대개 교실 뒷편에 선다. 가끔 헛기침이나 발소리를 효과음으로 덧붙이면 효과는 훨씬 커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교사는 학생들을 볼 수 있지만 학생들은 그를 볼 수 없다. 뒤를 돌아볼수 없는 이상 학생들은 시험 시간 내내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이처럼 단순한 감시의 원리는 19세기 초 제레미 밴덤이 설계한 판옵티콘(원형감시장치)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왕 없는 권력'은 사회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 애덤 스미스가 시장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발견했다면 밴덤이 찾아낸 것은 '보이지 않는 눈'이었다.”/중략/
"집단에 속한 개인들이 각자 감시자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감시할 때 팝옵티콘의 효과는 정점에 달한다. 언제 어디서나 '보이지 않는 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모든 동료가 감시자다. 규율이 존재하는 어떤 집단에서도 '시선의 권력'은 작동한다. 가령 경찰대신 교통법규 위반자를 감시하는 '파파라치의 효과'가 그것이다.”
수유연구실 최대원 연구원(33)이 미셀 푸코가 쓴 '감시와 처벌'이라는 고전을 현실감각에 맞게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한 내용의 일부이다.
파파라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근접해 특종 사진을 노리는 직업적 사진사를 일컫는 말로, 한국적 정서로 본다면 인정 사정 볼것 없이 제 이득만 취하는 치사한 인간군(群)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설땅이 없을 것만 같던 파파라치가 파라치 어군(語群)에 신조어를 양산하면서 성업(?)을 하고 있다.
금년 초 경찰이 교통위반 차량 신고에 보상금을 주는 카파라치 제도를 폐지하자 신종 파파라치가 대거 생겨난 것이다.
불법 쓰레기 투기를 고발하는 쓰파라치, 불법 약품 판매행위를 적발하는 팜파라치, 불량식품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슈퍼에서 찾아내는 슈파라치, 노래방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노파라치 등 그 수를 열손가락으로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헌데 최근 부방위가 의료보험과 산재보험의 허위 부정청구 사례를 신고하면 최고 2억원까지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고소득자를 상대로한 조치여서인지 의파라치들의 왕성한 활동이 은근히 기대된다. 파파라치, 그들을 비겁한 고발자로 매도만 할 일이 아니라 악취가 진동하는 이사회 어떻게 정화할 것인가 모두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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