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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시베리아의 파리'

 

 

여느 도시의 형성과정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유형(流刑)온 사람들의 숨결로 만들어진 도시 이르쿠츠크. 그 도시는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서 약 7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르쿠츠크가 오늘날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게 된 배경에는 데카브리스트가 있다. 우리 말로 12월을 뜻하는 '데카브리'에서 파생된 이 명치은 혁명에 실패한 젊은 군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이후 프랑스군을 뒤쫒아 프랑스 파리에까지 입성하였던 러시아 젊은 장교들이 오랜 전장에서의 생활때문에 서구의 자유로운 문화와 사고방식을 체험하게 된다.

1825년 11월 19일 알렉산드르 1세의 사망을 계기로 혁명을 위한 거사 날짜를 앞당겼던 젊은 군인들은 결국 그 거사에 실패하게 된다. 그 뒤 새로 등극한 황제 니콜라이 1세는 이 젊은 장교들 600여 명을 직접 심문하고 5명을 교수형에 그리고 120 명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부근으로 유형을 보내게 되면서 동토의 따에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칭을 가진 도시가 형성되었다.

이들 데카브리스트들의 혼이 살아 숨쉬는 거리에 자동차와 전기로 움직이는 버스, 그리고 전철 등이 어우러져 달리고 있는데 한글상호를 그대로 붙인 승합차와 버스 등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마치 한국의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르쿠츠크 국립 외국어대학에는 지금 50여명의 한국어전공 학생들과 10여명의 한국어 부전공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이들의 한국사랑은 설날과 추석 등 우리의 고유명절을 그네들 명절처럼 지내고 있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그네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웃한 일본어학과나 중국어학과에 비하여 빈약한 교육환경은 여전한 모양이다. 올 여름 이 대학은 우리 지역의 우석대학 학생 20여명을 초청하여 무려 23일의 긴 여정동안 문화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 외국어 대학이 이 교류를 위해서 책정한 예산은 자그마치 미화 1만 달러라는 거금이다.

 

 일상적인 봉급 생활자가 월 200 달러 남짓 받는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이 대학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 한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만이 그에 대한 보답이라는 이 대학교수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ㅣ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정영인 위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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