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소주를 놓고 어떤 술이 전통주인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애환을 함께한 술은 단연 막걸리 일성 싶다.
막걸리란 이름은 곡주가 익어 청주와 술 지게미를 나누기 이전에 막 걸러서 만든 술이라 해서 붙여졌다. 그 역사 만큼 이름도 많다. 색깔이 희다하여 백주(白酒), 탈하다 하여 탁주(濁酒), 집집마다 담가 먹었다 해서 가주(家酒), 농사철 새참으로 빠지지 않아 농주(農酒), 제사때 제상에 올린다 하여 제주(祭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하여 국주(國酒)라고 불렀다.
우리 고장에서는 모주(母酒)라면 막걸리에 황설탕과 계피 등을 넣고 끓여 만든 속풀이용 술을 일컫지만, 실제는 조선조때 제주도에 유배당한 인목대비의 어머니 노씨(虜氏)부인이 술 지게미를 재탕한 막걸리를 섬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것이 연유가 되어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막걸리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고려때 배꽃 필무렵 막걸리용 누룩을 만든다고 하여 당시 막걸리를 이화주(梨花酒)로 불렀다고 하니 그 이전 상고시대부터 내려온 술로 추정된다. 우리 생활에서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다 보니 우리의 풍토나 농경생활, 그리고 한국인의 생태에 걸맞아 '막걸리 오덕론(五德論)'까지 생겨 칭송될 정도였다. 허기를 면해주는 것이 일덕, 취기가 심하지 않은 것이 이덕이고, 추위를 덜어주는 것이 삼덕이며, 일하기 좋게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이 사덕이고, 평소 못하던 말을 하게 하여 의사를 잘 소통시키는 것이 오덕이다.
이처럼 우리 농경사회와 동고동락해온 막걸리가 80년대 부터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70년대만 해도 점유율이 70%에 달했으나 소주와 맥주에 꾸준히 밀리면서 현재는 2∼3%에 그치고 있다. 농촌의 새참거리가 자장면과 맥주로 대체되는 풍속도가 자리잡으면서 읍면단위 양조장은 줄줄이 문을 닫고 말았다.
이같이 쇠락의 길을 걷던 막걸리가 올해초 부터 애주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맛이 좋아진 탓도 있겠지만 경기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서민들이 다시 막걸리를 찾기 때문이다. 전주시 막걸리 제조업체인 전주주조공사의 경우 올들어 6월말까지 판매된 막걸리가 35만7천병(1병 75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의 진가를 깨달아 찾는 애주가가 늘고 있다면 반가운 현상이지만, 호주머니 사정때문에 막걸리를 많이 찾는다니 반길 일만도 아닌것 같다. 이래저래 고통받는 것은 서민들 뿐이니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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